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에 대해

아이구, 나도 모르겠다.

김 정아 2008. 7. 23. 02:41

2008년 7월 22일 화요일

이번에 한국을 다녀왔기 때문에 여름 휴가는 갈 생각을 안 하고 있었다.

내가 한국에 있는 동안에 남편은 같이 여행을 갈 가족까지 다 물색을 해서 가는 날짜, 장소, 일정까지 다 정해 놓고 있었고 난 휴스턴에 와서 다른 사람을 통해서 여행을 간다는 사실을 알았다.

역시나 다른 사람을 통해서 비행기 표를 끊으라는 소리를 듣고 여행사에 가서 표 세 장을 발권 해 왔다.

나한테 한 마디 말 안하고 내 의사는 묻지도 않고 계획을 추진했다고 해도 그냥 다 이해하려고 했다.

사실 그 간에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부부싸움을 해 왔고, 화해 할 시간도 없이 긴 출장을 가버렸으니 나한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기도 싫었을 것이다.

여행사에 가기 전에 남편에게 E- 메일을 통해 원석이는 두고 가자고 했는데 아무 연락이 없어서 내 생각대로 세 장만 끊어 왔다.

 

24일에 휴스턴에 돌아오는 아들을 데리고 25일에 또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가면 시차적응도 안 된 아이가 힘들 것을 생각하니 안 되겠고, 그간에도 아이는 여러차례 이제 11학년이 되었으니 가족여행을 안 가겠다고 의사전달을 명확하게 해 왔었다.

그리고 8월 5일부터는 밴드부 연습에 나가서 저녁 늦게 돌아오게 되니 충분한 휴식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슈가를 맡길 곳을 또 알아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 달 동안 슈가는 우울증을 앓을만큼 극대한 스트레스를 받아 왔는데 또 어디다 맡기고 휴가를 간단 말인가?

원석이가 슈가를 보면서 집에 있는 것이 서로에게 그리고 남들한테 민폐를 끼치지 않는 최상의 방법이다.

 

내 의사를 여러 차례 남편한테 말하며 원석이 표를 다시 알아 보라는 말을 묵살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마음이 찜찜해 비행기 표가 남아 있나 알아나 보려고 여행사에 전화를 했다.

우리가 466불에 끊은 표를 오늘 사려면 1200불이 넘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잘 되었다 하고 있는데 직원은 혹시, 김사장님 댁 아니세요? 사장님이 이미 아드님 표 발권해 가셨어요. 지난 주에 하셔서 520불에 구입하셨어요.한다.

아니, 이게 뭐야? 왕짜증이다.

남편도 나랑 원석이 이야기를 더 하면 싸움이 날까봐 혼자 조용히 끊어 버린 것이다.

원석이가 11학년이어 마지막 가족여행이 될지도 모르니 데리고 가야 한다는 게 남편의 신조이다.

정말 어떻게 된 남자가 마누라 말을 그렇게 귓등으로도 안 듣는지 화가 난다.

 

아이구, 슈가는 어쩌란 말이야?

부랴부랴 개 호텔 두 곳에 전화를 해 보았지만 이미 만원이어서 슈가 들어갈 자리가 없다고 한다.

한국에 있을 때 슈가를 봐 주었던 앞집의 인영이 엄마한테 전화를 했더니 두 아이가 우리랑 같은 날짜에 멕시코 선교를 간다며 그 엄마가 더 걱정을 한다.

아니 어쩌려고요. 슈가 우울증 걸릴텐데 어쩌나! 우리 인영이가 슈가 보기에 딱인데 일정이 겹쳤으니 어쩌면 좋아요. 한다.

 

전화번호를 뒤적여 봐도 적당한 사람이 떠오르지 않는다.

일주일 정도 맡아 달라고 하면 기꺼이 해 주겠다는 사람은 여럿이 있지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휴대폰의 phone book만 만지작 거리다가 큰 맘 먹고 앞집의 성호 엄마한테 전화를 했다.

성호네 집에 가서 이런 사정 이야기를 하며 아르바이트 좀 해줄 수 있겠느냐고 했더니 집도 가까우니 성호한테 맡겨 보라고 흔쾌히 허락을 해 주었고, 성호도 지 힘으로 용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 좋게 받아 주었다.

 

이제 난 모르겠다.

성호네만 믿고 가는 수 밖에.

남편은 언제나 내 말을 좀 들어 줄지,남편과 사는 일이 어떤 땐 너무 팍팍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이쁜 녀석을 또 혼자 두고 가야 해서 마음이 심란합니다.

 

 

 

'내 남자에 대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편, L.A출장을 떠나며  (0) 2009.03.29
마음 속의 묵직한 돌덩이 하나를 치우고.  (0) 2008.12.05
늘어만 가는 건망증.  (0) 2008.05.28
나무 향기가 솔~솔.  (0) 2008.04.08
어젯밤 꿈에  (0) 2007.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