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미국생활

오랜만에 수험생 엄마가 되어.

김 정아 2024. 4. 7. 21:19

2024년 4월 7일 일요일

 

큰 아이는 내일 '스페셜 닥터'가 되기 위한 시험을 보는 날이다.

수의대를 졸업하고도 무려 5년 동안 인턴 과정과 레지던트 과정을 가고 있고 내일 시험에 통과하면 그간의 노력을 보상 받게 된다.

나는 아이에게 " 그 시험 어려워? 몇 프로나 합격하니?" 하고 물었더니 "플로리다는 거의 95프로가 넘게 합격 되요" 한다.

"그러면 너도 걱정 없이 합격 되겠네 "했더니

"엄마 나는 미네소타에서 왔잖아 "한다.

 

작년 미네소타 대학에서의 일년은 정말 최악이었다.

몇 백대 일의 살벌한 경쟁율을 뚫고 미네소타 대학에 레지던트로 들어갔지만 지도교수들이 더 좋은 조건을 제안 받고, 거기에 신경을 쓰느라  레지던트 학생들을 가르치지 않았던 것이다.

어렵게 들어갔던 동기 레지던트 3명도 앞날을 모색하느라 여기저기 알아보았고, 아들도 1년 후에 다른 곳으로 레지던트 코스를 알아봐야 되어서 진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다.

 

결국 동기 한 명은 일반 수의사로 가게 되었고 한 명은 어찌어찌 그 대학에 남게 되었고 ,우리 아이는 백방으로 수소문하고 대학원 때 교수님이 추천을 해 주어 천신만고 끝에 플로리다  대학으로 오게 되었다.

 

와서 처음 몇 개월은 플로리다 학생들과 실력 차이가 많이 났다고 했다.

거의 일년을 허송세월 했으니 당연히 그럴만했고 그래서 더 열심히 했는데 차츰 적응하면서 플로리다 대학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참 좋았다고 했다.

 

'스페셜 닥터' 시험이 엄청 중요한 것이긴 해서 학교에서 출근 하지 말고 4주간 시험 준비하라고 휴가를 주어 열심히 공부를 하고 드디어 내일 시험이다.

 

오랜만에 수험생 엄마가 되어 아들에게 내일은 평소에 먹지 않았던 음식은 먹지 말고 ,신경이 안정된다니 바나나는 꼭 먹고 저녁에 일찍 푹 잠자리에 들라고 당부를 했다.

 

중요한 시험이 하루가 남으니 나도 덩달아 긴장이다.

7시간 이상이나 시험을 봐야 한다니 체력도 좋아야 할 것 같은데 걱정이다.

 

 

이런 와중에 딸 아이와 사위는 4박 5일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여행을 떠났다.

이비인후과 레지던트 1년차가 이런 시간이 있다는 게 희한하다.

1년차가 그래도 좀 시간 여유는 있다고 들었으니 그런가보다.

딸 부부가 이렇게 시간 내어 여행을 가면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 맘이 좋기도 하는데 ,아들의 힘든 시간을 생각하니 엄마 맘이 참 이상하다.

온 가족이 있는 그룹 메세지 방에 여행 사진을 올리는데 "그런 사진은 오빠가 있는 방에 올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엄마랑 아빠 있는 방에만 올리면 안 되?" 하는 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딸의 행복한 시간이 좋고, 아들의 힘든 레지던트 생활이 안타깝다.

 

그런데 아들이 언젠가 그랬다.

"엄마 레지던트 끝나면 나 데려가려고 줄 서 있는 병원이 수도 없이 많아요.나 거기에서 연봉 많이 주는 곳 얼마든지 골라갈 수  있어요" 그 말에 나도 위안을 받기로 했다.

 

 

 

*딸 부부가 도미니카 공화국의 묵고 있는 호텔이라고 사진을 보내 왔습니다.

정말 그림같이 아름다운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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