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에 대해

남편, L.A출장을 떠나며

김 정아 2009. 3. 29. 06:50

2009년 3월 26일 목요일

남편은 어제 LA로 출장을 간다고 떠났다.

오늘 아침에 전화가 왔는데 가지고 간 출장 가방이 기내에서 망가져 쓸 수가 없다며 집에 있는 다른 것을 휴스턴 공항으로 가져다 달라고 한다.

엘에이에 간 사람이 오늘 휴스턴에 왔다는 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어 벌써 출장을 끝내고 오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어제 엘에이에 간 것이 아니라 미들랜드로 갔었는데 엘에이까지 직통이 없어 휴스턴에서 갈아타고 가야 하는데 한 시간쯤 여유가 있으니 그때 가방을 바꾸어 가겠다는 것이다.

공항 면세점에서 새 것을 사가지고 가도 될 것인데 굳이 휴스턴 공항까지 가지고 오라는 게 맘에 안들었지만 투덜거리기도 싫어 선약을 취소하고 공항에 나갔다.

 

공항 터미널에 주차하려고 게이트를 들어가는데 티켓을 도저히 뽑을 수가 없어 엄청 당황이 되었다.

티켓을 뽑으려면 버튼을 누르거나 크레딧 카드를 삽입하라고 되어 있어 먼저 버튼을 눌러 보았는데 티켓이 안 나온다.

그래서 카드를 넣으려고 시도하는데도 카드가 들어가지를 않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레인으로 가 보려고 후진해서 다른 곳으로 가서 다시 하는데도 영 티켓이 안 나온다.

마침 옆 차선으로 한 운전자가 가서 버튼을 누르니 그 사람은 티켓을 뽑아 들었기에 얼른 문을 열고 가서 어떻게 티켓을 받았느냐고 물어보니 버튼을 눌렀다고 말해 주어 다시 차선을 바꾸어 그 차선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는데도 또 안 나오는 것이다.

저 쪽에서 직원 하나가 나오길래 물어 보았더니 그 사람 역시도 버튼만 누르면 된다고 하는데 안 나오는 티켓을 어쩌란 말이냐?

혼자서 엄청 고민을 하고 있는데 주차료를 받는 직원이 내 꼴을 멀리서 지켜 보았는지 나와서 혹시 내 차에  ‘ez tag’이 붙어 있느냐고 물어서 있다고 했더니 ez tag은 그냥 들어가서 나올 때도 이지 택 라인으로 나오면 된다고 하는 것이다.

어쩐지 티켓은 안 나오는데 게이트 문이 자꾸 열리는 게 이상했는데 공항 주차장에도 이지택 시설이 되어 있는 지를 몰랐던 것이다.

 

터미널에 도착해 남편이 가방을 가지고 나오는데 여기저기 실밥이 탁 터져 볼상 사납기는 해도 며칠 간 엘에이 다녀올 정도는 되어 보여 ‘그냥 갔다와도 되겠구먼 굳이 여기까지 나오라고 했느냐’고 싫은 소리가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눌러 참았다.

클레임에 가서 가방을 보여 주었더니 공항에서 지정하는 수리소에 가서 수리를 맡기면 공짜라고 하며 쿠폰을 주었다.

오늘 내에 그 일을 처리하기는 힘들것 같아 새 가방으로 바꾸어 남편은 엘에이행 비행기 타는 곳으로, 나는 휴스턴으로 가기 위해 헤어졌다.

차를 몰고 구불구불 게이트를 빠져 나오려는데 전화벨이 울려 남편이 아니길 기대하며 받았는데 역시나 남편이다.

통화도 하기 전에 짜증이 밀려오며 “또 왜?” 했더니 사무실에 수표를 갖다 주어야 하는데 공항을 빠져 나가지 않았으면 다시 돌아 오라고 한다.

다행히 게이트를 나가기 전이어서 깜빡이를 켜 놓고 남편을 만나 수표를 가지고 돌아왔다.

남편의 전화는 내 기피 대상 1호인데 짜증이 나다가도 이렇게 건망증이 심한 남편 자신은 또 얼마나 괴로울까 생각하니 안 되기도 해서 내가 다 참아 주기로 했다.

 

오후엔 원석이를 데리고 검안의에게 다녀왔다.

며칠 전부터 눈이 잘 안 보이는 것 같다고 해서 시력검사를 하기 위해서였는데 시력검사하고 결과를 받기까지 한 시간이 넘게 기다렸다.

다행히 시력이 아주 나쁘지는 않지만 안경을 써야 할 것 같다고 해 처방전을 가지고 안경센터에 갔다.

안경 테 하나에 보통 쓸만한 것은 100불이 넘어 가지만 promotion 기간이라서 싸게 해 준다고 해 골라서 렌즈까지 맞추고 나니 180불이었다.

시력검사비 54불까지 하고 나니 안경비로 나간 돈이 234불이나 된다.

세 시간 후에나 찾으러 오라고 해 오후 늦게야 찾아 왔는데 큰 녀석까지 안경을 쓰게 되어 속이 쓰리다.

다행히 병은 아니지만 안경 쓰는 아이를 바라 보는게 편할 맘일 수는 없다.

 

 *아들의 첫 안경입니다. 보는 저도 적응이 안 되고, 끼는 아들도 적응이 안되네요.저 안경집은 한국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여기서는 저런 안경집도 돈을 주고 사야 되고, 안경 닦는 헝겊도 사야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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