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거나 슬프거나..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김 정아 2007. 1. 26. 01:06
 

2007년 1월 24일 수요일

한국에서 온 조카는 1월 21일에 한국으로 돌아갈 계획으로 왔었다.

그러던 것이 남편이나 윤지 아빠의 한국 출장 일정에 맞추다보니 27일로 연기가 되었었다.

그런데 어제 밤늦게 사무실에 있던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갑자기 일이 생겨 엘에이에 윤지 아빠랑 출장을 가야 되는데 지원이를 데리고 가야 할 것 같으니, 그렇게 알고 출장 준비랑 지원이 짐을 싸 놓으라고 한다.

남편과 윤지아빠는 일을 보고 지원이는 남편의 아주 친한 친구 집에 이틀 정도 머물다, 토요일 아침에 윤지아빠와 엘에이에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게 된다.


지원이 갈 날이 아직 3~4일은 남아 있었기 때문에 여유 있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오늘 아침부터 바빠졌다.

그간 찍어 놓은 사진을 뽑느라 비오는 날 월마트에 가서 한 시간을 기다리다 왔고, 옷을 빠느라 세탁기 앞에 서성거리다 건조기에 말려 준비를 다 해놓았다.

오후에 집에 들러 아이를 데리고 가는데 시원섭섭한 마음이다.

아이가 빠져 나간 자리가 커서 허전해 이곳저곳 서성거렸다.

있을 때 좀 더 잘해줄걸 하는 마음이 크다.


처음에 아이가 왔을 때 주 요리로 낙지볶음과 소면을 해서 주었는데 젓가락이 한 번도 안 가는 것이다.

너무 먼 거리를 와서 피곤해서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다.

그 다음날  갈비를 정성껏 재고 구워서 주었는데 한 점도 집어 보지를 않는다. 김을 찾더니 김 하고만 밥을 먹는다.

잡채를 해 주어도 안 먹고, 한국 식당에 가 이것저것 음식을 시켰는데 물에 밥을 말아 먹고 마는 것이다.

난 그제서야 이 아이가 편식이 무지하게 심하다는 것을 알았다.

오로지 먹는 것은 김, 계란 후라이, 감자볶음, 김치정도이다.

그것으로 나한테 싫은 소리를 좀 들었는데 좀 미안한 마음이다.


시끌벅적하던 집이 조용한 게 오히려 적응이 안 된다.

 

 

 

*지원아, 고모가 더 신경 써주지 못해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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