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미국적인..

아시안 가정을 습격하라!

김 정아 2005. 5. 27. 23:23

2005년 5월 26일 목요일

 

친하게 지내는 이가 미국 인터넷 뉴스에 나왔다는  슬픈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어디까지 사실이고 어디까지 거짓인지는 나도 모른다.
말이라는 게 한 입, 두 입 건너다보면 눈덩이처럼 허구적인 면이 불어나기 때문이다.

 

어느 갱 조직에 새로운 보스가 왔는데 조직원의 담력을 시험해 보기 위해 명령을 내렸다.
그 명령은 동양인의 가정에 침입해 강도 행위를 하고 그 자녀를 사살하라는 것이었다.

 

그 갱 조직원이 선택한 지역이 바로 우리 지역이었다.
우리 지역은 유달리 많은 아시아인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역이 개발 될 당시엔 거의 백인들이었으며 학군이 아주 좋았다. 그 이후로 학군 좋은 백인 지역에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인이 몰려들고 있으며 백인들은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고 있는 추세이다.
갱 단은 명령대로 한 아시아 가정을 침입했고 그 집의 아이를 죽였다고 한다.
한 명만 경찰에 잡혔고 나머지는 달아났는데 워낙 큰 규모의 조직이라 손을 쓰기 어렵다고 했다.

 

방학이지만 아이들 절대로 밖에 나가서 놀지 못하게 하고, 동양인이 사는 집이라는 것을 굳이 주위에 알리지 말고 당분간 동양 아이들끼리 어울리지 못하게 하라는 것이다.

 

위 내용 중에 얼마나 믿어야 할지 나도 막막하다.
내가 그 뉴스를 접한 것도 아니고 그 지인도 누구에겐가 들은 이야기를 나에게 전해 주었으니.
그러나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으니 주의를 시키겠지만 많은 부분이 사실이라면 난 이 땅에 살아가기가 너무 싫어진다.

 

나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혹 내 행동 하나로 한국인의 인상이 나빠질까 봐 항상 조심하며 그들에게 피해 주지 않으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말 안 통하는 어려움, 문화의 이질감 속에서 잠시 이 땅에 살면서 해야 할 의무도 성실히 수행하며 살고 있는데 단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범죄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예전엔 미국 사회를 '인종의 용광로'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이제 그들과 우리가 절대 섞일 수 없는 '인종의 따로 국밥'이란 표현을 쓴다.

 

이 상황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가?
그저 조심하는 것밖엔 없는 것인가?
답답하고 우울한 하루다.

 

 

 

*기분도 우울하고 슬픈날에 밝은 사진 올립니다. 친구 집 수영장에서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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