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8일 화요일
동생이 세상을 떠난 지 만 일년이 되는 날이다.
동생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나고 가슴에 멍이 든 것처럼 아프기만 했는데 시간이 무서운건지, 망각이 무서운 건지 예전의 그 날카로움이 조금은 무디어졌다.
그래서 산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간다고 했나 보다.
전화기 저쪽에서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에서도 이전의 애통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동생의 투병 즈음에 교회에 나가시면서 뒤늦게 하느님을 만나고부터 고통이 많이 줄었다고 하셨다.
실로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먼저 떠난 동생보다도 홀로 남아서 애끓는 심정으로 여생을 보내시게 될까봐 정말 전전긍긍했는데 종교에 귀의하고 나서부터 모든 것을 다 인정하고 천국에 가서 다시 만나게 될 거라고 굳게 믿으신다.
새벽기도도 열심히 다니시고 티비도 기독교 방송만 보시고 그 속에서 정말 많은 위로와 안정을 찾으시는 것 같다.
나도 오늘 동생의 일 주기를 맞아 묵주기도를 정성껏 바쳐야겠다.
"주님, 동생이 떠난지 이제 일년이 되었습니다. 아직 주님 품에 들지 못하고 연옥을 떠돌고 있다면 이제 천국 문을 활짝 여시고 동생을 맞아 주십시요.
이 세상 살면서 너무나 많은 고통 속에 머물렀다는 것을 알고 계시잖아요.
40년이라는 짧은 생을 살면서 두 번이나 크나큰 육체적 고통을 주셨습니다.
지상에서의 삶이 고통 그 자체였으니 이제 그 영혼을 편히 쉬도록 도와 주십시요. 그리고 저희 엄마의 남은 삶에 더 이상의 고통은 없이 해 주십시요.
남편을 먼저 보내고 아들을 먼저 보낸 가여운 분입니다.
사는 동안 평온함을 허락하시어 고통 없는 삶을 살 수 있게 허락하여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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