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속으로

김다경님의 '순바의 연인'을 읽고

김 정아 2008. 10. 11. 11:09

2008-10-10 금요일

이 책의 공간 배경은 남미의 한 나라 에콰도로이다.

 

청수는 단란한 가정에서 살았지만 아빠의 갑작스런 명퇴로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자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부모 몰래 휴학까지 하게 되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청수의 부모님은 무섭게 화를 내며 글라라 이모가 20여년간 선교사로 봉사하고 있는 에콰도로로 공부하라고 보내지게 된다.

 

이모가 살고 있는 가르보라는 마을은 에콰도로의 아주 시골마을로 문화적인 혜택을 거의 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상가 건물들은 시멘트, 벽돌로 쌓아 만들고 미장이나 도색을 하지 않은 회색 단층 건물에, 노상강도가 득실거리고 치안도 제대로 유지되지 않는 오지 마을이다.

 

가르보 마을을 떠나 수도인 키토에 어학 공부를 온 청수는 이모가 보디가드로 딸려보낸 레오나르도와 함께 식당에서 식사를 하다가 우연히 레오나르도의 친구 마누엘을 만나게 된다.

마누엘은 에콰도로의 대부호의 아들로 영국에 유학중이었는데 어머니의 병간호로 일시 귀국중이었다.

 

마누엘은 청수의 스페인어 선생님이 되어 그의 친구 윌리,푸른 자켓과 같이 만나며 청수와의 시간을 갖게 될 수록 그녀 안에 빠져 들어가는 것을 느끼고 드디어는 사랑 고백을 하게 된다.

그러나 청수는 그 모든 것이 두렵기만 하다.

에콰도로와 한국이라는 물리적인 거리, 문화가 다른 사람과의 만남, 부모님의 허락을 받는 것 까지 뭐 하나 단순한 것이 없어 마음은 그를 사랑하지만 냉정하리만큼 차갑게 그를 거절한다.

 

장미꽃을 보러 가다가 벌에 쏘인 청수에게 자신의 윗도리를 벗어 씌워주다가 마누엘은 벌들의 공격을 받아 온몸이 부풀어 병원에 입원하고 마누엘의 영국 친구들과 여행을 하다 호텔에서 지진을 만나 겁에 질려 마누엘의 등에 업혀 나오며 청수는 자신 또한 마누엘에게 향하는 불같은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함박눈이 펄펄 내리던 설산에서 결국은 마누엘의 여자가 되기를 다짐한다.

 

결혼식 준비를 하느라 청수는 마누엘의 집에 들어가 신부수업을 받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 마누엘과 짧은 여행을 떠난다.

허물어 질듯한 전통가옥과 주택들이 섞여 있는 사이에서 마누엘은 한 박물관을 찾아낸다.

 

마누엘을 무심코 따라가던 청수는 비명을 지른다.

그곳에는 일만년 전 수많은 사람들의 해골이 그대로 누워 있었다.

두개골, 가슴뼈, 팔과 다리,손톱과 발톱, 머리카락까지 완벽한 모습까지 갖추어진 유골이었다.

마누엘은 전시실 한 가운데 쯤에서 소리없이 걸음을 멈추고 오랫동안 시선을 주고 있었다.

침묵 속에서 그가 입을 연다.

여기 잠들어 있는 사람들이 순바(지역 명)의 연인이야. 한쌍의 젊은 연인들이 서로 끌어 안고 있어. 갑작스러운 천재지변으로 죽게 된 것 같은데 이들은 죽어서도 함께 있고 싶었어. 신은 이들의 사랑이 너무 애처로워 이런 방식으로 세상에 내 보냈는지 몰라. 이 박물관의 이름이 순바의 연인이야.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날 거라 생각했는데 죽어서도 서로 사랑하고 있어. 나도 순바의 연인처럼 당신을 사랑할 거야. 당신 없인 희망이 없었어. 차라리 죽고 싶을 만큼. 우리도 순바의 연인처럼 살자

 

결혼식을 올리기 전날 청수는 마지막으로 이모와 하룻밤을 보내고 싶다고 해서 마누엘의 집을 떠나 왔다.

잠을 자다가 휴대폰 소리에 잠을 깬 청수는 휴대폰을 열자마자 마누엘의 음성이 숨가쁘게 들려 오고 총소리가 고막을 찢는 것을 들었다.

 

아버지의 사업을 마누엘이 물려 받게 될 지 모른다는 시기심에 그의 형이 마누엘을 청부살인을 했던 것이다.

 

청수는 마누엘의 묘를 끌어안고 실신하다 한 밤중에 잠에서 깨어 신발도 신지 않고 거리를 헤매 다니다 아무데서나 쓰러지고 ,눈은 한 없이 풀려 있고, 손가락은 뼈만 잡히고, 몸통은 풀줄기가 들어 있는 것처럼 말라가고 있었다.

청수의 몸에는 마누엘의 아이가 자라고 있었지만 계류유산이 되어 이틀 뒤로 수술을 하기로 했지만 청수는 마누엘의 묘 앞에서 넘어져 병원으로 갔지만 이미 늦었다.

 

청수는 마누엘이 떠난지 67일만에 마누엘의 곁에 나란히 묻혔다.

그들은 결국 그들의 죽음으로 순바의 연인이 되어 죽어서도 그들의 사랑을 지켜 나갈 것이다.

그들의 사랑은 완전함을 이루었는지 몰라도 난 그들의 부모가 가여워 마음이 아프다.

먼 땅에서 그렇게 아프게 죽어간 딸을 두고 부모는 나머지 생을 어떻게 살아갈까, 현실적인 생각으로 글라라 이모는 청수 부모를 어떻게 대할까 생각하니 코 끝이 찡하다.

20대처럼 섬세한 언어로 표현한 소설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을 것 같다.

 

이 책은 나에게 특별히 귀한 책이 되었다.

이전에 김다경님의 치자꽃 향기 속에서 라는 책을 읽고 독후감을 적었다.

우연히 김다경님께서 나의 독후감을 읽으시고 본인의 저서 순바의 연인을 보내 주고 싶다고 하셨다.

책 검색을 통해 이 책이 에콰도로를 배경으로 쓰여 졌다는 소리를 듣고 너무 반갑고 읽고 싶어서 하루 하루 책을 기다렸는데 정말로 빠른 시간에 Air MailL을 통해서 나에게 보내 진 것이다.

더불어 성당의 도서관에도 기증하고 싶다고 한 권을 더 보내 주셨다.

첫장부터 내 마음을 붙잡아 삼일만에 책 한 권을 다 읽었다.

 

2000년 12월 30일에 첫 해외 여행으로 에콰도로의 수도, 키또에 가서 35일간 머물다 온 적이 있다.

동생이 에콰도로의 대사관에 근무했을 때 친정엄마와 나연이와 함께 머물다 온 곳이었는데 내가 여행했던 오따발로가 책 속에도 나오고 내가 그 나라에서 느꼈던 것들이 책 속에도 많이 나와 참 친근감이 있고 추억 여행을 한 느낌으로 책을 읽었다.

적도탑, 빠네시조, 코토팍시 등등이 생각나기도 했다.

 

오랫만에 감성을 깨우는 맑은 이슬같은 책이었다.

 

*김다경 선생님, 이렇게 좋은 책을 읽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책을 더 많이 출간 할 수 있도록 건강도 조심하시고요,  이번 주에 성당에 가서 선생님이 주신 책 기증하겠습니다.성당의 교우들이 무척 좋아할 것 같아요.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감사함을 전해 드립니다.

 

 

 

 이렇게 직접 저자 사인을 해서 보내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