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27일 월요일
이곳은 오늘 메모리얼 데이로 공휴일이다.
토요일, 일요일을 쉬고 남편은 오늘 사무실에 출근했다가 오후에 에콰도로에 가는 출장 일정이 잡혀 있다.
점심을 먹고 출장 가방을 가지러 온 남편은 에콰도로에 가는데 한국 식료품을 좀 사가지고 가야 한다면서 2시 반쯤에 마트에 만나서 장을 같이 보자고 한다.
마트에서 만나서 라면 두 박스와 떡국 떡, 떡볶이 떡, 김등을 한 가득 샀는데 젊은 직원이 포장을 해 주겠다고 한다.
그래서 아주 열악한 곳으로 가니 박스에 넣고 포장을 단단히 잘 해 달라고 부탁했더니 어디로 가냐고 묻는다.
그래서 에콰도로에 갔다가 콜럼비아까지 갈 거라고 하니 멕시코 같은 나라로도 보내주기 때문에 포장 걱정은 하지말라며 성의껏 테잎을 여러차례 감아서 단단히 해 주었다.
고맙다고 하고 주차장으로 나와서 짐을 차에 싣고 있는데 아까 그 젊은 직원이 뛰어오며 “어머니, 이것 사은품으로 나오는 쟁반인데 가지고 가셔서 쓰세요. 먼나라까지 가시니 몸 조심하시고요. 저도 이곳에 파견 나왔어요”하며 쟁반을 내민다.
난 고개를 갸웃거리며 무슨 말인가 생각하다가 금방 깨달았다.
그 젊은 직원은 출장 가는 중이라는 것을 모르고 우리가 에콰도로나 콜럼비아에 사는 줄 알고 너무 안스러운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한국인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한국인다운 인정에 순간 마음이 울컥했다.
짐을 싣고 남편은 공항으로 운전해서 떠나고 나도 고속도로를 타고 집으로 들어서기 200미터 전 쯤에서 휴대폰이 울렸다.
울리는 휴대폰이 불길하기 짝이 없었다.
짧은 순간이지만 제발 남편의 전화가 아니길 기대하며 휴대폰을 들고 보니 역시 남편이다.
“왜?”
“여보, 나 당신한테 사무실 열쇠 안 주고 왔다”
아이구, 미쳐 버리겠다.
다시 차를 돌려 중간에서 만나기로 하고 가고 있는 도중에 또 전화가 왔다.
“아, 왜 또~?’(안그러고 싶어도 목소리 엄청 올라가고 짜증이 팍 났다)
“여보, 나 사무실 문 안 잠그고 왔다”
“알았어. 비행기 시간 얼마나 남았다고 그래, 사무실 문 내가 가서 닫을께 빨리 오기나 해”
정말 짜증나 죽겠다.
만나서 열쇠 받고 사무실에 가 보니 역시나 문은 잠기지 않고 있었다.
정말 출장 한 번씩 가려면 사람 혼을 쏙 빼 놓고 가버린다.
그러니 남편이 출장 가는 날은 나까지 비상이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남편의 건망증도 갈 수록 늘어간다.
열쇠 뭉치를 잃어 버리고 다니지를 않나, 온갖 플러그가 들어 있는 가방을 잃어버리지를 않나 .
그런데 나까지 같은 수준이니 부부가 한 번씩 길 떠나려면 정말 고생이다.
그리고서 티켓팅 하고 들어가서 기다리고 있다고 전화가 왔다.
정말 비행기 탔다는 소리나 들어야 안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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