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제 경제인

앓던 이가 빠지다

김 정아 2024. 2. 2. 05:54

2024년 2월 2일 금요일
 
작년 7월에 가게에 들어온 부엌 아줌마가 머리가 나빠도 너~무 나빠 무던히도 속을 썩였다.
지금은 전에 비해 메뉴가 아주 단순해져서 일주일 정도면 거의 모든 샌드위치를 쌀 수 있는데 ,이 아줌마는 20%도 못 싸고 있었다.
3분 단위로 같은 샌드위치 4개가 주문이 들어왔는데 그걸 다 엉뚱하게 싸 놓아 3개를 버렸다.
같은 말을 열번을 해 주어도 대답만 OK이고 처음 듣는 말처럼 행동을 한다.

앞으로 일주일 있으면 나아지겠지 했는데 전혀 진전이 없다.
한달이면 나아질까 했는데 두 달, 세달이 지나도 여전히 똑같으며 점심 시간에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샌드위치가 보통  서너개는 된다.
나 한국 갔다 오면 그 때는 티켓을 다 읽을 수 있겠지 했는데 그 기대도 물 건너 갔다.

샌드위치를 못 싸면 그걸 대체할만한 다른 장점이라도 있으면 좋을텐데 자기 자리는 항상 지저분하게 상추 토마토 찌꺼기가 쌓여 있고 ,손님이 없으면 뭐라도 좀 쓸고 닦고 했으면 좋으련만 자리에 서서 휴대폰을 쳐다보고 있고, 한가해서 청소라도 좀 시키면 Sarah(제 미국 이름)는 자기만 미워 한다고 한다.

우리 가게는 정기적으로 고객만족도 리스트를 이 메일로 보내 오는데 난 특별히 뭘 잘하지도 않는데 항상 top 10에 들어가 있다.
어느 때는 top1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고, 어느 때는 뭔지도 모르는데 1등을 했다고 상금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어떤 리스트가 오면 아주 거만스럽게도 제일 위에서부터 내 이름을 찾는 게 습관이 되었는데, 언제부터인가 top5에서 내 이름을 찾을 수 없고, 탑 10에서도 밀려나고 중간쯤에서나 내 이름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도대체 이게 뭔일인가 '심각하게 고민을 해 본 결과 그 이유는 새로운 부엌 아줌마였다.
티켓을 읽을 줄 모르니 지멋대로 mayo를 넣지 말라는데 넣어버리고, 양파 엘러지가 있어 넣지 말라는데 넣어 버린다.
운이 좋아서 옆에서 직원 누군가가 그걸 보고' 너 잘못 쌌다'고 하면 손님한테 가기 전에 시정을 할 수 있지만, 각자 자기 일이 있는데 그 여자만 지켜 볼 수 없다.

그나마 다이닝에서 먹는 손님은 뭐가 잘못 되었다고 갖고 오면 새로 싸 줄 수 있는데, 드라이브 스루나 투고를 해가는 손님들은 샌드위치를 열었는데 잘못 되어 있으면 기분이 엄청 나쁠 것이다.

나 또한 그럴 것이니까.
그 손님들은 불만을 웹사이트에 들어가 표출할텐데 그게 누적이 되니 내 순위가 그렇게 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최상의 음식을 손님들에게 제공하고 그 댓가로 돈을 벌어 직원들 월급을 주고 물건값을 내고 각종 공과금을 내고 가게를 유지한다.
자선 사업가가 아닌데 내가 막대한 손해를 보면서까지 이 여자를 데리고 있어야 하는 이유를 하나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직원 구하기가 쉽지 않아 때마다 이 여자를 내칠 기회를 놓쳤는데 마침 음식 배달 일을 해서 우리 가게 자주 오는 청년 하나가 일하고 싶다고 해서 그를 고용했다.
그런데 이 청년은 하나를 알려주면 다음 단계까지 알고 싶어하고 뭐든 하려는 의욕이 강해 5일 정도가 지나니 이 머리 나쁜 아줌마보다 훨씬 진도가 빠른 것이다.
난 어떻게 하든 이 여자를 보내야 했기 때문에 청년이 제시한 금액보다 더 준다고 했고 이 청년도 신이 나서 일을 했다.
이 부엌 아줌마는 5일 된  사람이 7개월 된 자기보다 훨씬 일을 잘하니 그런 눈치는 있었는지 오늘 일을 나오지 않았다.
 
가게하는 14년동안 수없이 많은 직원들이 거쳐갔지만 정말 최악 중의 최악이었다.
머리가 나쁘면 불평이라도 없던지, 청소라도 좀 하던지, 그 몸가짐 마음 가짐으로 남의 가게에서 돈 벌어 먹고 살겠다는 그 심보도 참 고약하다.
이 여자의 시간을 줄이면서 집으로 보내려고 했는데 다행히 스스로 안 나오니 정말이지 앓던 이가 빠진 기분이다.

7개월 동안 그 꼴을 보고 참아온 나도 참 대견하다.!
 
*온갖 정성으로 지켜온 내 가게를 그 여자 하나가 말아먹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