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속으로

이철환의 '곰보빵'을 읽고.

김 정아 2008. 5. 27. 08:58

2008년 5월 26일 월요일

*축의금 만삼천원 중에서*

 

십년 전 작가의 결혼식이 있던 날이다.

작가의 가장 친한 친구 형주의 모습은 결혼식이 끝나고서도 보이지가 않았다.

작가는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식이 끝나고도 로비에서 한참 동안 친구를 기다렸는데 계단 아래서 눈에 익은 여인네가 아이를 업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올라오고 있었다.

형주의 아내였다.

형주의 아내는 남편의 편지 한장을 작가에게 내밀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 장수이기에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용서해라. 어제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며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천원이다.

너와 함께 희망을 노래했던 시절이 있어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지만 마음만은 기쁘다. 지난 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 좋고 이쁜 사과들만 골라 아내 손에 축의금 만 삼천원과 함께 들려 보낸다.

이 좋은 날 너와 함게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한다라는 편지.

뇌성마비로 몸이 불편한 친구가 거리에서 한 겨울 추위와 바꾼 만 삼천원을 들고 작가는 예식장 로비 한 가운데서 터져나오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그 뒤 형주는 조그만 지방 읍내에서 서점을 하며 작가의 행복한 고물상이라는 책의 저자 사인회를 열었다.

작가 이철환은 버스를 타고 남쪽으로 여덟시간이나 내려가서 늦은 밤까지 9시간의 사인회를 열었다.

사인을 받아 간 사람은 여덟명이었다.

서울의 한 복판 종로 서점이나 교보문고에서 하는 것과는 다른 행복을 느낀 순간이라고 했다.

 

얼마전 인터넷에서 지은이도 없이 떠돌던 글 한편을 읽고서 마음에 감동으로 가득 찼었는데 바로 이책에 있던 내용이었다.

친구와의 우정, 상대에 대한 신뢰를 헌신짝처럼 버리는 요즘 세태에 이들의 우정이라말로 관포지교가 아닌가 싶다.

한국을 떠나 온지 오래 되다 보니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둘의 우정이 부러울 수 밖에 없었다.

 

작가 또한 어린시절부터 어렵고 힘든 생활을 한 사람이지만 마음도 따뜻하고 책을 팔고 난 수익금을 불우한 이웃들과 같이 하는 사람이다.

수필 한 편 한편이 참으로 따뜻하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훌륭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침 햇살처럼 맑은 느낌이 나는 좋은 책 한권을 읽고 마음이 흐뭇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