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넝쿨째 굴러온 호박

2023년 10월 10일 화요일 오늘 쉬는 날인데 할 일이 많아 아침 일찍 서둘렀다. 문 단속을 하고 나가려고 뒷마당 쪽 문을 잠그려 하는데 담장 쪽에 얼핏 무슨 열매가 보인다. 어 뭐가 보였지 ? 하고 문을 닫다 말고 자세히 보니 뒷집에서 담장을 타고 넘어 온 호박 한 덩이였다. 지난 주에 담장 위에 호박 꽃 한송이를 보았다. 때늦은 호박 꽃 한 송이가 찬란히도 피어있었는데 나는 그 호박 꽃에 호박이 열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그런데 저 호박의 주인은 누구지? 당연히 내가 아닐까? 우리 집 담장 안쪽으로 깊이 들어와 있으니 당연히 나지? 뒷 집 아저씨가 호박 내 놓으라고 달려오지는 않겠지? 하며 혼자서 신기한 생명체를 바라보다 들어오려는데 또 한녀석이 내 눈길을 잡는다. 수영장 벽에 붙어 자라고 있던..

카테고리 없음 2023.10.11

친구야, 기다려라!

2023년 10월 6일 금요일 알라바마로 이사를 간 내 베프는 가끔 휴스턴에 온다 아들이 휴스턴에 살다보니 아들을 보러 가끔 다니러 오는데 그 때마다 우리는 그간 떨어져 있던 시간의 아쉬움을 메우기 위해 항상 모인다. 우리 집에 올 때마다 떡갈고무나무가 너무 멋지다고 자기한테도 분양을 해 주라 하는데 비행기 타고 오는 사람이 갖고 갈 수도 없고, 타이밍이 맞지 않으니 그 친구한테 줄 수가 없었다. 이번에도 " 언니, 나 12월에 차 갖고 올거니까 나한테 꼭 분양해줘" 한다. "내가 그것 하나 분양 못 해 주겠냐? 12월에 꼭 오기나 해" 하고 호기롭게 말을 했는데 곁가지가 나오질 않는다. 그리고 이 아이들이 계절을 귀신 같이 알아 한 여름동안 아침 저녁으로 쑥쑥 자라던 것이 이제 생장을 거의 멈춘듯 하다..

비 오는 날, 나의 하루

2023년 10월 5일 목요일 비라고는 귀했던 올 여름이었는데 한 달 전에 잠시 비가 왔고, 이번주는 화수목 연 3일 비가 와서 숨통이 좀 트인다. 골프 예약을 해 놨는데 3일 연속 비가 와서 땅이 다 젖어 있어 아침에 골프를 취소했다. 같이 가기로 했던 친구가 어차피 골프를 못 가니 오늘은 자기 집에 와서 브런치를 같이 하자고 했다. 남편을 출근 시키고 친한 친구들과 카톡으로 수다를 떨다가 친구 집에 가서 맛있는 브런치를 먹고 비가 그친 사이를 이용해 한국마켓에 가고 은행에 들러 볼 일을 보고 집에 돌아왔다. 그 동안 못 보았던 드라마를 보고 화분들을 밖에 내 놓고 비를 맞추며 한가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비 오는 오늘, 느긋한 나의 하루가 참 좋다. *아침에 일어나니 이렇게 비가 오고 있어요. 비가 ..

너희들은 대체 왜 이러는거니?

2023몀 10월 4일 수요일 사흘 전 일요일에 성당 미사가 끝나고 우리 집에서 친구들끼리 티 타임을 가졌다. 나의 절친 중 절친이 알라바마로 이사를 갔는데 몇 달 만에 휴스턴에 왔다. 친구의 아들이 휴스턴에 살고 있고 손자가 보고 싶어 왔는데 우리들 몇 사람은 꼭 만나야 되는 사이라 미사 끝나고 우리 집에 모였다. 그 중 친구 하나가 앙증맞은 작은 국화 화분 두 개를 들고 왔다. 나무 맘에 들고 예뻐 테이블에 놓고 감상 중이다. 그러고 내 집에 있는 국화를 보니 속이 아주 상한다. 사 와서 이틀 정도 멀쩡하던 애들이 꽃이 다 시들고 죽어 가는 듯 하다 밖에 있는 화분은 기존의 흙을 다 빼내고 새 흙으로 심으면서 뿌리 정리도 하면서 정성을 다 해 심었고 물도 적당히 주었는데 빛을 잃어가고 있다. 안의 것..

티나, 힘내라!

2023년 10월 3일 화요일 이틀을 쉬고 오늘 가게에 나왔다. 어제 메니저 티나는 나에게 문자를 보내 내 남편이 출장 중인지, 휴스턴에 있는 지를 물어 지금은 휴스턴에 있다고 말 해 주었다. 퇴근한 남편한테 티나가 뭐 물어 볼게 있다고 하던데 뭐야? 했더니 차 타이어가 구멍이 났는데 품질 보증 기간이 지났느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2년 전에 남편이 타던 차를 우리 메니저에게 주었는데 타이어에 커다란 구멍이 났다고 했다. 소모품인 타이어에 무상 보증 수리 기간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보지 못해서 아침에 출근해서 차에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갑자기 눈물을 쏟아 낸다. 티나의 처지가 참 딱하다. 아버지도 없는 가난한 집에 태어나 믿을 거라고는 본인 몸 하나 뿐인데 고등학생 때 같은 나이의 남자..

할로윈이 다가오네!

2023년 10월 2일 월요일 단조로운 미국에 10월 말의 할로윈은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축제 중 하나이다. 각 그로서리 가게마다 알록달록 예쁜 호박들이 나와서 사람들의 마음을 흥겹게 해 주고 있다. 그리고 할로윈의 상징인 해골들이 각 매장마다 전시되기 바쁘고 이제 일년에 한 번 대목을 맞는 할로윈 용품점들도 사람들로 북적일 것이다. 자주 가는 마트에 갔더니 벌써 할로윈 호박들과 할로윈 용품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똑똑한 사람들도 다 같네!

2023년 9월 23일 토요일 서 너달 전부터 우리 브랜드는 가격인상을 예고 하고 있었고 각 가게마다 그것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 역시도 인건비 상승이나 물가 상승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소폭의 인상을 하기로 하고 웹사이트에 들어가 가격 책정을 하고 승인 버튼을 누르고 설문조사까지 다 마쳤다. 이번 화요일부터 가격 인상이 시작되어 새로운 메뉴판에 오를 가격을 몇 번 씩 확인하며 붙였다. 화요일 아침에 드라이브 스루 메뉴판을 바꾸기에는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 월요일 오후 늦은 시간에 매뉴보드를 바꾸었다. 열쇠로 열어 판을 바꾸어서 달아야 하는데 난 저것을 여는 게 너무 힘들고, 화요일엔 메니저가 쉬는 날이라 월요일 오후에 손끝이 야무진 남자 직원들이 다 바꾸어 안심을 하고 늦..

친구 아들의 결혼식 ,뉴욕에서 1박 2일

2023년 9월 23일 토요일-24일 일요일 20여전 전 비슷한 시기에 주재원 생활을 같이 했던 가족이 있다 같은 그룹사라 감정적인 유대감은 있었으나 그 부인과 자주 만나지는 못 했지만, 어느 해 그 가족과 휴가를 같이 보냈다 그 휴가기간 동안에 아이들도 나도 그 가족과 함께 보낸 시간에 대한 추억이 많았고, 지금도 기억에 많이 남아 있다 그 이후로 그 가족의 남편은 임기가 끝나 한국으로 돌아갔고, 아내 분은 두 아들을 데리고 친정 언니가 있는 뉴욕으로 이사를 갔다 두 아이들이 대학을 들어간 오래 전에 그 부인은 한국으로 돌아갔다가 지금은 남편을 따라 쿠웨이트에서 주재원 생활을 하고 계신다 남편들은 대학 선후배 사이여서 여전히 연락을 자주 하고 지내는데 한참 전에 남편은 나에게 같이 뉴욕을 가야한다고 했..

Ice machine 이 또 고장이네

2023년 9월 16일 토요일 5년 5개월 정도 밖에 안 된 아이스 메이커가 또 고장이 났다. 이미 서비스 기간이 끝나서 그 브랜드 사람을 불러봐도 별 소용이 없어 한 달 전에 가게 일을 봐주는 대만 아저씨 DAVID 불러 손을 좀 봐달라고 했었다. 항상 웃는 얼굴이고 친절하고 나름 정직한 것 같아 우리 집과 남편 사무실 일까지 맡기고 있는 사람인데 와서 보더니 지붕에 무슨 컨덴서인지 뭔지를 바꾸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서 한 달 정도 잘 작동을 하다가 또 고장이 났는데 이번엔 뭘 바꾸는 것 보다 차라리 사는 게 낫을 것 같다고 했다. 그 전에 브랜드도 말썽이 많아 수리비를 엄청 들이고도 고장이 여러 번 나서 바꾸었는데 이번엔 다른 브랜드로 바꾸기로 했다. scottman이라는 브랜드를 쓰는 사람이 있다..

오늘은 구역 밥 당번

2023년 9월17일 일요일 4 개월 정도에 한 번씩 밥 당번이 돌아온다 코로나 전에는 한끼에 3 불씩 받았고 코로나 시기에는 친교모임이 전혀 없어 식당이 폐쇄되었다가 조금 나아지면서 한동안 도넛이나 커피를 제공햤다 이제 도넛 말고 간단하게 밥에 반찬 한가지 정도로라도 해서 친목 도모로 무료로 제공되었다 그러던 것이 이제 다 정상화 되었으니 밥 값을 5 불로 하기로 하고 처음으로 우리 구역에 적용이 되었다 무료이던 점심을 5 불로 하면 얼마나 준비를 해야 할지 막막했지만 적어도 300인분에 맞추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그렇게 진행을 했다 토요일에 나는 가게 일 때문에 참석을 못 했고 오늘 아침에 나도 일손을 돕고 오후에 가게 와서 일을 하느라 좀 힘들었지만 이것이 또 사는 재미이다 *어느 때는 우리 구역..

갑자기 번개팅

2023년 9월 10일 일요일 우리 구역 멤머 중 한국으로 돌아가는 두 가정이 있고 한국에서 주재원 발령으로 나온 가정이 있고 또 구역장 이임식과 취임식이 겹쳐 모임 한 번을 해야 한다고 했다. 주일 미사가 끝나고 성당에서 주는 밥을 가지고 수녀원에서 먹으면서 송별식등 모임을 한다고 했는데 수녀원이 오래 비어 있어서 청소도 해야 하고 주일학교 학생들이 써야 한다고 해서 갑자기 장소가 마땅치 않게 되었다. 궁리끝에 우리 집에서 간단히 모임을 하기로 했다. 성당에서 나오는 점심이 오늘은 간단한 샌드위치여서 그것을 들고 와서 우리 집에서 먹기로 하고 나는 커피와 디저트만 준비 하기로 했다. 수녀원 뒷문으로 나오면 수녀원에서 네 번째 집이 우리 집이고 성당에서 걸어 1분이니 다들 즐거운 마음으로 우리 집에 모였..

아이들아, 고마워!

2023년 9월 12일 화요일 지난 주가 생일이었다. 내가 뭐라 안 해도 우리 아이들은 내 생일을 잊지 않는데 지난 주엔 가족 메세지 방에 'coming sunday is my birthday' 라고 오지랖을 떨며 문자를 보냈다. 그러면서 작은 아이한테는' 니가 첫월급을 받아 절반이나 엄마 용돈을 주었으니 이번 생일은 선물 하지 말고 그냥 넘어가라 '하고 문자를 따로 보낼까 한참 고민을 했다. 그런데 딸 아이가 결혼을 하고 맞는 나의 첫번째 생일이고 사위도 자식이니 장모 생일은 작은 것이나마 챙기게 해야 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그 생각은 접었다. 남편과 외식을 하고 아이들의 축하 전화를 받고 며칠 지나서 아이들한테 선물이 왔다. 배송이 지연이 되었다고 하더니 그제는 아들의 선물이 오고 어제는 사위한테 선..

아들이 다니러 왔다

2023년 9월 10일 일요일 큰아이는 이번 일주일이 리서치 기간이다. 이번에 옮긴 플로리다 대학에서는 1년에 12주의 리서치 기간과 별도의 휴가기간이 주어지는데 첫 리서치 1주간이 시작되어 집에서 2박 3일 정도 보내고 켈리포니아에 가서 컨퍼런스에 참가하고 다시 플로리다로 돌아간다. 이 플로리다 대학에서 레지던트를 마치려면 2개의 논문을 써야 하는데 이미 논문 한 개는 작년에 다 썼고 나머지 한 개는 쉬엄쉬엄 하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난 이 아이를 볼때마다 마음이 참 안 좋다. 미국 전역에 32개 밖에 없는 수의대를 들어가기 위해 무척 노력했고, 졸업을 하고 다른 동기들은 다 동물 병원에 직장을 얻어 적지 않은 연봉을 받으며 삶을 즐기는 데 아이는 공부에 대한 욕심이 많아 인턴 과정 3년을 마쳤고 레..

두어 달 만에 비님이 오시네

2023년 9월 4일 월요일 오늘은 노동절이다. 남편도 출근을 안 하는 날이어서 느긋하게 일어나 아침을 먹고 나는 가게에 왔다. 우리 가게는 특별한 휴일에 한가한 편이어서 오늘은 그동안 못 했던 회계정리나 하고 가자 하고 마음 느긋하게 먹고 왔다.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 밖에 비가 오고 있었다. 이 비는 너무나 오랫만에 내리는 반가운 비여서 제발 조금만 더 내려라 하고 기도하는 맘으로 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휴스턴의 올 여름은 매일 최고 기온을 갈아치우듯 뜨거운 날들의 연속이었다. 거의 두 달 넘게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아 가뭄이 심해 불조심하라는 방송까지 나오고 있고 가로수로 심어진 나무까지 더위에 축 늘어져 있는 모습이다. 관리가 잘 되는 골프장의 잔디까지 맨 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최악의 가..

정말로 소중한 작은 잎들

2023년 9월 5일 화요일 작년 연말에 떡갈 고무 나무 두 그루를 들여다 놓고 정성스레 키우고 있다. 작은 가지들을 잘라 물꽃이를 해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고 나도 개체수를 세 그루를 더 늘리게 되었다. 봄이 되고 여름이 되면서 성장 속도가 아주 빨라져 키가 커졌고 새 잎 또한 한 번 나오면 아침 저녁으로 눈에 띄게 커져 가고 있었다. 난 외목대보다는 풍성하게 자라는 게 더 보기 좋을 것 같아 7월 말에 본 줄기를 싹둑 자르게 되었다. 잘라내는 마음이 너무 아쉬워 잠깐 후회도 되었는데 한 달 정도 지나고 나니 곁에서 조그만 눈이 나오는 것 같아 아침 저녁으로 들여다 보며 관찰을 하고 있었다. 조그만 점들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을 하더니 한 그루에서는 새 줄기가 다시 뻗어서 크고 있었다. 한 나무는 줄기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