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큰 내 나라

자랑스러운 내 친구, 선아 부부에 대해.

김 정아 2004. 5. 20. 00:18

오늘 선아 남편이 박사학위 졸업장을 받는 날이다.

선아를 만나 같이 보낸 시간이 2년이 넘었다.

같은 구역에, 같은 성당을 나가고, 같은 성인 영어 반을 다니면서 수더분한 성격이 마음에 들어 여기 산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했다.

거기에 아주 뒤늦게 그녀의 남편과 내 남편이 같은 대학을 졸업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남자들끼리도 급속도로 친해졌다.

 

기쁜 졸업식에 같이 하고 싶어 우리도 아이를 일찍 학교에서 데려와 텍사스 A&M 대학으로 출발했다.

오후 7시 모든 졸업생- 박사,석사,학사,2년 제 학생들이 순서대로 줄 지어 체육관에 들어오면서 졸업식이 시작되었다.

주요 인사들의 인사말이 끝나고 박사 학위를 받는 사람들부터 차례대로 졸업생의 이름을 부르면 당사자가 단상에 올라가 졸업장을 받고 총장과 악수하고 주요 교수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온다.

선아 남편이 어느 곳에 자리를 하고 있는지 그 많은 졸업생 가운데 찾을 수가 없어 안타까웠는데 박사들이 가장 앞줄에 앉아 있었고 선아 남편의 이름도 아주 빨리 불리어졌다.

앞줄에 나가 졸업장을 받는데 나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먼 이국 땅에 와서 직장일과 공부를 병행하면서 과연 내가 졸업을 할 수 있을까? 이대로 주저 앉아 버리는 것은 아닐까? 문득문득 위기감이 닥쳐 온 일도 많았다는 데 그 어려움을 이겨내고 한국인의 끈기와 저력으로,아무나 올라 갈 수 없는 저 높은 자리에 당당하게 올라 서 있는데 마치 내 동생처럼, 피붙이처럼 자랑스러워졌다.

더군다나 박사 학위를 받자마자 뉴 멕시코 주의 대학교수로 부임하게 되었으니 이 보다 축하할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거의 4천명이 넘는 졸업생의 이름을 부르는데 만도 3시간은 족히 넘을 것 같아 우리는 졸업생의 반 정도를 남겨 놓고 휴스턴으로 돌아왔다.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오늘의 기억이 선아 부부에게 많은 힘과 용기를 줄 거라 생각하며, 나에게 이런 자랑스런 친구를 갖게 해 준 것도 감사 드린다.

 

이 교수님! 그리고 선아!

정말정말 축하 드립니다.

앞으로 알바커키에서 행복할 일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님들의 앞날에 부디 밝은 햇살만 비치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외국인 관객을 숨죽인 한국의 장고춤'이란 제 칼럼에 나오는 선아와 동일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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