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미국생활

풋볼 구장에 선 첫 마칭 밴드 무대에서.

김 정아 2007. 9. 5. 01:04
 

2007년 8월 31일 금요일

원석이가 오늘 처음으로 풋볼 구장의 Half time show에 마칭 벤드 멤버로 참가 하게 되었다.

작년엔 멤버들과 똑같이 땡볕에서 연습했어도 무대에 설 수 없는 설움을 당했는데 올해는 정식 멤버가 되었고, 개학 5일째인 오늘 다른 고등학교와의 풋볼 게임이 열렸다.

오후 8시30분쯤 Half time show가 있으니 꼭 보러 오라 해서 시간보다 일찍 갔다.

비가 와서 게임 시작이 연기가 되어 내가 도착한 시간에서야 1쿼터가 시작이 되었다.

한 쿼터당 게임 시간은 12분이지만 포지션을 다시 잡는 시간이 많이 걸려 거의 30분이 걸린다.

슈가를 맡기러 가야 하는 시간이 지나 조바심이 생겨 그냥 돌아갈까 하다가 슈가 일보다 아들 일이 더 중요해 참고 기다렸다.


드디어 2쿼터가 끝나고 Half time show가 시작 되었는데 visitor팀인 longhorn high school팀이 먼저 시작했다.

아주 훌륭한 공연으로 박수를 많이 받았다.

그리고서 home 팀인 원석이 학교 차례였는데 똑같은 복장의 아이들 속에 어떻게 원석이를 찾아낼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첫 무대에 서는 아들이 얼마나 떨릴까 생각하니 내가 더 떨렸다.

원석이 자기 자리도 알려 주었는데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어찌 되었던 원석이 학교의 장엄한 무대도 다 끝이 났다.


참 어린 학생들이지만 존경심이 우러났다.

그 뜨거운 땡볕에 방학마저 반납하고 땀 흘리며 연습하여 훌륭하게 마칭 밴드를 해낸 아이들이 무지하게 자랑스러워지며 이런 경험들이 앞으로의 일생에 많은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난 다른 사람들이 밴드 팀에 들어가겠다고 하면 말리고 싶고, 특히 나연이가 하겠다면 난 도시락을 싸 들고 다니면서 말리고 싶은 생각이다.

개학 2주전부터 아침 8시에 갔다가 8시에 들어오는 강행군이었고 개학이후에도 2시 30분에 학교가 끝나지만 이 아이들은 집에 돌아올 수 없다.

바로 연습을 시작해 6시에 끝난다.

그러니 공부는 고사하고 학교 숙제하기에도 바쁘고 잠시 공부를 게을리 했다가는 성적 유지하기도 힘들다.

체력도 강 체력이 아니면 버텨내기 힘들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긴 해도 한 번 선택한 길이니 졸업할 때까지는 계속 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밴드 덕분에 원석이 소극적인 성격이 그나마 좀 나아졌고 본인도 좋아해서 다행이다.

원석이는 밤 12시 10분에 집에 돌아왔다.


Half time show가 끝나고 바로 슈가를 데리고 밤 10시가 넘어 유진이 집에 갔다.

노동절 연휴를 맞아 2박 3일간의 라스베가스 여행을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아직 어린 것을 떼어 놓기가 불안했고 나연이는 슈가를 데리고 차안에서 거의 울먹인다.

나마저 그런 기분이면 아이가 울고도 남을 것 같아 난 씩씩한 척하며 유진 집에 도착했다.

유진 집은 성견인 송아지만한 골든 리트리버 두 마리를 키우고 있고, 여행을 가려는 대만 친구의 골든 리트리버 두 마리가 더 온다고 했다.

이번 주말엔 사람 세 명인 유진이네 집에 사람보다 많은 개 다섯 마리가 우글거릴 것이다.

처음엔 유진 품에서 기가 죽어 있던 슈가가 바로 그 집 개 두 마리와 친해 지는 모습을 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유진이네가 개에게 치여 주말을 보낼 생각을 하니 맘이 편하지가 않다.

 

 

 

*보이는 곳은 상대편 벤치입니다. 먼 곳에 있는 학교라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았습니다.풋볼 경기 보습이고요. 원석이 학교 팀이 엄청난 점수차이로 완패한 게임이었답니다.

 

*상대편 팀의 쇼였습니다. 복장 색깔도 눈에 띄더군요.

 

 

 

*드디어 원석이네 팀이 들어왔습니다. 먼저 댄스 팀들의 공연이 있었고요.

 

 

 

*이제 밴드팀의 공연입니다. 가운데 지휘하는 여학생의 카리스마가 장난이 아닙니다. 부러워 죽는 줄 알았습니다. 깃발을 들고 있는 '칼라 가드'들도 고생이 엄청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