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큰 내 나라

휴스턴에 온 리틀엔젤스 공연을 보고.

김 정아 2004. 3. 4. 02:30

미국이민 100주년 기념으로 휴스턴에 온 리틀엔젤스 공연을 보고 왔다.

워낙 비싼 공연이라 망설이고 있었는데 다행히 성당에서 단체 구입을 해 반 가격에 살 수 있었다.

 

토요일 오후 교통 정체가 심한 것을 예상해 1시간 10분쯤 전에 서둘러 휴스턴 대학을 찾아갔다.

주차할 공간이 없어 우리 먼저 내려서 남편을 기다리고 있는데 미국인들이 공연장 쪽으로 들어가는 것이 많이 눈에 띄었다.

 

고전 무용 공연 말고 다른 공연이 또 있나 보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자리를 찾아 앉고 둘러보니 한국인 만큼이나 많은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보인다.

시간이 되어 단원 중 가장 어린아이의 영어 인사말과 함께 막이 올랐다.

 

춤이 시작되기도 전 화사한 한복과 무대장치만으로도 관중들은 환성을 올렸다.

화관무를 시작으로 너무나 화려한 공연이 이어졌는데 사람들의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지 마치 5월의 어느 시위현장 한 가운데 있는 것처럼 소리를 질러대고 휘파람을 불어 대었다.

 

1부가 끝나고 잠시 쉬는 시간에 실내를 둘러보니 외국 사람들의 표정이 너무나 들떠 있었다.

나연이랑 같은 반 아이가 미국 할머니랑 왔기에 공연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이런 춤은 처음 본다며 너무나 훌륭한 공연이라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다.

 

2부까지 마치니 사람들은 저마다 기립 박수를 치며 앵콜을 외쳐 대고, 어린 공연팀은 합창으로 화답해 주었다.

이번 공연을 보고 미국 사람들은 여러 가지를 생각했을 것이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30명으로 이루어진 공연팀이 14가지 춤 중에 12-13가지 춤에 참석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곳에서 제일 친한 친구가 리틀엔젤스 출신이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30명이 적어도 12가지 이상의 춤에 다 투입되는데 거의 초인간적인 힘을 발휘한다.

 

미국인들 눈엔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미국 아이들을 그렇게 시켜 놓으면 절대 따라갈 수 없을 것이다.

한국 아이들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어린 학생들에게서 보여지는 끈기와 인내심은 가히 존경할 만한 것이다.

이곳에 와서 나는 조국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한국에서는 단점이라 생각했던 많은 부분들이 장점으로 되 보여지는 것들이 있다.

 

이전에 한국의 많은 부모들의 교육열이 한낱 개인적인 치마 바람정도로 여겨졌지만 그 교육열이 세계 속에 한국을 우뚝 솟게 할 원동력이었음은 두말 할 나위도 없다.

내가 사는 텍사스를  동서로  가로지르는데 시속 120km로 18시간이 걸린다.

 

이렇게 작은 내 나라가,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내 나라가 세계 예술계를 빛내는 거장을 만들어 낸 것도 그런 교육열이 밑바탕에 깔린 게 아니었던가?

 

나는 오늘 어린 학생들의 춤에 내 나라,예술 한국의 힘찬 미래를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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