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 19일 금요일
오늘 오래된 이메일을 정리하다 아래 메일을 다시 보게 되었다.
벌써 3년 가까이 된 메일인데 읽다보니 기분이 좋아진다.
메일을 정리하면서 이 글을 블로그에 올리고, 메일함에선 삭제했다.
나의 개인적인 귀한 추억이어서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어서.
---------[ 받은 메일 내용 ]----------
> Title : 선생님의 칼럼을 신문에 게재하고 싶습니다.
> Date : Fri, 27 Feb 2004 00:46:52 +0900 (KST)
> From :
> To :
>
> 안녕하십니까?
>
갑자기 무례를 범하게 됨을 용서 해 주십시오.
>
선생님의 칼럼을 오랫동안 지켜보던 휴스턴 ○○신문사 기자 ○○입니다.
>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서 한인동포사회에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3월부터 새롭게 편집되는 ○○신문에 선생님의 글을 올리고 싶습니다.
>
"평범한 주부의 진솔한 삶"이라는 칼럼코너를 새로 마련하려 하오니 선생님의 뜻이 어떠하오신 지 감히 여쭙니다.
>
제 연락처는○○,사무실은 ○○ 입니다.
>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민 한인동포들과 함께 공감하고 나눌 수 있는 좋은 글들이 많습니다. 꼭 부탁드립니다. 허락 해 주십시오.
>
갑자기 연락을 드려 송구 합니다. 그럼 연락을 기다리겠습니다.
2004년 2월 27일 금요일, 오후 12시 42분 24초 +09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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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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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제 글에 이렇게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2년 전 제가 여기 오면서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기억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
제 컴퓨터에 따로 파일을 만들어 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칼럼이란 공간을 생각해 냈고, 부족한 저의 글을 용기 있게 싣기 시작했습니다.
졸필의 글이지만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철저한 익명성이었지요.
인터넷 안에선 나를 아는 이도 없고, 내 글로 누군가 감정을 상할 이유도 없는 부담 없는 공간이라는 점이
가장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습니다.
그러나 ○○ 기자님!
크지 않은 한인 타운 내에서 신문이란 매체에 저는 많은 부담을 느낍니다.
그리고 부끄러운 글로 남의 시선을 받게 되는 것도 원치 않습니다.
저희 부부가 상의한 끝에 ○○님의 제안을 정중하게 거절하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물론 제 뜻도 그렇지만 남편의 강력한 요청이기도 합니다.
○○님, 정말 보잘 것 없는 제 글에 이렇게 큰 영광을 주신 것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하시는 일 모두 뜻대로 되시길 바라며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깊은 감사를 보냅니다.
2004년 2월 28일 토요일, 오전 01시 29분 16초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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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성 보장 하겠습니다. |
선생님!
제 글을 물리치시지 않고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선생님과 바깥어르신께서 염려하는 부분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절대로 선생님의 개인 신상에 대해서 드러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선생님의 글 대부분이 일상에서 일어나는 생활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들어 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선생님께서 편집하셔서 보내 주시면 어떠하실러는지요?
선생님!
○○는 이제 한인동포들에 대한 생활 정보지의 역할을 하고저 합니다.
좀 더 한인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이야기, 필요한 정보, 각계인사들의 고견 등 휴스턴 한인동포들과 같이 호흡할 수 있는 신문을 만들려고 합니다.
도와 주십시요.
선생님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부탁드립니다.
○○신문 기자, ○○ 올림
2004년 2월 28일 토요일, 오전 11시 28분 11초 +0900 |
○○님
이제 한 주가 끝나가고 마음도 몸도 쉴 수 있는 금요일 오후입니다.
보내 주신 글은 잘 읽었습니다.
○○님과 같은 경로로, 얼마 전에 한국의 한 월간지 기자 한 분이 제게 메일을 보냈었습니다.
그분도 제 칼럼의 회원이었는데 제 글을 싣고 싶다고 하기에 아무런 망설임 없이 글을 보내드렸고, 제 글이 실린 책도 받았습니다.
물론 제 실명과 기본 인적 사항도 같이 적어서요.
그때도 제가 망설임 없이 응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에 있는 수많은 대중 속에 과연
나를 알 사람이 얼마이겠나?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님께서 익명성을 보장하겠다는 것도 저로서는 내키지 않는 부분입니다.
어쩌면 제 이야기가 이상하게 들리실지 모르겠습니다만
글을 어딘가에 낼 거라면 당당하게 제 이름을 밝혀야 되겠지요.
휴스턴 한인 타운 내에 한 사람 거치면 반드시 아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 잠시 이곳을 거쳐 가는 제가 느끼는 생각과 이곳에서 뿌리 내리고 사시는 우리 한인들의 생각은 분명 다를 것입니다.
제가 아무 생각 없이 쓰는 글들이 어떨 땐 그 분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 불편한 상황 때문에 ○○님의 제안을 받아드릴 수 없어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다시 한 번 감사와 더불어 함께 할 수 없는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길 바라며 줄입니다.
이 분이 아직도 내 블로그에 들어오시는지 알 수 없다.
‘칼럼’에서 ‘블로그’로 바뀐 이후에 회원으로 계시던 분들이 많이 빠져 나갔고 주소가 완전히 바뀌어 못 찾아 온 분들도 많다.
그리고 아직도 그 신문사에 계시는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 읽어봐도 참 감사한 마음이다.
내 부족한 글을 그렇게 평가해 주다니 얼굴은 모르지만 한인타운 어디에선가 만나게 된다면 정말 감사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세월이 흘러 몇 년 만 머물다 한국으로 돌아갈 계획이었는데 이제 아주 오랫동안 이 땅에 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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