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에 대해

어젯밤 꿈에

김 정아 2007. 10. 14. 03:43

2007년 10월 12일 금요일

아침에 일어났는데도 여전히 가슴이 먹먹하고 우울한 기분이다.

 

어제 밤 꿈을 꾸었다.

남편과 친정엄마 생신에 현금 20만원을 준비해서 가는데 남편은 나에게 친정으로 돈을 빼 돌린다면서 20만원이 아니라 2백 만원을 가지고 가는 거라며 사람들 앞에서 막 모욕을 주는 것이다.

2천 만원이나 가지고 가면서 그런 수모를 당하면 내가 억울하지도 않겠지만 아무 생각도 없는 나한테 그런 말을 한다며 너무 분해서 가슴을 들썩이며 엉엉 울어대었다.

어찌나 억울하던지 소리 소리 지르면서 나도 욕을 하면서 막 덤비다가 눈을 떴다.

꿈이라는 것을 알고 일어났는데 정말로 내가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는 것이다.

눈물을 얼마나 흘렸는지 베개까지 젖어 있었고, 가슴까지 먹먹하게 아프며 심장이 심하게 뛰고 있었다.

 

꿈의 내용이 참으로 황당하다.

남편은 친정 엄마한테 너무나 잘 하는 사람이다.

미국에 오기 전까지 남편은 자기 통장에서 엄마 통장으로 매달 용돈을 자동이체를 시켜 준 사람이다.

대한민국에 그런 사위가 있다는 소리는 아직까지 들어 보지도 못했다.

한 번씩 친정에 갈 때마다 장모 드시라고 과일도 가장 비싸고 좋은 것만 고르고, 고기나 생선도 가장 좋은 것만 사고, 냉장고가 미어질 만큼 장을 봐 간다.

한국에 출장을 가서도 바쁜 와중에도 장모 만나러 갈 시간을 마련해 놓고, 여기서도 안부 전화를 자주 드린다.

그럼에도 친정엄마는 남편에게 60점 정도의 점수밖에 주지 않는다.

나한테 잘 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다냐? 내 딸한테 잘해야 사위도 이쁜 것이다. 나한테 잘 할 것 없이 너한테나 잘 하라고 해라 한다.

 

남편은 사돈네 팔촌까지 다 챙기고서 맨 마지막에 조금 기운이 남아 있을 때 나를 돌아본다.

수술해서 병원에 입원해 있는 나를 시골에서 올라온 친정엄마께 맡기고 자기는 회사에서 빠질 수 없는 단합대회가 있다고 1박 2일로 집을 나가 버렸다.

나연이와 시누 아들은 35일 차이다.

시누 아들이 35일이 빠르니 시누가 아이를 낳고 누워 있을 때 나도 몸을 가누기 어려울 만큼 만삭이었다.

그런 나에게 쭈그리고 앉아서 시누 아들의 기저귀를 빨라고 했던 사람이다.

물론 안 빨았다.

나도 당찬 면이 있어서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줄 알기 때문에 시누 부부 앞에서 못하겠다고 하니 남편도 뭐라고 더 말은 안 했지만 그 작은 것들이 두고 두고 마음에 쌓여 잊혀지지 않는다.

이런 저런 사정들을 알기 때문에 장모도 사위에게 서운한 감정들을 많이 갖고 있을 것이다.

 

여하튼 처가에 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까운 것이 없다고 하는 사람인데 꿈 속에서 이런 일로 다투었다는 게 참 이상하다.

아마도 전업주부로 있는 나의 자괴감이 꿈속에 나타난 것 같다.

 

이상하건 이상한 거고 기분은 참으로 나쁘다.

철이 든 이후로 내가 울어 본 것은 남편을 만나 결혼 하고 부터이다.

둘이 워낙 성격이 안 맞다 보니 말다툼도 잦고, 꼭 말다툼 끝에는 내 울음으로 끝이 나곤 했다.

결혼 이후로 참으로 울기도 많이 울었다.

그런데 이제 꿈 속에서까지 날 울게 했다는 것에 분통이 터져 어쩔 줄을 모르겠다.

옆에 있었으면 잠든 사람이지만 발길질이라도 했을 텐데 출장 중이니 그럴 수도 없고, 이 생각 저 생각 하다 다시 잠이 들고 아침이 되었는데 그 꿈의 내용은 생생하고 많이 울어서 눈은 퉁퉁 부어 있었다.

이 분하고 억울한 마음을 어떻게 풀어야 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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