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15일 금요일
아침에 남편과 아이들이 다 갈 길로 간 다음 내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컴퓨터를 켜고 메일 확인과 블로그 확인을 하는 일이다.
메일이야 요즘은 지인들에게서 오는 것보다 스펨 메일들이 더 많다.
스펨에서도 아이들 학교에서 오는 것들이 많아 자세히 보게 된다.
그런데 오늘은 스펨이 아닌 메일이 두 개나 와있었다.
모르는 이름이고 제목도 없어 스펨으로 버릴까 하다 그래도 찜찜한 마음에 열어나 보자 했는데 너무도 익숙한 우리 가족 사진인데 숭례문 앞에서 찍어진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언제 숭례문에 가서 가족 사진을 찍었나? 식구 모두 간 적은 없었고 재작년 한국 방문에 두 아이를 데리고 숭례문의 근무 교대시간에 가서 행진하는 것을 보고 온 일은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고개를 갸우뚱했는데 메일의 아래에 몇 줄이 적여 있었다.
‘블로그에서 미국 구경 잘 했습니다. 남대문에다 사진 넣어서 보내드립니다.’라고 써 있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사정을 다 알수 있게 되었다.
그 분은 내 블로그에 처음 오신 분인데 ‘미국 구경하기’라는 카테고리에서 팜 스프링스에서 찍은 가족 사진에 숭례문을 넣어 합성을 해서 다시 보내 주신 것이었다.
내 모든 사진들이 오른쪽 마우스가 안 되는데 어떻게 이런 사진을 보내 주셨는지 궁금하지만 이런 귀한 사진을 간직할 수 있게 되어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다.
케이블 방송을 통해 숭례문이 불에 타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내 가슴도 덩달아 무너지며 너무 마음이 아팠다.
몇 년 전의 낙산사 소실에 이어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사건과 또 이렇게 숭례문까지, 돈으로 절대 환산할 수 없는 정신적 문화적 재산들을 허무하게 빼앗겨 버리는 원시적인 나라가 지구상에 또 있을까 싶은 마음에 절망적인 생각이 든다.
정신적인 유산들을 이렇게 홀대하는 나라에 희망이 있을까 싶은 생각에 우울한 요즘인데 찬란하게 서 있는 숭례문 가족 사진을 보고 희미하게 나마 한 번 웃어 본다.
*사진 보내 주신 이정환 블로거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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