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큰 내 나라

미국 땅에서 만난 한국의 콩쥐 팥쥐.

김 정아 2003. 11. 12. 01:33
오늘 나연이 학교의 ‘book fair’가 있는 날이었다.

큰 도서 회사가 학교의 도서관에 책을 진열하고, 학생들이 서점에 가는 수고를 하지 않고 책을 사 볼 수 있다.

그리고 거기서 얻는 얼마간의 이익은 학교로 돌아간다.

일주일간 열리는데 오늘은 세금이 없는 날이기도 하다.

오늘만은 늦은 밤까지 열린다고 해 원석이 축구가 끝나고 학교로 가는데 카니발 때처럼 많은 차들이 주택가 골목골목까지 세워져 있었다.

도서관은 얼마나 사람이 많은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간신히 아이들이 원하는 책을 골랐다.

계산하는데도 많은 사람들 때문에 한참을 기다리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여기 1년 반을 살았다고 아는 사람이 너무나 많아졌다.

고개를 돌려 저쪽을 바라보면 작년에 같은 반 했던 미국 엄마들, 이쪽을 바라보면 자원봉사 같이 하는 일본 아줌마들, 또 올해 같은 반인 엄마들, 학부모 센터에서 같이 공부하는 중국 아줌마 등등..

난 계속 “hi” “hello”등 인사말을 하고 손을 흔들어야 했다.

그리고 엄청나게 불어난 한국 아이들과도 인사를 해야 했다.

한 한국 아줌마 하는 말이 “한국 사람 너무 많아져서 한국 자모회를 조직해도 될 것 같다”고 말한다.

정말 그래도 될 것 같긴 하다. 어림잡아 30-40명은 될 것 같다.

60불이 넘게 계산을 하고 식당에 가니 원하는 사람들에게 아이스크림을 무료로 나누어주기도 했다.

단 아이들에게 두 개 이상은 탈이 날 수 있어 손에 스탬프를 찍어주며 한 개로 제한했다.





그 이후로 친구를 만나 우연한 기회에 “아이 학교의 책 전람회가 너무 붐벼서 제대로 구경도 못했다”고 했더니 자기는 낮에 갔다 와서 한가하게 책을 고를 수 있었다고 하며 한국판 신데렐라를 보았느냐고 물어보더군요.

못 보았다고 했더니 신데렐라 책 두 권이 있었는데 콩쥐 팥쥐 이야기라고 해주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 갑자기 그 책을 구해야 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하던 일을 멈추고 부랴부랴 운전을 해서 학교에 갔습니다.

그날이 책 전람회 마지막 날이었고 3시간 후에는 모두 정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지요.

관계자에게 ‘Korean Cinderella’가 어디 있느냐고 물으니 아무도 모른다고 해서, 그 많고 많은 책을 빙빙 둘러가며 눈에 불을 켜고 찾았지요.

20분만에 책이 눈에 들어오는데 얼마나 반갑던지요.

미국에서 한국에 관계된 동화책을 발견한 기쁨이란 정말 컸습니다.

아는 이들에게도 선물 하고 싶어 더 없느냐고 물었더니 두 권이 전부라고 해 두 권을 계산하려고 가던 중에 우연치 않게 또 한국에 관계된 책을 발견했습니다.

‘The kite fighters’라는 책이었는데 영섭과 기섭 형제가 새해에 연을 날리는 이야기가 씌어 있는 것 같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두 종류의 책을 샀습니다.

한국에 가더라도 좋은 기념이 될 것 같아요.

위의 두 그림은 책의 앞 뒷면을 스캔한 것이고 아래 두 그림은 신데렐라 입니다.
신데렐라 표지와 첫장의 그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