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10일 일요일
한국에 가 있는 동안 한 번도 주일 미사를 못 갔고 이곳에 와서도 휴가를 가느라 주일 미사를 빠졌었다.
고백 성사를 해야 하는 데 맘 먹기가 쉽지가 않아 미사 때마다 성체를 못 하고 있었는데 대모님이 여러 차례 그냥 지켜 보시다가 지난 주엔 아주 진지하게 고백 성사하고 성체를 모시라고 말씀하셨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오늘은 기필코 고백성사를 하겠다고 맘 먹고 있었는데 남편 역시 자기도 해야 한다고 해서 원석이와 같이 조금 일찍 가서 드디어 고백성사를 하고 성체도 모셨다.
미사가 끝나고 S네 가족과 아침을 같이 먹었다.
S의 아빠는 친형이 없어 남편을 친형처럼 따르고 남편 또한 남동생이 없어 S의 아빠를 친동생처럼 생각한다.
둘이 종교안에서도 돈독해 같은 대부님을 모시고 있고 서로 서로 격려하면서 나태해지지 않도록 신앙 생활도 열심히 하고 한 때 같은 성서반에서 공부도 열심히 했었다.
그 가족들과의 인연도 6년은 넘은 것 같다.
40도 안된 젊은 부부들이 참 열심히 산다.
일요일에도 9시 미사를 보고 내 남편과 아침 식사를 하고 바로 일터로 달려간다.
일주일에 7일을 일하는 성실한 부부이다.
그들 부부에게는 앞으로도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아픔이 하나 있다.
8,9년 전에 10살도 안 된 어린 딸을 병마로 인해 하늘나라로 먼저 보냈다.
그 이후 S의 엄마도 물론 힘든 삶을 살았지만 아빠는 참으로 고통스러운 삶으로 하루라도 술이 없으면 견딜 수 없을만큼 절망에 빠져 살았었다.
그러다가 하느님을 만나고 이제는 입에 술을 한 방울도 안 댈만큼 모범적이고 건실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오늘 세명이 다니던 성당에 식구가 하나가 늘어 네명이 왔다.
며칠 전에 남편에게서 S네가 딸 하나를 입양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바로 그 딸을 난 오늘 처음 만났다.
이제 초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S의 동생은 참 밝아 보여 마음이 놓였다.
한 달 전에는 매일 울어서 고생을 좀 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밝아지고 한 걸음씩 가족으로서의 삶에 다가가고 있다고 했다.
참 대단한 부부이다.
자식이 없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렇게 어려운 결정을 했는지 참 존경스럽다.
이제 새로 들어온 아이로 인해 딸을 잃었던 고통이 조금이라도 얇아지길 바란다.
각자 네 식구 앞으로 살아가면서 갈등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두 부부가 신앙이 깊으니 기도의 힘으로 지혜롭고 행복하게 풀어 가게 되길 바란다.
나도 그들 가족이 굳은 뿌리를 내리고 영원히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내 옅은 기도나마 바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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