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에 대해 83

발렌타인 데이에 받은 꽃 한 다발

2025년 2월 14일 금요일 오늘은 우리 유학생 아이의 18번째 생일이었다.어제 미리 아이와 그 쪽 홈스테이 부부와 함께 한국 식당에서 밥을 먹고 케잌에 초를 꽃아 생일을 축하 해 주었다.아이 하나 키우는데 온 동네가 거들어야 한다는 소리가 있듯이, 우리도 이 아이 하나를 바르게 키워내기 위해 막중한 사명감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 아이들은 이 아이를 '엄마의 막내 아들' 이라고 칭한다.큰 아이는 " 엄마 그 애도 의사가 된대?" 한다." 뜬금 없이 무슨 의사?" 했더니" 엄마 애들은 다 의사잖아. 엄마 막내 아들도 의사가 되야지" 해서 웃었다. 다섯명이 같이 밥을 먹고 아이는 홈스테이 부부와 함께 그들 집으로 돌아갔고 우리는 꽃집에 가게 되었다.프리지어를 찾아보니 그 한국 꽃집에도 없어 나오..

요즘 남편이 변했다

2025년 1월 26일 일요일남편이 아프기 전에는 집안일에 아주 협조적이었다.집에서 김치를 담아 먹을 수 있었던 것도 남편이 모든 걸 준비해 주었기 때문이고 , 내가 가게 일에 바빠 대학 다니던 애들 일에 신경을 쓸 수 없을 때도 남편이 가끔 애들 음식을 해서 아이들 손에 들려 보내주었고 ,애들이 아플 때도 운전하고 가서 음식을 해 주기도 했다.아프고 수술하고 나서는 집안 일에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아도 난 그것에 일말의 불평이 없다.그동안 애들이나 가정에 헌신해 왔던 것을 알고 이렇게 회복해 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우니까.그런 남편이 요즘 좀 변했다.어느 날은 설거지를 해 놓기도 하고 ,청소기도 돌리기도 한다.오래 써서 기름 때가 찌든 후라이 팬을 더 쓸 수가 없어서 버리려고 방치해둔 것을 보더..

남편의 취미 생활 하나 더

2025년 1월 15일 수요일 남편은 몇 년 전부터 위스키를 모으는 취미를 갖게 되었다.본인은 술을 입에 한 방울도 안 대는데 못 마시는 대신 자기가 마시고 싶은 걸 모으는 지, 어쩐지 그 취미를 갖고 한 병씩 모으더니 이제 2층 위스키 룸의 장식장을 거의 채우게 되었다.내가 위스키 모으는 걸로 잔소리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는데 위스키를 사 와서는 나 몰래 2층으로 가져가 채워 놓고는 했다.그리고 손님이 올 때 한 병씩 따면서 향만 맡고 사람들이 즐겁게 마시는 걸 아주 기쁘게 바라보고는 했다.얼떨결에 나도 위스키를 가끔 홀짝 거리게 되었다. 그런데 이제는 취미 하나가 더 생겼다.어제 골프 공을 모으는 장식장 하나가 배달이 되었다.그 장식장을 고이 모시고 2층으로 올라가 그 동안 골프 다녀온 곳에서 사 왔..

남편의 세 번째 스무살 생일

2024년 10월26일 토요일 오늘 남편의 60번 째 생일이다. 다른사람들처럼 무탈하게 60을 맞았다면 아이들도 부르지 않고 우리 둘이 조용하게 외식을 하며 생일을 보냈을 것이다. 그런데 거의 3년 전 위 전체를 없애는 대수술을 하고 맞는 생일이다. 그 어려운 수술을 하고 회복 중인 남편의 생일을 우리를 응원하고 사랑해 주는 사람들과 같이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친구 40여명을 불러 아이들과 같이 했다. 가족 대표로 아들의 인사가 있었는데 좀 감동이어 실어 보았다. 안녕하세요. 아들 김00입니다 귀한 시간내어 저희 아버지의 환갑을 축하하러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가 처음 미국 휴스턴 왔을때가 2002년도 인데요. 지금 돌아봐도 그때의 아버지는 덩치도 좋으시고 체력도 엄청 나셨어요. 당일치기로 LA..

한국 출장에서 돌아와 또 이탈리아 출장

2023년 12월 13일 남편은 이틀 전 한국 출장에서 돌아왔다. 어제 하루 사무실에서 일 하고 오늘 이탈리아로 10일간 출장을 떠났다. 20,30 대 장정도 하기 힘든 일정을 소화하고 다닌다. 나는 그런 남편을 볼 때마다 너무 안타깝고 빨리 은퇴를 해서 시간 넉넉하게 살았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현역에 있는 이상은 자기가 일을 줄이고 싶다고 줄여지는 일이 아니라서 난 항상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다. 올해 마지막 출장이라고 하는데 올해 마지막이면 뭐하냐고요. 내년에도 마찬가지로 올해와 똑 같은 삶이 기다리고 있을텐데 .... 오늘은 남편이 위암으로 위전절제 수술을 한 지 만 2년이 되는 날이다. 2년을 축하하기 위해 케잌에 불을 켜놓고 둘이 자축했다. 앞으로 20년 후까지 건강하게 지내길 ..

오랜만에 남편과 함께 한 아침

2023년 8월 19일 토요일 남편이 아프기 전에는 매주 토요일마다 스타벅스에서 아침을 먹었다. 주중 내내 바빠 대화 나누기 쉽지 않은데 토요일 아침은 커피 한 잔에 조각 케익 하나를 먹으면서 주중에 일어났던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 이웃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하는 시간이 참 좋았다. 그러나 남편이 위전체 절개 수술을 받으면서는 뭘 같이 먹는게 쉽지 않았고 더군다나 커피는 입에도 대지 않으니 그런 시간들이 자연히 우리 일상에서 사라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남편은 오랜만에 나랑 브런치를 하고 싶다고 해 거의 1년 8개월 만에 둘만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여전히 남편은 먹는 것에 힘들어하고 시킨 음식을 반 이상을 남겼지만 같이 한 오늘 아침 참 좋았다. *남편은 여전히 병색이 완연한 모습이네요..

남편의 취미생활

2023년 2월 27일 월요일 요즘 남편에게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술을 입에 한 방울도 대지 않는 사람이 갑자기 위스키를 수집하기 시작한 것이다.이전에 건강했을 때도 술로 인해 나를 걱정 끼친 적이 별로 없었다.술을 좋아하진 않지만 술자리엔 항상 끼어 있던 사람이고 정신줄 놓고 있는 사람을 집에까지 데려다 주고 맨 마지막에 집에 오는 건 항상 남편의 몫이었다.술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았고 사업상 만나는 사람들이 많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수술을 하고 나서는 아무도 술을 권하지 않았고 그 핑계로 남편은 아주 기꺼이 술과 작별을 했다. 그런데 요즘 술을 모으고 있다. 어쩌다 한번씩 와인 룸에 올라가면 술병이 자꾸 늘어 둔감한 내 눈에도 '이게 뭐지? 언제 이렇게 술 병이 늘었어?' 하게 된다.어느 날은..

수술 후 맞은 남편의 첫 생일

2022년 12월 12일 월요일 남편은 1년 전 오늘 , 한국에서 위암 수술을 했었다. 평소 간이 안 좋아 검진 시 마다 긴장하며 간 상태를 확인하곤 했었는데 느닷없이 생각지도 않은 위 부위에 암이 생겼다. 위치가 안 좋아 위 전체를 도려내는 수술을 했고 힘겹게 위 없는 생활에 적응을 해 나가는 중이다. 자꾸 빠져 80키로가 넘던 몸무게가 이제 69키로에 머물러 있고 ,밥을 먹고 나서는 한참 동안 몸에 식은 땀이 나고 허리를 꼿꼿이 펴지 못하지만 여하튼 감사하게도 1년을 보냈다. 지난 1년간 우리를 위로하고 응원해 준 거래처 사람들과 회사 사람 그리고 친한 친구들을 초대해 자축의 장을 마련하고 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점심 시간에 작은 일식집 전체를 빌려서 파티를 했습니다. 작은 가방 안에는 컵..

남편 솜씨 100%

2022년 3월 6일 일요일 남편은 엊그제 물김치를 담는다며 배추 두포기와 부속 재료들을 사왔다. 그 며칠 전에 사온 배추김치가 너무 맛이 없어 집에서 4포기를 담가 놓아 김치 풍년인데 또 물김치를 담겠다고 해 난 모르겠으니 알아서 하라고 했다. 그 간은 출근 하느라 배추를 냉장고에 넣어 두었는데 일요일이니 오늘 성당에 다녀와서 담그라고 하고 나는 가게를 나갔다. 가게에서 돌아와 보니 이렇게 두 병이 가지런히 놓여있네 난 물김치를 한 번도 담구어 본 적이 없는데 나도 안 해 본 물김치를 이렇게 만들어 놓았다. 맛도 그럴듯하다. 하룻밤 상온에 두었다 내일은 냉장고에 넣어야겠다. 남편 고마워!

10년만에 앞치마를 꺼내 입고

2022년 1월 16일 일요일 20대 때부터 내 소원은 부엌 없는 집에서 사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대학을 가고 가게를 시작하면서는 그 소원을 어느 정도는 이루고 살았다. 아이들을 위해 밥을 할 일이 없어졌고 남편은 거의 밖에서 식사를 해결했고 같이 있는 토요일, 일요일의 밥당번은 남편이었다. 그래서 남편 손에 밥을 얻어 먹고 사는 일이 많아졌다. 청소 아줌마가 청소를 하고 가고 나서도 우리 집 부엌 싱크대나 개스랜지 주위에는 기름 튀는 일도 없고 요리하는 흔적이 거의 남지 않을만큼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어 나름 기분 좋게 지내고 있었다. 그러나 13일에 남편이 휴스턴으로 돌아오고 나서의 내 많은 시간은 부엌에서 보내고 있다. 펜츄리 깊은 곳에 박혀 있던 앞치마를 꺼내 입고 부엌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방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