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에 대해 87

남편의 취미생활

2023년 2월 27일 월요일 요즘 남편에게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술을 입에 한 방울도 대지 않는 사람이 갑자기 위스키를 수집하기 시작한 것이다.이전에 건강했을 때도 술로 인해 나를 걱정 끼친 적이 별로 없었다.술을 좋아하진 않지만 술자리엔 항상 끼어 있던 사람이고 정신줄 놓고 있는 사람을 집에까지 데려다 주고 맨 마지막에 집에 오는 건 항상 남편의 몫이었다.술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았고 사업상 만나는 사람들이 많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수술을 하고 나서는 아무도 술을 권하지 않았고 그 핑계로 남편은 아주 기꺼이 술과 작별을 했다. 그런데 요즘 술을 모으고 있다. 어쩌다 한번씩 와인 룸에 올라가면 술병이 자꾸 늘어 둔감한 내 눈에도 '이게 뭐지? 언제 이렇게 술 병이 늘었어?' 하게 된다.어느 날은..

수술 후 맞은 남편의 첫 생일

2022년 12월 12일 월요일 남편은 1년 전 오늘 , 한국에서 위암 수술을 했었다. 평소 간이 안 좋아 검진 시 마다 긴장하며 간 상태를 확인하곤 했었는데 느닷없이 생각지도 않은 위 부위에 암이 생겼다. 위치가 안 좋아 위 전체를 도려내는 수술을 했고 힘겹게 위 없는 생활에 적응을 해 나가는 중이다. 자꾸 빠져 80키로가 넘던 몸무게가 이제 69키로에 머물러 있고 ,밥을 먹고 나서는 한참 동안 몸에 식은 땀이 나고 허리를 꼿꼿이 펴지 못하지만 여하튼 감사하게도 1년을 보냈다. 지난 1년간 우리를 위로하고 응원해 준 거래처 사람들과 회사 사람 그리고 친한 친구들을 초대해 자축의 장을 마련하고 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점심 시간에 작은 일식집 전체를 빌려서 파티를 했습니다. 작은 가방 안에는 컵..

남편 솜씨 100%

2022년 3월 6일 일요일 남편은 엊그제 물김치를 담는다며 배추 두포기와 부속 재료들을 사왔다. 그 며칠 전에 사온 배추김치가 너무 맛이 없어 집에서 4포기를 담가 놓아 김치 풍년인데 또 물김치를 담겠다고 해 난 모르겠으니 알아서 하라고 했다. 그 간은 출근 하느라 배추를 냉장고에 넣어 두었는데 일요일이니 오늘 성당에 다녀와서 담그라고 하고 나는 가게를 나갔다. 가게에서 돌아와 보니 이렇게 두 병이 가지런히 놓여있네 난 물김치를 한 번도 담구어 본 적이 없는데 나도 안 해 본 물김치를 이렇게 만들어 놓았다. 맛도 그럴듯하다. 하룻밤 상온에 두었다 내일은 냉장고에 넣어야겠다. 남편 고마워!

10년만에 앞치마를 꺼내 입고

2022년 1월 16일 일요일 20대 때부터 내 소원은 부엌 없는 집에서 사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대학을 가고 가게를 시작하면서는 그 소원을 어느 정도는 이루고 살았다. 아이들을 위해 밥을 할 일이 없어졌고 남편은 거의 밖에서 식사를 해결했고 같이 있는 토요일, 일요일의 밥당번은 남편이었다. 그래서 남편 손에 밥을 얻어 먹고 사는 일이 많아졌다. 청소 아줌마가 청소를 하고 가고 나서도 우리 집 부엌 싱크대나 개스랜지 주위에는 기름 튀는 일도 없고 요리하는 흔적이 거의 남지 않을만큼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어 나름 기분 좋게 지내고 있었다. 그러나 13일에 남편이 휴스턴으로 돌아오고 나서의 내 많은 시간은 부엌에서 보내고 있다. 펜츄리 깊은 곳에 박혀 있던 앞치마를 꺼내 입고 부엌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방사선..

내 생애 가장 힘든 터널을 지나고 있다.

2021년 12월 13일 월요일 직계 가족 방문 목적으로 2주간의 자가격리가 면제 된다는 소리를 듣고 남편은 지난 10월 초 한국에 있는 어머니를 보러왔었다. 때마침 종합검진 할 시기여서 검진을 하고 결과를 받는 자리에서 위암이 보인다는 충격적인 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평소 진료를 했던 아산 병원에 와서 여러 검사를 한 결과 위 상단에 위암이 있다는 최종 결과를 받아 들었다. 그리고서 최종 수술 날짜가 잡힌 것이 두 달 뒤인 오늘이었다. 그 사이 남편은 휴스턴과 서울을 오가면서 사무실 일을 정리하며 시간 분,초를 다투어가며 강행군을 해 왔다. 수술 하기 전까지 우리 가족들은 너무나 암울한 일상을 살아왔다. 아이들은 눈물로 아빠와 통화를 하며 위로를 했고 난 낮에는 좀 괜찮다가 밤이 되면 극도의 불안과 초..

남편이 담근 깍두기

202년 9월 27일 일요일 난 일주일에 이틀을 쉰다. 코로나 이전에 일요일과 주중 하루였다. 코로나가 닥치고서는 성당을 안 간지가 6개월이 넘은 것 같다. 많은 친구들이 집콕을 하고 있는데 난 가게에 가서 유리창 너머로지만 많은 손님들을 대하고 우리 직원들과도 한 공간에 일하기 때문에 혹시라도 내가 감염자가 되어 남들에게 큰 해를 끼칠까봐 내가 조심을 해 주어야 할 것 같아 야외 활동인 골프 외엔 친구들과 접촉을 하지 않는다. 골프도 각자 자기 차를 타고 오고, 카트도 1인 1카트를 타기때문에 골프가 코로나에 위험하다는 생각은 안 한다. 여하튼 코로나 이후 역설적이게도 난 작년보다 가게 매출이 많이 올랐다. 작년보다 6천 불 이상 오른 달도 있다보니 체력이 딸려 힘들다. 우리는 주중이 바쁘고 토요일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