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속으로

원성스님과 원동회의 '원동이'를 읽고

김 정아 2008. 8. 15. 12:12

2008년 8월 14일 목요일

원동이는 ‘풍경’ 홈페이지에 원성스님과 25분이 만나 원성스님의 글과 그림, 그 분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풍경이라는 책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어린 스님의 글과 그림이 아주 잘 어울려 한 때 큰 화제를 모으고  많은 사람들의 찬사를 받았던 책이라고 기억한다.

그 원성 스님도 이제 소년에서 청년스님으로 성장했을 것이다.

 

여러 사람들의 글 중에서 ‘큰 스님의 고무신’이라는 글이 있다.

여덟살  개구쟁이 은동이는 상계사에서 가장 막내이다.

그래서 나이 많은 스님들 속에서 은동이는 귀여움과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랐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가장 은동이가 무서워 하는 사람은 큰 스님이다.

큰 스님은 잘못한 일이 있을 때마다 호되게 벌을 주시는 분이다.

은동이는 자기도 큰 스님이 되면 혼날 일이 없을 것이고 절에 오시는 아줌마 , 아저씨, 할아버지, 할머니 에게 모두 존경 받을 거란 생각에 큰 스님처럼 되고 싶은데 어느 날 한 보살이 “스님의 하얀 고무신 때문에 스님이 크고 좋은 스님이 될 수 있었다”는 말을 듣고 은동이는 맞지도 않는 스님의 하얀 고무신을 훔쳐 신고 너머지고 뒹굴면서 산 아래로 내려갔다.

너무 좋아 큰 신발을 끌고 다니다 그만 진흙 밭에 빠져 버려 하얀 고무신에 흙이 범벅이 되었다.

큰 스님께 혼 날 생각 때문에 눈물이 가득 고인 은동이는 옆으로 흐르는 강가에 내려가 고무신을 깨끗이 씻고 나서 돌아오다 신발 한 짝을 강물에 떨어뜨리고 만다.

짧은 팔로는 빠른 물살에 떠내려 가는 신발을 잡을 수가 없어 결국 한 짝을 잃어버리고 깜깜한 어둠 속에서 울다가 간신히 절로 돌아오며 큰스님께 혼날 생각에 걱정이 태산이다.

역시나 돌아오는 은동이를 보고 스님은 없어진 고무신에 대해 묻고 은동이는 그 간의 사정을 말하게 된다.

큰 스님은 은동이의 손을 잡고 법당 안으로 들어가 자세히 설명을 한다.

“내가 신발 때문에 큰 스님이 된 것이 아니다. 신발을 벗는 곳에 ‘조고각하’라는 글이 쓰여 있다. 그 말은 벗어 놓은 신발을 돌아보고 가지런히 정리해 놓는 것처럼 자신을 돌아보라는 말이다. 늘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흩으러진 신발을 정리하듯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면 누구나 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은동이 너도 그처럼 하면 나보다 더 큰 사람이 될 수 있다”라고 말씀하신다.

큰 스님은 산 아래서 무릎을 다친 은동이를 업고 법당 밖으로 나가신다.

개구쟁이 은동이와 그런 은동이가 잘못을 했을 때는 호되게 꾸중도 하지만 마음 속에 따듯함을 가지고 있는 큰 스님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짧은 글이지만 마음 속에 느끼는 바가 컸던 글이다.

 

책 한 권이 모두 어린이의 동심같은 맑고 깨끗함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한 때 불교를 종교로 가졌던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옛 생각이 들며 대학 시절 열심히 불교 학생회 일을 했던 때를 더듬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