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27일 목요일
먹성이 좋던 우리 슈가에게 얼마전 부터 문제가 생겼다.
지난 12월쯤 새로 산 사료가 슈가 입에 안 맞았던지 먹을 생각을 안하고 먹는 것에 대한 흥미를 잃어 버렸다.
커다란 봉투의 사료라서 버릴 수도 없고 생각하다 사료에 캔으로 나온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등의 음식을 섞어 주니 그런대로 먹었다.
그렇게 해서 커다란 봉투의 사료를 다 먹고 작은 봉투에 든 다른 종류의 사료를 사 왔는데 이 녀석이 거들떠 보지도 않는 것이다.
고기와 함께 먹어 온 녀석이라 그 맛에 길들여져 있어서 그런지 고기를 섞지 않으니 도통 먹지를 않는다.
비만 우려도 있고 앞으로 우리 가족과 15년 이상을 살 녀석인데 끼니마다 고기를 섞어 주는 번거로움도 귀찮아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내가 우리 두 아이를 키우면서도 그렇게 정성껏 거두지 못했는데 사실 슈가한테 그러는 것도 내 스스로 조금 찔리기도 했다.
그래서 마음은 아프지만 지켜 보면서 지금 기 싸움을 하고 있는 중이다.
하루에 두 번 먹는 사료를 하루에 한 끼도 안 먹고 버티고 있는 슈가가 요즘은 힘이 없는지 그저 누워서 자려고만 하고 배는 훌쭉하게 쑥 들어갔다.
그러다보니 사람음식은 엄청나게 탐하고 우리가 없는 사이에 쏜살같이 식탁에 올라가 흘린 음식을 핥아 대기도 한다.
배가 고프고 고프면 어쩔 수 없이 몇 알 주워 먹다가 다시 돌아가 버리고를 반복한다.
너무 안 되어서 어떻게든 먹여보려고 어제는 손바닥 위에 사료를 얹어 놓고 먹어보라고 하니 냉큼 받아 먹는다.
몇 줌을 그렇게 해서 먹이다 보니 먹어야 하는 양을 다 먹은 것이다.
우리 슈가가 아무래도 공주병 환자다.
나연이와 나는 너무 신나서 “우리 슈가 이쁘다! 아이구 착해 우리 슈가!” 하면서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이 녀석, 참 희한한 녀석이다.
그렇게도 거부하던 사료를 손 바닥 위에서는 먹으니 그야말로 우리 집 상전이다.
그러나 어떻게든 잘 먹어주기만 하면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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