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거나 슬프거나..

마음 아픈 나의 요즘들.

김 정아 2007. 12. 23. 13:05

2007년 12월 22일 토요일

한국에서의 짧은 일정을 마치고 휴스턴으로 돌아온 지 일주일이 되어간다.

시부모님과 조카가 5일 먼저 휴스턴에 와 있었기 때문에 긴장을 풀 수 없어 시차적응이라는 한가함에 머물러 있을 수도 없어 돌아오자마자 며느리 역할을 하느라 마음이 분주했다.

 

내가 없는 동안에도 아이들과 남편에게 음식을 해다 주고 먼 거리의 아이 학원까지 마다 않고 태워다 준 친구들이 많아 참 고마웠다.

이렇게 행동으로 사랑을 표현해 주는 친구들이 의외로 많아 마음 한구석에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그간 휴스턴에서 헛 살지는 않았다는 마음도 들었다.

 

그러나 내가 슬퍼하고 마음 아파하는 게 너무 즐거웠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듣고 억장이 무너진다는 게 이런 거라는 것을 느꼈다.

40세의 젊은 동생을 보내고 다시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눈물 나고, 극심한 고통 속에 어린 자식들 놓아두고 맘 편히 가지도 못했을 것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애간장이 끊어지고, 불쌍한 엄마가 생각나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떼어 돌아왔는데 그 말을 들으니 어찌나 눈물이 나고 억울하던지 한참을 울었다.

 

남의 슬픈 일에 함께 위로하고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나누는 것이 사람의 기본 도리라고 배워 왔고, 짧지 않은 세월을 살면서 나 또한 크게 상식에서 벗어나지 않고 경우에 어긋나지 않게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내가 왜 그런 말을 들어야 하는지 자다가 벌떡 일어나 소리 없이 울다가 날을 새기도 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사람의 죽음 앞에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난 상상도 못 해 본 소리다.

 

사람의 세 치 혀가 이렇게 무서운지, 사람이라는 존재가 이렇게 무서운지 처음으로 깨달았다.

 

용서가 되지 않는 이 마음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 지 모르겠다.

내 덕이 그것 밖에 안 되는 소치인 것을 남 탓을 해서 무엇하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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