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월 4일 목요일
새벽에 울리는 전화 소리에 잠이 깼다.
“ 누나, 거기 지금 새벽 3시 30분이 넘었지? 그래도 기쁜 소식이 있어서 전화했어. 형이 다 나았데. 오늘 결과 나왔는데 암세포가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어.”
어차피 수술은 피해 갈 수 없을 거라 생각하고, 어느 부위를 해야 하는가 검사하러 간 결과에서 암세포가 없으니 당연히 수술할 필요도 없다고 하니 그 기쁜 마음을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남편도 같이 일어나 전화를 받고, 난 기쁜 마음을 반추하다 보니 너무나 흥분이 되어 더 이상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작년 6월부터 시작해 친정식구들은 모두 제 정신이 아니었다.
큰 남동생의 위암 완치에 이어 발견된 폐암으로 온 가족이 불안과 두려움에 떨며 살아야했다.
가장 큰 고통을 당했던 사람은 당연히 큰 남동생이었다.
저주 받은 몸이라며 한동안 낙심을 해서 식구들의 마음을 졸이게 했다.
몸과 마음의 고통이 극심했을 것은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다.
그래도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다지며 방사선치료를 하며 힘들게 견뎌 주었다.
방사선 치료가 끝날 때마다 음식을 넘기지 못하고, 머리카락도 빠지며 힘들어해 결국 마지막 한 번 남은 치료는 못하고 말았다.
친정엄마는 노년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거처를 남동생 집으로 옮겨 하루 세끼 뜨거운 밥을 해내며 지극 정성으로 큰 아들을 보살폈고, 두 조카를 돌보는 것까지 엄마의 몫으로 돌아왔다.
자식들 다 키워 내놓고 동네 아주머니들과 어울려 등산도 다니고 취미 생활도 하며 즐겁게 사시다가 갑자기 본인의 모든 생활을 포기하고 그렇게 하기 싫어하시는 부엌일을 다시 하게 된 것이야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 해도, 자식이 빼빼 말라가고 토하고 머리카락 빠지는 것을 눈으로 보아야 하는 심정이야 어찌 다 말할 수 있으랴.
화병을 얻어 속에서 열이 나고 뜨거운 김이 올라온다고 했었는데 이제 많이 가라앉았다고 하신다.
우리 큰 올케의 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작년에 친정어머니를 떠나보내는 것으로도 모자라, 남편까지 그렇게 되고 어떻게 하루하루 견디며 살았을지 난 도저히 그 아픔을 상상할 수도 없다.
본인도 여기 저기 아픈 몸으로 직장 다니는 것도 힘든데, 남편 성질 다 받아내며 병원으로 직장으로 동분서주하느라 마른 몸이 더 말랐을 것이다.
작은 남동생도 작년 한 해 너무 힘들게 보냈다.
본인의 가정을 포기하다시피 주말마다 서울에서 전주까지 오가며 온 몸과 마음으로 형을 위해 뛰어다녔다.
형이 넋을 잃고 있을 때, 형이 치료를 중단한다고 했을 때 다른 사람 말은 듣지 않아도 작은 남동생의 말은 잘 따르는 편이라 설득하고 안정을 시키는데 많은 애를 썼다.
어느 날 한밤중에 술에 취해 울먹이며 전화를 했다.
“누나 , 솔직히 말해 나 너무 힘들어” 했을 때 가슴이 미어졌다.
그런 작은 남동생이 구정 이후에 중국의 한 공관으로 부임한다고 했을 때 참 잘 되었다 라는 마음이 가장 컸지만 한구석에는 큰 남동생 걱정도 되었다.
이제 누가 지원아빠를 데리고 다니며 치료를 받게 할 것인가 하는 걱정.
그러나 작은 남동생에게도 한국을 떠나 무조건적인 휴식이 필요했다.
이제 형 걱정 없이 홀가분하게 한국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가서는 한국의 형 걱정하지 말고 이제 자기 가정에도 최선을 다해 살아주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그 외 다른 가족들도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그 암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꼬리를 내리지는 않을 것이다.
가장 정밀한 기계 검사에서 나타나지 않았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스트레스를 줄이고 식이요법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어쨌든 2007년 새해 벽두에 들려오는 기쁜 소리에 힘이 펄펄 난다.
이제 한 시름을 놓고: http://blog.daum.net/kja65/8428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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