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미국적인..

무슨 슬픈 일이 일어났나요?

김 정아 2005. 4. 7. 11:40
 

2005년 4월 5일 화요일

성당을 다녀오다 보니 미국 국기와 텍사스 주기가 반쯤 아래로 내려와 弔旗로 달려 있는 게 보였다.

아이들이나 남편에게 물어도 왜 그런지 잘 모르겠다고 고개만 갸웃거렸다.

이상하다?

지난 1월에 쓰나미 재앙이 있었을 때도 조기가 걸려있었는데 이번에도 지구 어느 곳에 자연 재앙이 있었는가?

아니면 前 대통령 누군가 죽음을 맞은 것인가?

가족끼리 아무리 머리를 맞대어도 해답이 안 나왔다.

그래서 오늘 아침 학교 가는 아이들에게 왜 조기가 걸렸는지 선생님들께 여쭈어보고 오라고 했더니 명확한 해답이 나왔다.

교황의 선종을 애도하는 깃발이라고 했다.

아! 맞다! 그 것이었구나!

당연히 교황의 죽음은 알고 있었지만 교황의 선종과 조기를 일치시키지 못했던 것이다.

아무튼 세계의 큰 별 하나를 잃었으니 애도하는 것은 마땅하지만 미국이라는 나라가 국가적인 차원에서 조기를 내 거는 게 좀 이해가 안 되기도 한다.

카톨릭이 미국의 國敎도 아니고 사실 카톨릭 인구보다 기독교 인구의 비중이 더 크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미국이란 나라는 조기를 내거는 것엔 굉장히 관대한 나라 같다.

지난 연초 쓰나미로 조기를 내 걸었을 때도 난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이라크를 침공하고 무수한, 힘없는 이라크 시민을 죽음으로 내 몬 나라가 쓰나미 희생자를 위해 애도한 다는 게 너무나 이율배반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매주 공부하러 다니는 도서관 입구에 걸린 미국 조기와 텍사스 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