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의 헌책 세일이라는 소식을 알고 아침 일찍 도서관에 갔다.
구미꼬가 예전에 자기 동네의 도서관
세일에 가서 50권이 넘는 책을 25불에 사왔다는 소리를 듣고 우리도 이런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역시 소박하고 검소한 것이
몸에 벤 사람들이라 도서관 앞엔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문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문을
열었다.
앞에 줄 서있던 사람들은 재빠른 동작으로 벌써 아이들 책 앞에 진을 치고 책을 고르고 있었다.
어떤 중국
아줌마는 이것저것 살피지도 않고 100권도 넘을 책을 한아름 안고 구석으로 가더니 거기 앉아서 살 책, 안 살 책을 구별하고
있었다.
우린"저 아줌마 뭐냐! 저거 너무 불공평한 거야!"하며 투덜거리고 그 아줌마가 빠져나간 자리에 앉았다.
딱딱한
표지는 50센트, 종이표지는 25센트를 받고 있었다.
아이들은 책값이 싸다는 소리에 자기들이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골랐다.
우리가 도착한지 얼마 안되어 아이들 책은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우리는 33권이란 책을 단 돈 11불에
사오는 쾌거를 이룩하고, "다음 번 세일에도 꼭 오자"라는 맹세를 하고 도서관을 떠났다.
도서관 세일뿐만 아니라 검소하고 근검한
것이 몸에 벤 미국 사람들이 즐겨 찾는 세일은 무빙 세일이나 거라지 세일이라는 것이 또 있다.
무빙세일은 타주나 먼 곳으로 이사가는
사람들이 자기가 쓰던 물건을 팔고 가는 경우이다.
헌책이나 아이가 커서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 자동차 등등 여러 가지가 나오고
거라지 세일도 자기에게 더 이상 효용이 없어진 물건들이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세일이 된다.
여기저기
골목마다 세일 표지판이 붙으면 부지런한 아줌마들은 아침 일찍부터 와서 물건을 고르느라 정신이 없다.
오래 되어 누렇게 바랜
액자에서부터 무릎 나온 바지, 주방에서 쓰는 수건까지 나와 있다.
아파트 단지 안에 헌 가구가 나뒹구는 것을 단 한번도 본적이
없고, 하다못해 플라스틱 화분하나 굴러다니는 것이 없다.
한국에서는 거저 주어도 가져가지 않을 물건들도 많이 나오나 이 사람들은
개의치 않고 산다.
남의 눈이 아닌, 자기 분수대로 정말 실속 있게 사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이 사람들에게 본받아야 할
정신이다.
*동네 도서관 입구 입니다.지역사회를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있답니다. 매주 수요일은 아이들을 위한 이벤트로
마술쇼, 콘서트 등을 열어 주고 유아들을 위해 책을 읽어 주기도 합니다.
*얼마전에 새로 부착된 안내문에 한글이 써 있어 너무 반가웠습니다.
*도서관 실내입니다. 빈 공간을 잘 꾸며 아이들이 자주 찾을 수 있게 만들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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