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거나 슬프거나..

주말 지낸 시시콜콜한 이야기.

김 정아 2007. 8. 14. 06:44
 

2007년 8월 13일 월요일

지난 주말 내내 남편은 집에 있었다.

 

한국에 있었을 때 주 5일 근무가 아니었으니 토요일엔 이른 저녁에 퇴근을 했었고, 일요일엔 아침을 먹고 오후에 사무실에 출근을 했었다.

여기 와서도 그런 생활이 바뀌지 않아 토요일도 일요일도 잠시 동안이라도 꼭 사무실에는 다녀왔었다.

더군다나 이곳에선 사무실이 가까워 1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여서 아무 때나, 심지어는 한국에서 전화가 오면 자다가 일어나서 새벽에도 나가는 일이 자주 있었다.

토요일 내내 집에 있기에 묻지는 못하고 ‘왜 오늘은 집에 있지?’ 하며 혼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요일에는 남편과 원석이는 약식 미사인 9시 미사를 보고, 난 나연이와 정규미사인 10시 반 미사를 본다.

아직도 신앙보다는 친교에 목적을 두고 다니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 성당에서 친구들을 만나 점심을 같이 먹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오기 때문에 정규미사를 다니게 되었다.

미사가 끝나고 집에 오면 남편 차는 항상 없었다.

미사가 끝나고 바로 사무실에 가서 일을 하기 때문인데 어제 집에 돌아오니 남편 차가 그대로 주차가 되어 있어 이상했다.

그런데 오후 내내 양말도 안 벗고 옷도 안 갈아입으면서도 사무실엘 나가지 않으니 내가 다 마음이 안정이 되지 않는 것이다.

“오늘은 사무실에 안 나갈거야?” 하고 물으니 “할 일은 태산 같은데 일 생각 안 하기로 했다”고 한다.

쉬어도 마음이 편하지 않고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을거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 할 수 있는 일이다.

모처럼 맞는 일없는 휴일이니 영화나 보러 가자고 해서 ‘Rush Hour3'를 보고 왔다.

지루하고 따분한 멜로영화 보다는 박진감 넘치는 액션류가 내가 좋아하는 영화가 되어 버렸다.

왜냐면 어차피 대사를 못 알아들으니 생생한 액션이 눈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영화가 끝나고 일식집에서 저녁으로 철판 볶음밥을 먹었다.

쇼를 하면서 음식을 준비하는 요리사들이 혼을 홀딱 빼 놓을 만큼 정성을 들여 준비해 주었다.

 

저녁을 먹고 9시부터 11시까지 원석이 수학 레슨 받는 곳에 데려다 주고 왔다.

한국에서는 학생들이 11시까지, 오히려 더 늦은 새벽까지 학원이니 독서실에서 공부하는 것이 아주 일반적인 것이지만 이곳에서는 9시 넘은 시간에 레슨을 받는 일이 결코 흔하지 않는 일이다.

마칭 밴드로 시간이 없기도 하고, 원석이가 수학 레슨에 합류 된 지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좋은 시간이 원석이 차지가 될 수 없어 할 수 없이 저 시간이 되어 버렸다.


결혼해서 처음으로,햇수로 17년만에  주말에 남편이 집에 있는 기록을 세우게 된 날이어서 기억해야 할 것 같다.

 

*철판 볶음밥 집입니다. 열심히 쇼를 해 주어서 팁도 많이 주었고요.

앞에는 같이 식사를 했던 다른 가족입니다. 사람들이 모여야 쇼를 해 주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