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큰 내 나라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김 정아 2003. 10. 11. 00:15

오늘은 선아 집에 모두 모였다. 머리 염색을 하기 위해서다.

이곳의 서비스 요금은 혀가 내둘려 질만큼 대단하기 때문에 미장원 한 번 가는 것도 망설여지고 파마는 여기서 아직 한 번도 안 해 보았다.

전업 주부가 되면서 나도 굉장한 짠순이가 되 가고 있다.

남편도 처음엔 팁까지 17불쯤 주는 한국 이발소에 다니다 내가 사는 동네에 한국아줌마가 있다는 소리를 듣고 10불 하는 그 곳으로 다녔다.

그러다 한국 타운에 사장은 베트남인이지만 한국아줌마가 있는 곳으로 다니게 되었다.

$3.99에 아들과 남편 두 사람이 팁까지 10불을 주면 그만이기 때문에 얼마 전부터 자주 이용하던 곳이다.

재주 있는 사람들은 가위를 사서 집에서 깎아주는 사람도 많은데 난 그런 재주는 없으니 싼 정보를 얻어다 주는 편이다.

얼마 전 루이지에나에서 남편 회사 사람이 가족과 휴스턴을 방문해 같이 저녁 식사를 한 적이 있었다.

뉴올리언즈는 한국 사람도 적고 한국 마켓도 거의 없는 편이고 한국 식당은 딱 한 곳이 있다.

휴스턴에 출장 올 일이 있으면 시장도 봐가고 미장원도 들르고 겸사겸사 가족이 같이 오는 경우가 많다.

그 부인이 휴스턴에 이번에 와서 한 가장 큰 수확이 파마를 한 거라며 뿌듯해 했다.

염치 불구하고 얼마주고 했느냐고 물었더니 "팁까지 280불 주었어요!"한다.

난 기절할 뻔 했다.

한국에서도 매직 파마라는 것이 비싼 것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280불이 라는 소리를 듣고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

내 돈도 아닌데 너무나 아까웠다.

한화로 따지면 거의 30만원 가까이 되는 게 아닌가
여하튼 미용요금이 그렇게 비싸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애초 염색 때문에 미장원 갈 생각은 없었다.

난 올해 들어 처음으로 염색이란 걸 해 보았다.

내가 염색을 하고 내 반 학생들에게 염색하지 말라는 소리를 할 수가 없어서 교직에 있으면서 한 번도 해 본적이 없었다.

그런데 여기 와서는 새까만 머리칼이 더 검어보여 하고 싶기도 했고, 교사란 직분으로 돌아가서는 언제 다시 할 수 없을 것 같기도 해서 지난 2월 한국에 가서 하고 왔었다.

한명은 의자에 앉고 두 사람이 양쪽에서 염색 약을 바르며, 결과에 대해선 아무도 책임을 질 수 없다고 엄포를 놓아가며 서로 샤워 캡을 쓴 모습을 바라보며 킬킬거렸다.

다행히 우리 중엔 성격 까다로운 사람이 없다.

잘 나오면 좋고, 못 나오면 다음에 다시 한번 하자고 결론을 내렸다.

내가 가져온 한국 약은 20분만 바르라고 되어 있어 시간이 되어 머리를 감자 모두 환성을 질렀다.

"성공이다. 너무 잘 나왔어!"
"오늘 60불 벌었다. 프로급이다. 어쩜 색깔도 이렇게 예쁘게, 자연스럽게 나왔을까?"

정말 내 마음에 꼭 들게 나왔는데 미국 약을 바른 두 명이 문제였다.

미국 약이 너무 약해 20분이라고 써있지만 1시간은 있어야 된다는 사람, 한시간이 아니라 1시간 30분은 기다려야 한다는 사람,의견이 분분했다.

두 사람이 의견일치를 보아 1시간 만에 머리를 감았는데 아뿔싸 거의 검은 색 그대로다.

우리는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한국 약이 독해서 빨리 되기도 했겠지만 한국인의 머릿결에 맞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우리는 앞으로 한국 약을 부쳐 달라고 해서 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