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에 대해

나무 향기가 솔~솔.

김 정아 2008. 4. 8. 07:37

2008년 4월 5일 토요일

1월에 관리소에서 도로 쪽으로 난 담장 교체 공사를 일괄적으로 끝내고 나니 양 옆집쪽의 side 담장을 같이 교체해야 할 분위기였다.

그래서 이집 저집 견적을 요청한 사람들도 많았고, 부지런한 사람들은 담장 교체 작업을 시작했었다.

우리 옆집의 미국 아저씨가 오더니 담장 교체를 하자며 우리 집에 세 번이나 오가며 나와 의견을 주고 받고, 견적을 받더니 그 중 싼 가격의 fence회사에 의뢰를 했다.

나도 당연히 그 쪽 의견에 따르기로 했고 이번 주 부터 공사를 시작한다고 했다.

 

화요일에 지나가는 말로 남편에게 이번 주 부터 담장 교체 작업을 시작할 거라고 했더니 남편은 놀라며 자기가 하려고 맘 먹고 있었다며 난색을 표하는 것이다.(어지간히 대화도 없는 부부이다.)

담장 교체가 아이들 장난도 아니고 근검 절약이 몸에 베어 있는 미국 사람들도 직접 할 생각을 못하고 회사에 의뢰를 하고, 전문가들도 3일도 더 걸리는 공사를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되었다.

그러더니 남편은 이미 당신이 OK까지 했다는데 어떻게 해. 그냥 회사에 맡겨야지 하고 출근을 했다.

그러더니 마음이 다시 바뀌었는지 퇴근해 와서는 옆집 아저씨를 찾아가 내가 담장 교체 작업을 직접할 테니 재료비 반을 부담해 달라고 했다. 그 아저씨야 공사비가 삼분의 일로 팍 줄어드는데 싫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

 

어제 오후에 일찍 퇴근해서 나무판과 못과 여러가지 재료들을 2시간이 넘게 걸려 사왔다.

사와서 보니 안 맞아 바꾸러 다닌 것만 해도 몇 번인지 모른다.

 

어제 밤 8시에 한 쪽의 담장이 완성되었고, 오늘 아침 8시부터 다시 남편의 친구들이 6명이나 와서 헌 담장을 헐어내고 망치질을 해 못을 박고 드릴로 구멍을 뚫고 하더니 오후 6시 30분 쯤에 문짝까지 해서 달고 모든 공사가 끝났다.

담장을 새로 하는 것보다 헌 담장들의 못을 빼 내고 반으로 잘라 끈으로 묶어서 내 놓는 것이 더 큰일이었다.

윤지 엄마 말마따나 미국에 살면 집 한 채 짓고도 남겠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그야말로 슈퍼맨이 되어야 살 수 있는 나라가 이 나라 인 것 같다.

 

나저나 난 이번 기회에 남편을 다시 보게 되었다.

밖으로만 나돌고 친구들을 너무 좋아해 넘치도록 관심을 갖는 게 어떤 때는 너무 미웠는데 이 바쁜 미국 땅의 궂은 일에 서연 아빠, 현희 아빠, 더글라스 아저씨,붕어 아저씨, 윤지 아빠를 비롯해 6명이나 와 주어 내 집 일처럼 몸 사리지 않고 도와 주는 친구들을 가졌다는 게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피붙이가 없는 이 땅에서 이런 친구들이야말로 무엇보다 소중한 재산 1호가 아닐까 싶다.

 

담장 공사를 끝내고 나니 향긋한 나무냄새가 솔솔 풍기며 몸도 마음도 상쾌 해진 것 같다.

 

*이렇게 오래 된 담장을 헐어내고 있습니다.

 

*새 나무판을 대며 작업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문짝을 짜 맞추고 있습니다.

 

*김나연과 슈가는 저렇게 차 지붕에 올라가 망중한을 즐기고 있습니다.

 

 

*멋지게 완성된 모습입니다.이웃 사람들이 다 물어 보더군요. 정말 스스로 했냐며 어렵냐고요.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아마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은 듯 합니다.회사에 용역을 주지 않고도 스스로 했다는 것에 다들 고무되어 있는 모습이었답니다.외국인도 하는데 우리가 못할 리가 없다고 용기를 얻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남자에 대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이구, 나도 모르겠다.  (0) 2008.07.23
늘어만 가는 건망증.  (0) 2008.05.28
어젯밤 꿈에  (0) 2007.10.14
멕시코에서 다시 페루, 볼리비아로  (0) 2007.07.03
남편은 출장중!  (0) 2007.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