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미국생활 298

오랜만에 수험생 엄마가 되어.

2024년 4월 7일 일요일 큰 아이는 내일 '스페셜 닥터'가 되기 위한 시험을 보는 날이다. 수의대를 졸업하고도 무려 5년 동안 인턴 과정과 레지던트 과정을 가고 있고 내일 시험에 통과하면 그간의 노력을 보상 받게 된다. 나는 아이에게 " 그 시험 어려워? 몇 프로나 합격하니?" 하고 물었더니 "플로리다는 거의 95프로가 넘게 합격 되요" 한다. "그러면 너도 걱정 없이 합격 되겠네 "했더니 "엄마 나는 미네소타에서 왔잖아 "한다. 작년 미네소타 대학에서의 일년은 정말 최악이었다. 몇 백대 일의 살벌한 경쟁율을 뚫고 미네소타 대학에 레지던트로 들어갔지만 지도교수들이 더 좋은 조건을 제안 받고, 거기에 신경을 쓰느라 레지던트 학생들을 가르치지 않았던 것이다. 어렵게 들어갔던 동기 레지던트 3명도 앞날을 ..

뭐라고? 김으로 미역국을 끓였다고?

2024년 1월 29일 월요일 딸 아이는 일년에 두 차례 정도는 심한 고열에 시달리는 등 몸살을 지독하게 앓는다. 대학 시절, 의대 시절에는 3시간만 운전하면 되어서 남편이 가서 국을 끓이고 반찬을 몇 가지 만들어 주는 경우도 많았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어서 4일동안이나 병원출근을 못했다. 한국 의학 드라마를 보면 레지던트들은 잠 자는 시간도 없을 만큼 바쁘고 하루 20시간 이상을 업무에 시달린다고 하던데 나도 아이 걱정이 되었지만 또 동료 레지던트들이 아이 없는 빈자리를 채우려면 정말 아픈 것도 민폐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사위 Andrew에게 전화를 해 배를 사다가 중탕을 해 즙을 짜 먹이라고 했다. 앤드류는 나한테도 전화를 해 soup을 끓여 주고 싶은데 뭘 해야 하느냐고 물어 미역국을 해..

우리 두 아이들은 …

2023년 12월 10일 일요일 추수 감사절을 집에서 아빠와 보내고 간 아이들은 또 생업전선에서 열심이다. 큰 아이는 미네소타 대학에서 플로리다 대학으로 옮겨 가서 적응하느라 나름 힘든 시간을 견뎌내고 있다고 했었다. 어려서부터 여동생과는 달리 새로운 환경에 가는 것을 무서워하였고 그 환경에 적응하기까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이번에 플로리다 대학으로 옮기면서도 같은 레지던트나 스텝들과 어울리는 게 힘들다고 했었는데 엊그제 통화에서는 이제 완벽 적응했다고 , 이제 출근하는 게 즐겁다고 해서 마음을 놓았다. 연말 행사로 레지던트들이 사진을 찍었는데 해마다 컨셉을 달리해서 찍는데 이번에 정장과 드레스 컨셉이라고 하며 사진 몇 장을 보내 왔다. 동료들과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나도 미소가 지어졌다. 딸아..

딸 아이 부부와 2 박 3일

2023년 11월 10일 금요일-11월12일 일요일 딸이 결혼을 하고 6월 초에 lubbock으로 이사를 간 이후 한 번도 딸을 본 적이 없어 슬슬 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한 번 다니러 오라고 했는데 엄마 아빠가 자기네를 보러 와 주면 더 좋겠다고 해서 짧은 일정으로 다녀왔다. 차로 가면 7시간은 가야 하는데 비행기로 가니 1시간 반이었다. 금요일에 일을 끝내고 밤 비행기로 도착하니 10시가 넘었다. 짧은 인사 후에 잠자리에 들었다가 토요일 아침에 남편이 해 준 떡만두 국으로 아침을 먹고 아이들과 'farmer's market'을 둘러 보았다.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것인데 말그대로의 농부들의 마켓이 아니라 한국으로 치자면 5일장 같은 거라고 하면 더 맞을 것 같다. 각자 부스 하나씩 차지하고 자기네가 ..

아들이 다니러 왔다

2023년 9월 10일 일요일 큰아이는 이번 일주일이 리서치 기간이다. 이번에 옮긴 플로리다 대학에서는 1년에 12주의 리서치 기간과 별도의 휴가기간이 주어지는데 첫 리서치 1주간이 시작되어 집에서 2박 3일 정도 보내고 켈리포니아에 가서 컨퍼런스에 참가하고 다시 플로리다로 돌아간다. 이 플로리다 대학에서 레지던트를 마치려면 2개의 논문을 써야 하는데 이미 논문 한 개는 작년에 다 썼고 나머지 한 개는 쉬엄쉬엄 하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난 이 아이를 볼때마다 마음이 참 안 좋다. 미국 전역에 32개 밖에 없는 수의대를 들어가기 위해 무척 노력했고, 졸업을 하고 다른 동기들은 다 동물 병원에 직장을 얻어 적지 않은 연봉을 받으며 삶을 즐기는 데 아이는 공부에 대한 욕심이 많아 인턴 과정 3년을 마쳤고 레..

용돈을 받는 날이 다 오네!

2023년 8월 25일 금요일 딸 아이는 올해 5월에 의대를 졸업하고 7월부터 이비인후과 레지던트를 시작했다. 난 아이에게 "첫월급을 타면 한국에선 부모님한테 속옷을 선물하는데 너도 첫 월급을 타면 엄마 아빠 속옷 선물 해줘.니가 속옷을 사기엔 사이즈도 모를테니 그냥 돈으로 주면 엄마 아빠가 알아서 할게." 했더니 "엄마, 그럼 얼마 주면 되?" 해서 "엄마한테 천불, 아빠한테 천불해서 2천불 엄마한테 보내" 했다. "엄마 ,레지던트 월급이 4천불 조금 넘는데 2천불 보내면 나는 뭐 먹고 살아?" 해서 "너를 대학 졸업시키고 대학원 졸업시키는데 엄마 아빠가 얼마나 등골이 휘었는데 겨우 2천불 가지고 그러냐?' 했더니 "알았어 엄마, 월급타면 2천불 보낼게" 하고 합의를 보았다. 그리고 7월이 지나서 월급..

이 웨딩드레스를 어쩌란 말이냐!

2023년 7월 28일 금요일 나연이의 결혼식을 마친 웨딩드레스는 어찌나 열심히 춤을 추고 놀았는지 밑단이 아주 새까맣게 변해 있었다. 한국처럼 빌려 입는 드레스가 아니고 우리가 돈을 주고 맞춘 것이기 때문에 어디에 반납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여하튼 보관을 해도 드라이크리닝은 한 번 해야 하기 때문에 다니던 세탁소에 가서 비용이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더니 자그마치 300불이라고 한다. 헉! 300불? 만약 세탁소가 지구상 하나라면 300불이 아니라 3천불이라고 해도 망설임 없이 맡겼을 것이지만 도처에 세탁소가 있는데 다른 데 가서 가격이나 물어보자 하며 드레스를 차에 싣고 다녔다. 그러고서 거의 한 달 간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다른 곳에 가는 것도 귀찮아서 다니던 곳에 다시 가서 세탁을 해 달라고 해서 ..

한 걱정을 덜다

2023년 7월 1일 토요일 큰 아이는 수의대를 졸업하고 공부를 더 하고 싶어해 인턴 3년 과정을 마치고 지금 레지던트 1년차가 끝나가고 있다. 이 넓은 미국에 수의대가 전체 33개 밖에 없다. 난 50개 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50개가 아니고 33개라고 하니 수의대를 들어갈 때부터 경쟁율이 어마어마 했다. 졸업을 하고 인턴 과정을 들어갈 때도 피튀기는 경쟁 속을 걸어야 했고 그 다음 레지던트를 가기 위해 1년 재수를 하며 리서치를 했다. 정말 힘들게 레지던트를 합격해 미네소타 주립 대학에서 맘 편히 레지던트 코스를 마치는 가 했더니 변수가 생겼다. 레지던트들을 지도하는 교수들이 두 명이나 연봉 좋은 곳으로 옮겨가게 되어 더 이상 레지던트를 맡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내년 학년부터가 아니라 지금 있는 레..

Lubbock으로 이사

2023년 6월 2일 금-6월 3일 토요일 딸 아이가 러벅의 텍사스 텍 대학병원으로의 레지던트가 확정이 되고 나서 바로 집을 알아보려 다녔다. 남편과 러벅에 한 번 다녀왔을 때는 마땅한 집이 없었고 신혼여행 갔다가 바로 딸과 사위가 러벅에 다시 집을 보러 갔는데 마침 맘에 맞는 집을 찾았다. 의사에게는 다운페이도 없고 대출 서류도 일반인보다 간단해 맘에 맞는 집을 찾고 나서는 아주 수월하게 일이 진행 되어 6월 1일에 모든 절차가 끝났다. 어제 우리는 딸의 짐을 이사짐 트럭에 싣고 아침 5시에 휴스턴을 출발해 8시에 샌안토니오에 도착했다. 거기서 나연이가 쓰고 있던 짐을 다시 싣고 6시간을 운전해 무사히 러벅에 도착했다. 때마침 러벅은 나연이를 격하게 환영하는지 우박과 홍수와 토네이도의 3종 세트가 우리..

샌 안토니오 River Walk 에서

2023년 5월 20일 토요일 어제 졸업식을 마친 아이는 오늘 아침에 의대 4년 동안 절친으로 지냈던 친구들과 전문 사진사를 동반해 캠퍼스에서 사진을 찍고 친구 엄마가 열어 주는 칵테일 파티에 참석을 한다고 했다. 앤드류는 우리와 아침을 같이 먹자고 했지만 아이들의 시간이 촉박해서 우리는 신경쓰지 말고 너희끼리 일정을 소화하라고 했다. 원석이와 나는 느긋하게 일어나 아침을 먹고 샌안토니오 거리를 돌아다녔다. 20년 전에 와 보았던 River walk을 산책하고 조그만 미술관에 들러 현대 설치 미술을 둘러 보고 앤틱 하우스에 둘러 미국의 오래전 모습도 둘러 보았다. 그리고 일정을 마친 나연이와 앤드류를 만나 식사를 같이 했다. *앤드류가 외조를 아주 톡톡히 하고 있어요. 본인은 술을 마시지도 못하고 나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