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큰 내 나라

영어 교재에 묘사된 한국인의 모습.

김 정아 2004. 2. 26. 06:47

2교시 기초 반에서 지난 번 나누어준 책을 끝내고 오늘 새책을 받아서 공부했다.

 

1과에 Getting a job이라는 제목의 공부를 했는데 한국인들이 예제로 나와있었다. 와 한국인이 나왔네? 하며 반가운 마음으로 책을 읽었는데 바로 기분이 상했다.

 

한국에 대한 무지함에 조소를 금할 수가 없었다.

 

첫번째 그림에 나오는 피자가게에서 일하는 주인공의 이름은 Kim Lee다.

 

Kim이라는 First name이 한국에 존재한다는 말인가?

 

Kim이나 Lee가 모두 last name라는 것도 모르면서 책을 출판했다니 우습기 그지 없다.

 

선생님에게 우리는 Kim이나 Lee를 last name으로 쓴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다음 페이지에서는 이사벨이라는 사람과 비교해 이사벨은 컴퓨터를 다룰 줄 알며 피자 가게에서 쓰는 재료들을 컴퓨터로 구입하는 사람이며 은 손님에게 음식을 서빙하며 컴퓨터를 쓸 줄 모른다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똑똑한 한국 사람이 컴퓨터를 쓸 줄 모른다고?

 

한국인들을 낮추어 본 듯한 설명에 화가 났다.

 

그리고 또한 의 남편은 지금 직업이 없어 구하고 있는 중이라고 나와있고  계속해서 이 직업을 찾는 과정이 나와 있다.

 

Joons first interview에서 준은 건물에 페인팅을 하는 회사에 면접을 보러 왔다.

 

거만하게 보이는 사장이 담배를 물고 질문 했고, 준은 좀 불안한 자세로 면접을 보고 있으나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그는 취직을 하지 못했다.

 

이 대목에서 공부하던 사람들이 too bad,  oh, no라고 하며 같이 안타까워하는데 마치 나를 향한 말처럼 나는 가슴이 졸아들고 말았다.

 

준은 결국 한국인인 나의 분신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선 나 개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 안에서의 내가 존재할 뿐이다.

 

그래서 결국 준은 생선회사에 취직하게 된다. 생선을 씻고, 얼리고, 포장을 하는 회사에 주급 200불을 받고.

 

물론 직업엔 귀천이 없다. 그리고 무작정 이민 오는 사람들은 그렇게 직업을 구해서 한국인의 끈기와 근성으로 오늘의 부를 이루고 산다.

 

그렇지만 또 많은 사람들은 주류사회에서 한국을 알리고, 최정상에서 세계를 이끌어가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많은 한국인들이 육체노동으로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라 생각할까 봐 난 기분이 좋을리가 없었다.

 

그리고 책을 대충 훑어 보니 1과에서 끝까지 김과 준 부부가 여러 분야에 걸쳐 나오고 있다.

 

일단 이들이 먼 외국 땅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것 같아 박수를 쳐주며, 어떤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는 지 지켜 볼 일이다.

 

 

3월 3일 추가

준과 김의 한달 월급을 합한 명세서가 나온다.

둘이 합해 1,397불이고 이것 저것 다 내고 135불이 남는다.

 

준은 아내의 새 옷을 사 주고 싶어했고 아내는 그의 아들'한'의 자켓을 사주고 싶어한다.

 

한은 찢어진 자켓을 입고 있다. 남편은 아내의 새옷을 사 주지 못해 슬펐으나 한의 자켓이 더 먼저라고 동의한다.

점입가경이라더니 갈 수록 태산이다.

 

요즘 어느 누가 찢어진 옷을 입고 산단 말인가?

 

영어가 짧아 선생님한테 뭐라고 하진 못하고 옆에 앉은 완타니한테만 이 책이 정말 마음에 안 든다고 말해 주었다. 한국인은 이렇게 적은 급료를 받지도 않고 찢어진 옷을 입고 살지도 않는다고 했다.

 

완타니도 알고 있다고 말한다.책이 오래되어서 그렇게 나온 거라 말하고 아마도 멕시칸 일 거라고 말해준다.

그러나 너무 슬프고 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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