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제 경제인 149

제빵 훈련 중

2023년 8월 20일 일요일 우리 가게는 세 포지션이 있다. cashier, kitchen, baker인데 다 중요해서 누군가 한 사람이 나가면 트레이닝 시키는 일이 보통이 아니다. 그나마 계산원이나 부엌에서 샌드위치 싸는 사람이 나가면 힘들어도 견디는데 베이커가 나가면 거의 비상이 걸릴 듯하다. 우리 베이커 Leo는 뭐 하나 버릴 것이 없는 사람이다. 나랑 동갑이어 백발이 성성하고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은 사람이지만 하루동안 말 한마디 없을 정도로 과묵해 불만 한번이 없고 쓰고 난 그릇들은 항상 깨끗하게 청소를 해 놓고 빵도 아주 예쁘게 잘 만들고 지각 결석이 한 번 도 없다. 그 와이프 엘리샤는 부엌에서 일하는데 너무나 이기적인 사람이어서 조금만 힘들어도 어쩌니 저쩌니 하며 불만을 쏟아낸다. 여기서..

아, 진짜 한숨 나온다

2023년 7월 29일 토요일 일 잘 하던 부엌 아줌마 하나가 6월 초에 그만두고 난 후 내가 부엌에서 살다시피 했는데 그 이후로 영어를 할 줄 아는 아줌마 하나를 구했다. 처음엔 그 남편이 일을 하기로 했었다. 메니저가 알고 있는 40된 아저씨를 나한테 소개를 해 주었는데 내가 아무리 사람이 없어도 40된 아저씨를 쓸 수는 없었다. 내가 보건데 미국에서 가장 임금이 낮은 곳이 우리처럼 델리 가게인 것 같다.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머리가 좋아야 하는 것도 아니어서 우리 가게도 고등학생 3 명, 그리고 영어가 안 되는 스페니시 4명과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 못한 성인 미국인 3 명이 있다. 40이 된 아저씨가 임금 낮은 델리에 와서 버틸 수 없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고 며칠 하다 나가버리면..

메뉴 보드 완성

우리 가게는 휴스턴 지역에서 거의 처음으로 디지털 메뉴 보드를 설치했었다. 세달에 한 번씩 새로운 메뉴가 나오기 때문에 메뉴판을 바꿔 다는 일이 참으로 번거로웠는데 디지털로 바뀌고 나서는 한결 편하게 가게를 운영할 수 있었다. 우리가 설치한 이후 5,6년 후에쯤은 모든 가게가 의무적으로 디지털로 바뀌었다. 사람이던 기계던 오래되면 고장이 나기 마련인데 어느날부터 맨 왼쪽 보드 하나에 작은 실금이 가는 것 같더니 시간이 지나니 더 커지고 급기야 화면이 검정으로 바뀌면서 글씨를 읽을 수도 없게 되어 그 화면은 꺼 놓고 있었다. 새로운 티비 하나를 사서 달아야 해서 본사와 이 메일을 주고 받았고 설치는 내가 할테니 스크린만 하나 보내달라고 했었다. 그런데 올 때가 되었는데 3,4 개월이 지나도 아무 소식이 없..

푼 돈을 훔쳐가네

2023년 5월 29일 월요일 메모리얼 연휴라 가게가 한가해서 오늘은 일찍 퇴근을 했다. 혼자 뒹굴거리면서 유튜브를 보다, 넷플렉스를 보다가 놀고 있었다. 대부분 내 휴대폰은 진동으로 되어있는데 한참 놀다가 휴대폰을 보니 가게 직원한테 두 번이나 전화가 왔고 문자가 두 개나 와 있었다. 비어있는 팁통을 남자 화장실에서 발견했다는 것이다 카메라를 돌려 보고 싶은데 비밀번호를 알려 달라고 한다. 그런데 이미 상황이 끝났고 cctv를 돌려 본다 한들 범인을 잡을 수도 없는 것이어서 그냥 잊어버려라 하고 말았다. 옷 가게나 가발가게, 엑세러리 가게를 하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고충은 도둑이 많다는 것이다. 아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 정말 도둑들 때문에 장사하는 게 힘들다고 하는데 나는 음식을 도둑 맞을 일은 없었다...

와! 1 등을 해 버렸네 !!

2023년 5월 18일 목요일 요즘은 앉은 자리에서도 음식점들에 대한 정보를 속속들이 알 수 있다. 100% 객관적인 정보이지는 않을 수도 있지만 평점을 보면 대충 어떤지는 짐작 할 수가 있다. 나도 그 정보를 아주 맹신하지는 않지만 이왕이면 리뷰가 좋으면 안 좋은 쪽보다 좋은 쪽을 선택한다. 그래서 업주들은 리뷰 관리에 신경을 아주 안 쓸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 뉴스에서 '별점 테러를 당했다'. '또는 별점 테러를 하고 왔다 '라는 것도 보았다. 우리 브랜드에서도 'overall guest satisfaction'것을 3개월에 한 번씩 평가를 한다. 고객만족도라는 것인데 음식의 맛, 직원들의 친절도, 가게 청결도, 음식 나오는 시간등 다양한 분야를 평가를 한다. 지난 번 평가에서 우리 가게는 휴스턴 ..

아, 이게 뭐야? 그래도 감사!

2023년 1월 26일 목요일 가게를 하면서 참 난감한 게 있다. 쉬는 날인데 단체 음식 배달이 있으면 휴일을 반납해야 하고, 어떤 땐 한 시간 남겨두고 주문을 하고 배달을 해 달라고 한다. 대체로는 남편의 힘을 빌어서라도 맞추어 주었는데 이제 그렇게 하기가 싫다. 직원이 넉넉하게 있으면 문제가 없는데 그러지 않은 상황이니 좀 힘들다. 그래서 웹사이트에 들어가 배달 주문을 없애버리고 찾으러 오는 단체주문만 받고 있다. 그러고 나니 신경 쓸 일이 줄어 많이 편해졌다. 그런데 연이어 황당한 상황이 있었다. 지난 주 토요일에 가구가 들어 오는 날이어서 집에서 편하게 있다가 휴대폰을 봤는데 새 메일이 왔다고 되어 있어 뭔가 하고 봤더니 단체 주문이 떠 있었다. 12시 45분 pick up 인데 내가 확인 한 시..

시간 죽이고 있는 중

2022년 12월 20일 화요일 오늘 새벽에 문자 오는 소리가 땡 하고 났다. 새벽에 오는 문자는 100% 좋은 내용이 아니다. 누군가 가게 못 나온다는 소리가 대부분이다. 아, 나 오늘 쉬는 날인데 누가 못 나오는거야? 하고 짜증 섞인 마음으로 휴대폰을 들어 내용을 확인해 보니 매니저가 열이 있어서 못 나올 지 모른다며 10시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알려 준다는 소리다. 다른 사람 아니고 메니저라 아무 소리 안 하고 내가 나갈 수 있으니 오늘은 쉬어라하고 문자를 보냈다. 아기를 가진 몸이라 조심해야 하기도 하고 평소에 워낙 성실하고 나만큼 가게를 사랑하는 사람인지라 아무 걱정 말라고 하고 가게에 나갔다. 몇 시간만 하고 돌아오려고 했는데 갑자기 빵 굽는 오븐에 고무 팩킹이 떨어져 나가 그것을 수리 해 놓아..

가끔 짜증 나는 손님들도 있다.

2020년 10월 8일 금요일 바쁜 하루를 보내고 집에 가려다 몸이 너무 힘들어 가게 사무실에 앉아 있다 보니 교통체증을 피 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 가게를 나서려는데 케쉬어 한 명이 나를 찾는다. 손님이 영수증 하나를 들고 와서 환불을 해 달라는 것이다. 그래서 사무실 밖으로 나가 보니 거의 70도 넘어 보이는 할머니 한 명이 영수증을 들고 서 있었다. 일주일도 더 지난 영수증을 들고 샌드위치 두 개 가격을 다 환불해 달라는 것이다. 무슨 문제가 있었냐고 물었더니 salami 가 다 탔다는 것이다. 사라미 두께는 거의 종이 정도되는 아주 얇은 고기이다. 오븐에 들어갔다 나오는 시간이 1분 1초로 설정되어 있는데 그 보다 더 짧은 시간이면 다른 고기들이 데워지질 않고 빵의 치츠가 녹지 않는다. 더 길게 ..

Leo, 화상이 더 심해졌네

2020년 10월 4일 화요일 우리 가게 빵굽는 아저씨는 영어를 하나도 못하는 멕시코 사람이다. 영어로 월요일 , 화요일, 수요일이라는 단어조차 모르고 10이 넘어 가는 숫자도 나하고 의사소통이 안 된다. 그 아내는 우리 가게 부엌에서 샌드위치를 싼다. 그 아내가 통역을 해서 나는 레오와 의사소통을 한다. 그렇다고 그 아내가 영어를 잘 하는 것도 아니다. 말은 조금 하지만 I don't know같은 문장은 영어로 쓰지 못해 문자를 보내오면 한참 생각을 해야 한다. 여하튼 그 레오는 two job을 한다. 오전에는 우리 가게에서 빵을 굽고 오후엔 중국 식당에 가서 설거지를 하고 요리하는 것을 조금 도와 준다. 그런데 지난 주에 왼쪽 팔에 붕대를 감고 왔다. 깜짝 놀라 왜 그러냐고 했더니 중식당에서 기름에 ..

내 돈을 훔쳐가?

2022년 9월 21일 수요일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하는 나의 일과는 휴대폰을 들어 은행계좌를 조회하는 것으로 부터 시작된다 내가 발행한 수표들을(Check) 몇 장이나 사람들이 찾아갔는지, 손님들이 카드로 결재한 금액들이 제대로 들어왔는지, 잔고가 대충 맞는지 확인하는데 오늘은 수표 하나가 내 눈을 잡았다. '아니, 내가 이 이름으로 발행한 $1950 수표가 없는데 이게 뭐지?'하고 기억을 되살려 봐도 통 아는 이름이 아닌 것이다. 내가 기억을 못하나? 하고 자세히 보니 수표 번호가 엉뚱하다. 지금 발행하는 번호가 6800 번 대인데 이 것은 7700번대인 것이다. 그리고 수표의 글씨들도 정상적인 내 수표보다 글씨 크기보다 더 크다. 그런데 싸인은 정확한 내 싸인이다. 남편을 불러 은행계좌가 f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