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제 경제인

일 못 하는 부엌 아줌마가 나가니 일이 술술 풀리네

김 정아 2024. 2. 9. 10:11

2024년 2월 7일 수요일

 

우리 가게는 일년에 5번 정도 인스펙션이 있다.

가장 힘든 것은 본사에서 위탁한 업체에서 상하반기 두번하는 것이고 , 시에서 두 번이 오고 본사 자체에서 한 번 정도 온다.

위탁 업체에서 오는 것은 아주 깐깐해서 어떤 사람은 스레기 통 안도 검사를 하고 , 전등 하나 나간 것도 체크를 하고, 수도 꼭지 물이 조금씩 흐르는 것까지 감점을 시킨다.

상대적으로 시에서 오는 것이나 본사에서 오는 것은 그래도 쉽게 넘어 간다.

위탁 업체의 루틴이 이번 1월에 다시 시작해 6개월에 끝난다.

위생점검이 아니라도 당연히 여러가지 철저하게 해야 하지만 나 혼자서 그 많은 것을 체크 하기에는 너무 기운이 빠진다.

직원들을 독려하고 신경을 쓰고 있다.

 

바쁜 점심 시간을 마치고 퇴근을 할까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정문으로 누군가 들어오는데 꼭 인스펙터처럼 보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점심시간이 끝난 오후에 사람이 나타났다.

보통은 아침에 오던데 생각지도 못한 시간대에 나타나서 나는 좀 당황을 했으며 그 짧은 시간이지만 내가 퇴근하지 않고 있는 시간에 와 주어서 고맙다는 생각도 했다.

여러가지 부족한 게 많은 것 같아 마음을 졸이고 있었는데 이 사람은 여기저기 검사를 막 하고 다니더니 혼자서 아주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노트북에 뭔가를 쓰고 있었다.

 

'아후, 이번에 통과되지 못하나봐' 하고 걱정에 걱정을 하고 있었다.

노트북에 뭔가를 적더니 또 부엌으로 들어와 이곳 저곳을 훑어보고 또 적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한참 시간이 흐른 후 나를 부르더니 사인을 하라고 한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gold를 받았다.

너무 기뻐서 "나 정말 gold받았냐"고 물었더니 모든 것이 정리가 아주 잘 되어 있고, 식품에 유효기간도 잘 적어 놨고 ,본사가 원하는 문서들도 다 있고, 식품의 온도들도 다 적당하게 지켜 지고 있다고 하면서 정말 골드라고 했다.

 

우리는 gold, green, yellow, red가 있는데 red를 받으면 인스펙션이 한 번 더 온다.

red만 안 받으면 만사 오케인데 골드를 받았으니 마음이 너무 편해졌다.

 

그리고 오후엔 어떤 사람이 전화를 해서 자리를 좀 예약해 놓을 수 없느냐고 했다.

지금은 한가한 시즌이라 예약 안 하고 와도 된다고 했더니 인원이 13명이고 바로 먹을 수 있게 준비가 되어야 되기 때문에 자리를 reserve 해 달라고 했다.

음식 주문은 내일 아침에 다시 전화를 하겠다고 해서 청소를 하면서 자리를 만들어 놓고 왔다.

 

일 못하는 아줌마가 나가고 나니 일이 술술 풀려 골드도 받고 모처럼 예약 손님들도 오고 , 새로운 청년은 바쁜 시간에도 실수를 별로 안 하고 자기 일을 잘 하고 있다.

그 아줌마가 나간 게 나한테는 신의 한 수 같다.

오늘은 아주 편한 밤이 될 것 같다.

 

 

*내일 아침에나 자리를 만들어놓을까 하다가 중간에 앉아 있는 사람들 비켜 달라고 할 수 없어 저녁에 다 붙여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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