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큰 내 나라

수입 화장품이 좋다고? 난 싫어!

김 정아 2003. 9. 30. 07:00
9월 11일 목요일

한국 가게에서 화장품세트 하나 사서 돌아와서는 기분이 좋다.

한국에서 쓰던 화장품이 다 떨어지고 나서, 1월에 백화점에 가서 미국산 화장품을 샀었다.

한국 화장품도 여기서는 어차피 수입품이기 때문에 가격이 쌀 것 같지도 않고, 미국에 왔으니 미국제품을 써보자는 마음도 있었다.

세 종류에 100불 넘게 샀었는데 전혀 마음에 안 들었다.

일단 말이 안 통하니 이것저것 보여 달라는 소리도 못하고, 건성 피부에 맞는 것 달라고 해 대충 샀다.

플라스틱 용기 안에 들어있는 화장품을 난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보았다.

우리 나라 용기는 얼마나 예쁘고 감각적인가?

난 한국에서 미국 제품을 써 보지 않았으니 우리 나라에 수입되는 화장품 용기가 어떤지 모른다.

설마 여기서처럼 플라스틱에, 아무 디자인이 없는 용기에 담아 수출하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세련되고 화려한 디자인에 익숙한 우리 나라 사람들이 그런 제품에 그렇게 목메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에 수출되는 디자인이 따로 있지 않을까?

원가 절감하고 품질을 높이는데 쓰나 보다 하고 좋게 생각하고 쓰는데 질도 내게는 전혀 맞지 않았다.

냄새도 이상하고, 특히 크림을 바르고 나면 때처럼 얼굴에 남아 밀려서 아침엔 못 쓰고 밤에만 사용했다.

바를 때마다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그것도 다 바닥이 나 버렸다.

이제 절대로 미국 것은 사지 않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에 한국 가게에 갔다.

오랜만에 보는 한국 화장품의 용기가 얼마나 고급스럽고 예쁜지 한참을 바라보았다.

지난번에 아무 말도 못하고 산 것을 보상받으려는 듯 이것저것 물어 보았다.

가격도 생각보다 싼 편이라 주저하지 않고 샀다.

그런데 웬 샘플은 이렇게 많이 주는 거야.?

미국에 일년간 살면서 보니 본품 이외에 딸려 나오는 것은 전혀 없다.

케잌을 사도 초는 공짜로 절대 안주며, 선물을 사도 포장비는 따로 내야 되고, 꽃집에 가서 꽃을 사도 포장 절대로 안 해준다.

가구를 사고, 가전제품을 사도 공짜 배달이 절대로 없다.

음식 배달, 세탁 배달 없다. 참, 피자 배달은 있다.

서비스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나라이다.

지난번에도 100불이 넘는 화장품을 샀는데도 조그만 샘플하나 없었다.

그런데 정말 오랜만에 한국적인 정을 듬뿍 받은 느낌이다.

내 나라, 내 땅처럼 정이 넘치고 서비스 많은 나라가 이 지구상에 또 있단 말인가?

공짜로 받은 몇 가지 화장품에 내가 이렇게 기분이 좋은가?

아니다.

객관적으로 바라본 내 나라는 참 살기 좋은 나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