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속으로

요시모토 바나나의 '하얀 강 밤배'를 읽고.

김 정아 2008. 5. 18. 10:44

2008년 5월 16일 금요일

‘테라코’는 건축회사에 세 달간의 아르바이트로 일을 하다가 ‘이와타니’라는 남자를 만나 사랑을 하게 된다.

이와타니는 아내가 있는 남자다.

그 아내는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어 병원에 누워 있다가 오랜 세월을 견디며 숨을 유지하다가 세상을 떠난다.

나의 가장 절친한 친구 ‘시오리’는 일종의 고급 매춘부이다.

삶에 지친 남자들을 위로해 주고 밤새 지친 그들을 위해 잠들기를 꺼려하다 그녀 역시 삶에 지쳐 스스로 삶을 마감한다.

이와타니 부인이 죽은 후 난 그와 영원을 꿈꾸며 처음 시작하는 데이트처럼 마음 설레며 그를 맞는다.

불꽃놀이가 열리는 광장에서 팔짱을 꼭 낀채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다음 불꽃을 기다리며 기도한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이 사람과 평생을 함께 하고 싶다고.

 

도대체 이 작가가 우리에게 주고 싶은 메세지가 무엇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교훈도 없고 감동이나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도통 주제 파악이 안 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요즘 책을 읽어도 집중력이 부족한 탓인지 요점을 찾아 내기가 여간 쉽지 않다.

 

*친하게 지내는 친구의 남편이 주재원 임기를 마치고 부인과 아이들은 이곳에 두고 한국으로 혼자 부임했다.

혼자 있는 친구를 위로할 겸 여럿이서 오늘 점심을 같이 먹었다.

우리 테이블을 담당하는 웨이트리스도 아닌 전형적인 백인 아가씨가 우리 테이블에 다가오더니 자기가 요즘 한국 드라마를 아주 재미있게 보고 있단다.

프린세스가 나오고 가족 이야기인데 한국 발음이 너무 어려워 제목은 기억할 수가 없다며 우리에게 무슨 드라마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우리가 모른다는 얼굴을 하고 있으니 알았다고 하며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 아가씨가 돌아간 후 도대체 무슨 드라마지 ? 하고 머리를 맞대고 생각하다 이라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그 아가씨를 불러 그 드라마가 이라고 말해 주었다.

그랬더니 맞다고 맞장구를 치며 아주 재미있게 보고 있다고 신나 했다.

 

일본이나 중국 친구들을 만나면 우리 대화의 주제 중에 한국 드라마는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거론된다.

그런데 10대 후반 정도 되는 미국 젊은이가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

그것도 아주 우중충하거나 불륜 이야기도 아닌 화려한 영상의 발랄한 드라마를 보며 한국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될 것이기에 아주 뿌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