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큰 내 나라

휴스턴 내 아시안 5개국 합동미사.

김 정아 2003. 9. 29. 02:05

오늘은 아시안 6개국의 합동 미사가 있는 날입니다.
일년에 한 번씩 휴스턴에 있는 아시아 민족들이 모여 아시아인의 긍지를 되새기며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가기 위해 만든 뜻있는 자리입니다.
작년엔 5개국이었는데 올해는 인도네시아가 참석해 6개국으로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올해 저희는 아이들 피아노 레슨도 미사 시간과 겹쳤고 남편이 캘거리로 출장을 가서 사정이 여의치 않아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아래 글은 작년에 써 놓은 것인데 올해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 되기 때문에 작년 것 그대로 올리려고 합니다.


9월 29일 일요일

아시아 5개국 합동 미사가 있는 날이다.

한국, 중국, 필리핀, 인도, 베트남의 천주교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미국인 주교님의 집전 아래 미사를 보았다.

당연히 일본인도 참석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휴스턴에는 일본인이 많지 않다고 한다.

앞 집 일본 아줌마가 어느 교회에 다니느냐고 물어 한국천주교회에 다닌다고 했더니 자기네는 일본 교회가 없어 미국교회 간다며 부러워한 것을 보니 휴스턴의 일본인은 그리 많지 않다는 말이 맞는가보다.

세례도 받지 않은 사람이 하루에 두 번이나 미사를 보다니.

미사 자체보다는 잿밥(?)에 관심이 많아서 이다

일년에 한 차례의 미사 그리고 미사 후에 각 국에서 준비한 음식과 각 국의 공연을 볼 수 있다는 말에 길도 모르고 운전도 못하는 사람이 용기를 냈다.

남편은 일 때문에 점심을 먹고 바로 사무실로 떠났고 같은 예비자인 지우네 세 식구랑 여섯이서 내 차에 올라 약도를 따라 무려 12마일을 갔다.

시속 30마일로 정해져 있어 속도를 낼 수 없어서 거의 30분 넘게 걸렸다.

베트남 성당은 이번 합동 미사를 위해 새롭게 단장한 대규모의 부지에 베트남 특유의 건축양식으로 지어졌고 성모님 또한 통통하니 동양적인 이미지를 하고 있었다.

미사를 하면서 중간 중간 각 나라의 언어로 찬송가도 부르고 기도를 했다.

우리 나라는 돈독한 신자들이 한복을 입고 나와 성모송을 외우기도 하고 갓을 쓴 주일 학교 교장선생님이 좋은 말씀을 하기도 했다.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와 찬송가는 우리 성당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아름다워 감동을 주었고 베트남이라는 나라가 그저 못 사는 아시아의 한 나라라고 생각했는데 발전할 가능성이 많은 위대한 나라라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미사가 끝나고 식당으로 옮겨 간단한 식사를 했는데 같은 아시아이면서 우리는 서로에 대해 너무 모르고 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로지 미국을 향하고 유럽을 향했던 관심을 조금만 아시아와 아시안에게 돌렸다면 지금의 아시아는 더 발전적인 모습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스파게티, 햄버거, 스테이크는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오늘 식당에 있던 음식들은 어느 나라 음식인지, 이름이 뭔지 아무 것도 모르고 그냥 먹었다.

초록색 주황색 물을 들인 쫀득한 밥과 햄처럼 생긴 것들.

내 입맛에 딱 맞았지만 아무도 이름을 아는 사람이 없어 서운했다.

식사 중에 각 나라의 민속 공연이 펼쳐졌는데 영어를 잘 아는 사람이 있었다면 멘트를 잘 듣고 이해를 잘 했을 텐데 그러지 못함도 아쉬웠다.

처음으로 베트남의 민속무용은 아무래도 농부들의 이야기를 옮긴 것 같고 인도무용은 아직 어린 여학생 넷이서 예수의 생활을 나타낸 것 같다.

경쾌한 스텝과 인도적인 의상이 너무나 어울려 신났다.

그리고 우리 대한민국!

우아하고 화려한 빛깔의 한복과 넓은 부채를 가지고 나와 고전 독무를 추었다.

아니! 그런데 자세히 보니 선아씨다.

아이를 둘이나 두고 본인 나이도 33세나 된 선아씨가 나와서 관객들의 숨소리 하나까지 제압해 버리며 무대를 휘 잡았고 곳곳에서는 플래쉬 터지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동작 하나 하나가 얼마나 우아하고 아름다운지 춤이 끝나자 어마어마한 박수소리가 진동했다.

나를 언니라며 따르는 친한 사람의 무대라 더 흥이 났다.

그리고 특별히 한국에게는 무대 하나가 더 마련되어졌다.

대건 농악대가 나와서 사물놀이를 펼치는데 모두 흥겨워했고 어린 여학생의 상모 돌리는 솜씨가 얼마나 일품인지 끝날 때까지 박수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역시 한국은 대단하다.

필리핀과 중국의 무대까지 모두 마치고 나오는데 문화적인 포만감으로 배가 부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