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거나 슬프거나..

슈가, 오빠 보고 싶어?

김 정아 2010. 6. 28. 05:46



2010년 6월 27일 일요일

원석이 떠나고 나서 며칠간은 슈가도 엄청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며칠 밤을 자다 말고 새벽녘에 우리 방 앞에 와서 징징거리며 문을 열어 달라고 긁어대곤 했었다.

두 아이 중 하나가 없으면 아이들 방에 가서 찾다가 없으면 꼭 우리 방문 앞에 와서 문을 긁어댄다.

그리고나서 문을 열어주면 지가 확인을 하고 없으면 다시 지가 자던 방으로 돌아가곤 했는데 원석이 가고 나서도 며칠 동안도 어김없이 방문을 열어 원석이 이 방에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곤 했었다.

안 그러던 녀석이 벌써 세 번이나 오줌 똥을 집안에 싸서 지가 스트레스 받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며칠 전에는 우리 침대에 버젓이 쉬를 해 놓고는 모르는 척이다.

스프레이를 뿌려 닦아 내었어도 그 냄새가 아직도 나고 있다.

"슈가 너만 오빠가 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엄마도 오빠가 무지하고 보고 싶거든! 그래도 참고 있는거야.

오빠는 큰 어른이 되어서 돌아오려고 지금 한 여름의 땡볕에 무거운  배낭을 매고 스페인 산티아고를 걸어서 순례 중이야.

너 엄마랑 조금만 산책가면 힘들다고 혀를 길게 내 빼고 침 질질 흘리지?

오빠는 그거보다 몇 백배나 더 힘들게 걷고 있어.오빠가 보고 싶어도 이제 한달만 기다리자! 알았지?

38일 중에 이제 8일 지났어.오빠도 너 보고 싶어해.

그래도 우리 참고 기다리자!"


원석이는 요즘도 거의 매일 이 메일을 보낸다.

아침 점심을 과일 몇 쪽으로 먹고 가끔 빵을 먹는다고 한다.

순례자 용 메뉴는 너무 비싸고 입맛에 맞지 않아 못 먹는다고 했다.

채소 종류도 입맛에 맞는 것이 없다고 하니 남편은 그 메일을 보고 할 말을 잊었고 나는 눈물이 났다.

하루 적어도 25키로를 걷는 아이가 과일로 식사를 대체하고 걸을 수가 있다는 말인가?

돈은 넉넉히 주었고 데빗카드에도 돈을 넣어 주었는데 비싸다고 못 먹는다는 소리에 눈물이 났다.

비싸도 입맛에 맞으면 괜찮을텐데 입맛에 맞지 않으니 문제인 것이다.

정말 본의 아니게 야곱 성인의 고행의 순례길을 가고 있다.

지 몸이 정 못 버티겠으면 다른 음식이라도 찾아서 먹을 것이니 걱정은 하지 말아야겠지만 내 맘은 편치가 않다.


'주님, 지금 김원석 스테파노 잘 하고 있는 건가요? 가는 걸음걸음 주님 그와 함께 하실 것을 믿고 있습니다.

지치지 않게 주님 그의 영혼을 붙잡아 주십시오.'


*우리 슈가도 요즘 원석이가 없다고 맥이 빠져 있습니다. 거의 날 잡아 잡수세요 수준입니다. 침대에서 밖만 쳐다보고 있답니다.



*슈가도 오빠가 어른이 되어 돌아오길 희망하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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