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11일 일요일
집에 돌아와서 저녁을 먹고 치우고 느긋하게 침대에 누워 있는데 거실에서 낑낑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슈가 소리 같기도 한데 슈가가 왔을리는 없고 이게 뭔소린가 하고 나가보니 우리 슈가가 엄청 반가운 얼굴로 거실에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원석이 아무 예고도 없이 슈가와 함께 집에 돌아온 것이다.
슈가가 온 실내에 똥 오줌을 못 가리고 싸 놓는 것에 엄청 스트레스를 받아 원석이한테 데리고 가서 키우라고 했다.
사실 원석이 슈가를 돌볼 상황은 아니었다.
섬머 스쿨 수강하고 파트 타임으로 가축병원에서 일을 하는 아이에게 데려가라고 한 것이 무리였는데 내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을 정도였다.
집에 들어오면 이 녀석이 어디에 실례를 해 놓았는지 찾는 것이 일이었고 새벽마다 방문 앞에 와서 짖어대며 뒷문을 열어 달라고 하니 숙면을 취하는 날도 없었다.
원석이는 아무 말없이 슈가를 데리고 갔고 가축병원에서 일을 한 덕분으로 슈가 정기 검진을 무료로 받을 수 있게 되었는데 그 결과에서 암이라는 진단이 나온 것이다.
몸이 안 좋아서 그렇게 똥 오줌을 못 가렸던 모양이다.
수술을 하려면 하루라도 빨리 시키라고 남편이 재촉한 덕에 화요일에 수술을 했고 나연이 가서 며칠간 돌보다가 돌아왔다.
처음에 수술 하고 난 날 사진을 찍어 보냈는데 그 처참한 상황에 맘이 너무 아팠다.
목 주위 대부분을 절개해서 꿰맸고 다리 한쪽도 엄청 절개를 해 놓았는데 오늘 보니 그렇게 빨갛던 부분이 많이 아물어 가고 있었다.
오랫만에 보는 녀석을 그 상태로 만나게 되니 맘이 안 좋았지만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2013년 8월 14일 수요일
원석이는 오늘 새벽에 오스틴으로 돌아갔다.
살고 있던 아파트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고 이제 2주후면 대학도 개강을 하니 여러가지 준비로 분주한 시점이다.
그리고 대학의 마지막 한 학년이고 올 한학기 동안 대학원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상황에서 슈가를 다시 데리고 갈 수는 없는 일이어서 난 울며 겨자먹기로 슈가를 다시 맡기로 했다.
엄마가 슈가를 구박할 거면 다시 데려 간다고 했지만 아이에게 너무 희생을 강요하는 것 같아 내가 최선을 다해서 키우고 아침마다 산책까지 시킬 거라는 다짐까지 해 주며 혼자 보냈다.
그렇게 슈가는 다시 우리 가족의 일원으로 돌아왔다.
*돌아온 날 이렇게 나연이 앞에 얌전하게 앉아 있습니다.
*힘이 하나도 없어 보입니다. 이 녀석도 약은 안 먹으려고 어찌다 버티는 지 몰라요. 어린 아이처럼요.
*다리 부분을 저렇게 많이 꿰맸어요.
목도 그렇고요.
짧은 털을 많이도 밀어 놓았습니다.
*오늘 아침엔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목이 저렇게 아프니 목줄을 못하고 몸통에 줄을 매었는데 그것도 많이 잡아당기지 못하겠더군요.
여전히 호기심은 많아 킁킁거리고 동네 한 바퀴 돌았는데 더 돌겠다고 집에 안 들어가려는 것을 간신히 안아서 데리고 들어왔네요.
아직 걷는 것이 불안정해요.
'기쁘거나 슬프거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린 시절의 추억과 함께 하는 요즘 나의 생활 (0) | 2013.12.14 |
---|---|
미국 하늘 아래 혈육이 생겼네! (0) | 2013.08.17 |
슈가야! 빨리 회복해야지! (0) | 2013.08.06 |
한달간의 고국 방문을 끝내고 돌아오다. (0) | 2013.07.27 |
꾸르실료 동기 모임에서 (0) | 2013.07.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