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미국적인..

공짜로 준 차도 못 타고...

김 정아 2011. 7. 30. 07:11

2011년 7월 28일 목요일

며칠 전 남편은 퇴근 길에 벤츠를 딱하니 몰고 와서 나한테 시승을 한 번 해 보겠느냐고 물었다.

도통 차에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그 밤에 나가는 것도 귀찮아서 "안 타!"하다가 "아니, 무슨 벤츠야?"했다.

 

H그룹에 지점장으로 있는 분이 남편 차를 좀 빌려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임직원이 이곳 휴스턴으로 출장을 나오는데 차가 작아서 고민을 하다가 남편의 제네시스를 좀 빌려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H그룹에서 자동차를 만드니 다른 외제차를 탈 수도 없고 어차피 그룹차를 타야 하는데 현대차를 렌트해 주는 렌트회사를 찾기 힘들어 남편에게 부탁을 했다.

남편도 H그룹 주재원 출신이니 그 사정을 너무나 잘 아는 터라 거절을 못 했고, 그 분은 남편 차를 빌리는 대신 이번 기회에 벤츠를 타보라며 그 차를 렌트해서 남편을 준 것이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에 나한테 벤츠를 타고 가고 자기는 내 차를 타면 안 되느냐고 묻는다.

"아니, 왜? 나 벤츠 싫어. 샌드위치 가게 네 달 해서 벌써 벤츠 샀다는 소리 들을 일 있어? 아무리 랜트카라도 나 괜히 쓸데 없는 오해 받기 싫어.난 내 차가 좋아"

" 여보 나도 그래. 오늘 공장으로 출근할 건데 공장 사람들 구설수에 오르고 싶지 않아"한다.

"그러면 내가 원석이 차 가지고 갈게 당신이 내 소나타 가지고 가"해서 남편은 벤츠를 집 앞에 고이 모셔두고 내 차를 끌고 갔다.

원석이도 평소에 자기차를 어찌나 아끼는지 내 차에 기름은 없고 급하게 가야 할 일이 있어 차를 빌리자고 하면 아주 난리를 치고 안 빌려주는데 사정을 말하니 흔쾌히 빌려 주었다.

다행히 원석이 스위스로 떠나던 아침이어서 지금까지 원석이 차를 잘 타고 있지만 참 우리도 웃기는 부부이다.

 

남들이 다 타고 싶어하는 차를 공짜로 타라고 해도 못 타니 새가슴인 우리들이다.

다음 번 차는 현대가 아닌 차로 바꾸어 볼까 했는데 안 될 것 같다.

 

 *남편 차보다 크지도 않은 차인데 부담이 너무 많이 간 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