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큰 내 나라

가장 한국적인 음식을 만들면서, 팔면서....

김 정아 2003. 11. 4. 06:28

작년과 마찬가지로 저마다 역할 분담해 육체적으로야 힘들었지만 그 보다 더 값진 것들을 건지며 올해의 한마음 큰잔치도 끝났습니다.
작년과 같은 내용으로 이루어졌기에 작년에 적어 놓은 기록들을 올립니다.


10월 19일 토요일
일년에 한 번 있는 성당의 한마음 큰 잔치는 어느 교회에서도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대규모이고 휴스턴의 한인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하는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해낸 다고 한다.

각 구역별로 음식을 만들어 내고 농악 한마당에, 마술에, 어른들과 아이들의 즐거운 잔치를 차질 없이 준비하느라 임원들은 무지 바쁘게 뛰어다닌다.

불고기 꼬치를 한다며 1시까지 나와 달라고 해 시간 맞추어 나갔다.

우리 구역 사람들만 있을 줄 알았더니 모든 구역 사람들이 나와 식당 여기 저기에 앉아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떡볶이, 어묵, 빈대떡, 순대 ,찐빵, 만두, 팥죽, 국수, 호떡, 튀김, 팥빙수, 붕어빵, 막걸리 등등 한국을 떠난 이후로 한번도 먹어보지 못한 음식들을 저마다 갖은 정성으로 만들고 있었다

남편은 우리 구역의 일도 아니면서 서울에 몇 번씩이나 전화를 해서 순대를 어떻게 만들어야 되는지를 알아와서 전해주기도 하고 아예 4구역에 앉아서 기계를 돌려 우리 구역 사람들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사람의 힘은 무서운 것이어서 어떻게 붕어빵을 만들까, 저 많은 만두를 어떻게 다 만들까 걱정한 것이 민망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힘을 모아 모두 해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구역을 부러워했다.

제일 단순한 일이어서 양념된 고기를 야채와 함께 꼬치에 끼우면 되어서 제일 일찍 끝났다.

거의 3000개 가까이 해냈을까?

김치 담그는 조는 벌써 2주전부터 두 번이나 담아냈고 순대 조도 금요일 밤부터 나와 어렵게 했다는데.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마냥 신나서 명절이 없는 이곳에서 명절 기분을 충분히 느끼며 낮 모르는 아이들과도 스스럼없이 놀고 있어 밥 먹으라는 소리가 미안할 정도였다.

성당에서 준비해준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남편은 성당 다니길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어느 한 곳에 소속되어 그 구성원으로 역할을 해 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리라.

더구나 한국에서 수억 만리 떨어진 이국 땅에서는 더더욱.




10월 20일 일요일
어제부터 억세게 내린 비는 오늘 아침 맑게 그쳐 있었다.

미사가 끝나고 바로 맡은 구역으로 돌아가 음식과 함께 손님 맞을 준비에 들어갔다.

다른 교회의 예배가 끝날 시간이 되자 정말로 많은 한국인들이 모여들었고 한국과 인연이 닿은 많은 미국인들이 한복을 입고 나와서 장만한 음식들을 사 먹으며 즐거워했다.

마술쇼가 시작되자 어른들은 강당으로 모여들었고 아이들은 무대 아래 바닥에 주저앉아 마술사를 주목했다.

아이들을 무대로 끌어 들여 함께 할 기회를 주었는데 아니! 저기 무대로 올라가는 아이가 김나연 같은데?

'영어도 잘 못 하는 저 아이가 무슨 배짱이지?'

"Are you married?"라고 마술사가 묻자 뜻을 알아들었는지 "No"라고 웃으면서 대답한다

영어도 못 하면서 마술사가 하라는 대로 열심히 따라 하면서 웃는다.

그러더니 풍선으로 만든 강아지를 선물로 받아 보무도 당당히 걸어 나온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며, 무대 체질이고, 나서기 좋아하는, 저 대찬 성격은 도대체 누굴 닮았나?

그러는 동안 남편은 점심도 굶어가며 바오로 회(성당의 전 현직 주재원 모임)에서 준비한 엿을 팔기에 바쁘다.

한국에서 D.H.L로 직송한 울릉도 호박엿을 회원들과 함께 가위로 두들기며 등뒤에 커다란 엿 광고판을 걸고 다니며 신났다.

음식값이 전반적으로 싼 편은 아닌 것 같지만 특히 엿 값은 D.H.L 운송료 14만원이 포함되어 있어 5불 어치를 샀는데도 아내인 내게도 손톱만큼 밖에 안 주는 인색함을 보였다.

중간중간 경품을 추첨했는데 쿠폰 10장 중에 난 무려 세 장이 당첨되는 엄청난 행운도 거머쥐었다.

20장, 40불 어치를 사고도 하나도 당첨이 안 된 사람도 허다했는데 한식당의 20불 어치 식권과 큰 간장 두 개를 받고 우리 신앙 생활 열심히 하라는 주님의 뜻인가 하고 생각하며 이웃 아주머니와 간장을 같이 나누는 인심도 썼다.

아침 8시 20분에 집에서 나와 저녁을 먹고 집에 돌아온 시간이 9시가 다 되어 있다.

오늘 하루 남편은 여러 사람의 몫을 해내느라고 힘들었는데 사무실에 나가서 11시가 넘어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