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거나 슬프거나..

"슈가 ,너 또 그러면 혼난다! 알았어?"

김 정아 2008. 8. 10. 01:05

2008년 8월 8일 금요일

아침 7시 40분쯤 남편은 큰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출근한다며 둘이서 집을 떠났다.

그리고서 난 아침을 먹고 빨래를 해서 널며 이런 저런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서야 나연이는 늦은 잠에서 일어났다.

그 시간이 10시 20분 쯤이었다.

아이는 일어나자 마자 슈가를 부르고 다니다 “엄마, 슈가 어디 있어?”한다. 난 “ 집 어딘가에 있겠지, 잘 모르겠다” 하고 말았는데  이상한 느낌이 들어 같이 슈가를 불러 댔다.

안방을 비롯해 차고와 뒷마당까지 나가서 불렀는데 이 녀석이 아무 소리가 없는 것이다.

그 때서야 사태가 심상치 않은 것을 느끼고 둘이 다급하게 찾아 다녔는데 아무래도 집 안에는 없는 것 같다.

 

급하게 차를 타고 동네 곳곳을 다니다가 찻길로 나가 평소에 슈가와 산책하는 길을 돌아보고 만나는 사람마다 "혹시 비글 한 마리 보았냐"고 물어봐도 아무도 못 보았다는 것이다.

나연이는 울음을 터트리고 나도 내 정신이 아니었다.

두 남자가 집을 떠난 시간에 열린 차고로 나갔을테니 적어도 2시간 하고도 40분이 지났는데 그 긴 시간 동안 어디서 뭘 하고 돌아다닐까 걱정이 이만저만 되는 게 아니었다.

 

천방지축인 녀석이 속도를 내서 찻길로라도 뛰쳐 나간다면 그 이후의 상황은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것이다.

차 사고를 당한 것이 아니라면 동네 길을 잘 아는 녀석이라 돌아오겠지만 어찌 될 지 알 수가 없다.

방정맞은 생각이지만 집에서 먼길까지 운전해서 혹시나 도로에 널브러져 있는 것이 없는가도 보게 되었다.

다행히 도로에서 사고를 당한 것 같진 않지만 어쩌나.

주소와 전화번호가 적힌 목걸이도 답답하다고 채우지 않았는데 너무나 후회가 되었다.

혹시 집에 두고 찾아 다닌 것은 아닌지, 혹시 우리가 집을 비운 사이 집에 오지 않았을까 싶어 일단 집을 더 뒤지기로 하고 돌아왔다.

다시 들어와서 이곳 저곳 찾아다니며 불러도 소식이 없으니 하늘이 까마득하기만 하다.

 

나연이를 집에 두고 고속도로 근처까지 가 보려고 차를 빼서 나가려는데 저쪽 길 끝에서 점 하나가 움직이는 것이 보이는 것이다.

더 자세히 보니 강아지 한 마리라는 것도 보일 만큼이 되어 그 쪽으로 걸어가며 혹시나 싶어 "슈가" 하고 큰 소리로 부르니 쏜살같이 내 품에 달려든다.

나연이도 나와 길가에서 셋이 껴안고 소리를 지르고 눈물을 흘리며 아주 야단이 아니었다.

 

지 발로 스스로 걸어나간 녀석이 뭐가 서러운지 낑낑 소리를 내며 어쩔 줄을 몰라한다.

앞으로 또 그렇게 나가면 안된다고 따끔하게 혼냈어야 하는데 반가운 마음에 혼내지도 못하고 집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아휴, 슈가 잃어버렸다고 나 오늘 집에서 쫓겨 나는 줄 알았는데 찾아서 정말 다행이다.

 

*밖에 나가서 무슨 짓을 하고 왔는지 모르니 일단 목욕부터 하고요.

 

*너 온몸에 세균 다 묻혀 왔을 텐데 왜 목욕 안 할려고 버팅기고 있어!

 

*나연이 언니, 나 어제도 했는데 오늘 또 해야 되?

 

*지도 2시간 50분 가까이를 헤매다녀서 힘들었는지 목욕시켜 놓으니 이렇게 곤하게 자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