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큰 내 나라

한국도 끼워줘! 한국도 엄연한 나라야!

김 정아 2004. 1. 29. 06:45

남편과 동종업체이며 경쟁업체에 근무하는 분의 가족과 저녁식사를 하기위해 부시 공항 근처까지 갔다.

 

필라델피아에서 2년 반을 근무하고 2주전에 사무실 이전으로 이곳 휴스턴에 오게 되었다고 했다.

 

지난 여름 휴가 때 필라델피아에서 만나 식사를 같이 하기도 해 반가운 마음으로 그 가족과 합류했다.

날씨도 춥고 집값도 비싼 필라델피아에서 이곳으로 오니 여러 가지 편한 점이 많다고 하시며, 특히 마음에 드는 것은 한국 사람들과 같이 근무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라고 한다.

 

전에는 미국 여직원 한 사람과 딱 둘이서 근무하다 보니 하루종일 만만하게 한국말을 한 마디도 못하고, 점심도 혼자 먹고  맘에 있는 말을 풀어 놓을 사람이 없어 그야말로 직장 생활이 너무 외로웠다고 한다.

 

그러나 여기서는 맘껏 한국 말을 할 수 있고, 커피 마실 사람도 생겨서 천국에 있는 것 같다고 한다.

 

필라델피아의 사무실을 폐쇄하는 바람에 15년이나 한 직장에 다녔던 여직원도 직장을 잃어버리게 되었고 이곳으로 오던 날 못내 서운해 훌쩍이던 여직원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고 한다.

 

그렇게 오랫동안 한국 사람과 인연을 맺고 한국 관련 일을 했으면 한국 문화에 대해서도 잘 알겠네요? 하고 물었더니 자기 일은 프로 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했어도 한국에 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만약 일본 기업이었다면 아마 그 직원도 말 한마디라도 배우려고 열심히 노력했겠지만 지구상 어디에 붙었는지도 모르는 조그만 한국에 별 관심이 없었지요. 배울 필요도 없고 몰라도 일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었으니까요라고 말한다.

수긍이 가긴 하지만 이런 식의 말을 들을 때마다 슬퍼진다.

 

그 여직원과 같은 맥락에서 우리 선생님 숀도 똑같다.

수업 시간에 동양과 아시아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숀은 항상 이렇게 말한다.

Chinese, Japanese, whatever

China, Japan, anyway

그러던 어느 날 수업이 끝나고 우리는 너무나 화가 나서 점심을 먹으며 숀을 성토했다.

중국과 중국인을 거론하는 것은 그렇다 쳐. 그래도 일본사람은 딱 한명이고 우리는 10명 가까이나 되는데 항상 왜 우리는 whatever냐?거기에 Korea 한 번 끼워주면 안 되냐고? 우리처럼 자기한테 성의껏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항상 whatever, anyway냐?

 

정말 우리는 다른 나라 사람보다 선생님 대접을 잘 해준다. 성탄절 때도 적은 돈이나마 모아 선물 사서 성의 표시하고, 대학원 졸업 했다고 한국인을 중심으로 꽃다발 사고 카드사서 축하해주고, 한국 식당에 가서 식사도 대접하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집단만큼 학교에 꼬박꼬박 나가는 사람도 드문데 우리는 나라 축에도 끼여주지 않는다.

 

오직 한 사람인 일본인한테는 엄청나게 관심 표시를 한다. 무슨 이야기가 나오면 너희 나라는 어떠냐고 꼭 물어본다.

거기에 지난 학기부터 스웨덴 아줌마 한 사람이 수업에 들오는데 정말 가관이다.

유럽은 어떠니? 나도 꼭 유럽에 한 번 가보고 싶다 며 필요 이상의 관심을 표하고 뭘 물어보면 이해할 때 까지 대답해 준다.

 

그러나 우리 중 한 사람의 아이가 자주 아파 어느 병원이 좋으냐고 물으면 알아보겠다고 고개는 끄덕이면서 다음 날이 되어도 대답이 없다. 과외 교사 한번  알아봐 달라고 해도 꿩 구워먹은 소식이다.

언니! 그리고 이제 절대로 칠판도 닦아 주지마. 일본 아줌마나 스웨덴 아줌마가 매일 그렇게 칠판 닦아 주면 수 십번도 더 고맙다고 했을 것이다. 근데 뭐야 . 언니 일년도 넘게 수고하는데도 한마디라도 고맙다고 했어? 너무 괘심해.

 

교사에게 칠판 닦는 게 귀찮은 일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1교시가 끝나면 난 항상 칠판을 닦는다. 내가 어쩌다 안 나가는 날엔 숀이 직접 닦는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짜증난다.

 

남의 땅 쳐들어와서 200년도 안 된 역사로 지구의 강대국인 척 하지만 우리 땅이 텍사스만큼만 넓었어도 너희는 우리 앞에 무릎 꿇었을 것이다.

숀이 인정한 아시아인의 지적능력을 너희가 어찌 따라 올 것이냐?

 

각 학교의 상위 10%는 거의 다 아시아인의 차지다. 한국인을 비롯해 중국 일본인들이 휩쓸고 있는 사실을 숀도 알고 있다.

어느날 스웨덴 아줌마, 크라우디아가 우리 테이블에 와서 너희는 어떻게 교육을 시키기에 그렇게 공부를 잘 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친구의 사촌동생이 한 말이 떠오른다.

미국인 친구가 한국인들은 다 천재인데 너는 왜 그래?

그래서 나는 친구의 사촌동생이 정말로 공부를 못하는 줄 알았는데 이번에 오하이오주의 주립대학으로 장학금을 받고 갔다.

 

이렇게 인적 자원이 많은 우리나라를 무시하다니. 

그래서 우리는 다음 번에 한 번만 더 한국을 안 끼워주고whatever, anyway라고 하면 대항을 하자고 약속을 했다. 그러나 의견을 제대로 피력할 만한 영어 실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어서 자못 걱정이다.

 

그러나 우리는 부정할 수 없는 숀의 장점도 알고 있다. 그녀는 정말로 열성적으로 수업에 임한다. 여러 가지 수업 자료들과 교수방법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준다. 그리고 for example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우리가 모른다고 하면 여러 가지 예를 들어가며 자세히 설명해준다. 학부모 센터 어느 강사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틀 전 아이가 점심시간에 와 달라고 해서 햄버거 하나 사들고 갔습니다. 엄마가 영어를 못해도 부끄러워하지 않아서 참 기특합니다. 제일 윗사진은 나연이 반 아이들 점심식사 모습이고 그 아래로 여자 아이 4명이 가장 친한 아이들입니다. 나연이는 제일 아래 사진 하얀 셔츠 입은 아이입니다.

q1

 a1

 b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