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미국생활

몸도 마음도 예쁘게 크길....

김 정아 2007. 9. 21. 06:15

2007년 9월 20일 목요일


평일 아침에 내가 일어나는 시간은 보통 6시 10분이다.

6시 45분 학교 버스에 탈 아이들을 깨우고, 과일 몇 조각 썰어 아침을 먹이고, 물병에 물을 담아 아이들을 보낸다.


그런데 오늘 아침은 새벽 5시에 일어났다.

절대로 내 자의가 아니었다.

어제 밤에 김나연이 신신부탁을 하며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 아침은 머리를 고대기로 말아서 구불거리게 해서 학교를 가겠다는 것이다.

자기가 할 수 없으니 엄마가 해달라는 것이다.


요즘 어찌나 멋을 내는지 아침에 밥은 안 먹어도 그 시간에 거울 앞에 서서 머리를 한 갈래로 묶어 보기도 하고 , 두 갈래로 묶어 보기도 하고, 핀을 꽂아 보기도 하고, 머리에 젤을 발라 딱 붙게 만들기도 해 본다.

귀걸이도 이것 해 보다 저것 해 보다가 내가 채근을 해야 중단을 한다.

옷도 전날 밤에 무엇을 입을까 고르고 고른다.

아직까지 멋 내느라 학교에 늦은 일은 없지만 앞으로는 나도 보장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어제 밤에 한 시간 일찍 일어나야 되니까 자기는 일찍 자겠다며 9시쯤 침대에 들어가며 5시에 자명종을 맞추어 놓았으니 자기가 나를 깨우겠단다.

나는 너처럼 잠 많은 아이가 그 시간에 일어나면 내가 손에 장을 지지겠다라는 생각에 흔쾌하게 그래, 엄마가 네 머리 이쁘게 해 줄께 하고 대답을 했다.

, 그런데 정말 오늘 아침 5시에 나를 깨우는 것이다.

나도 그 애가 5시에 일어났다는 것이 믿어지지도 않았지만 멋을 내겠다는 강한 의지에 어이가 없기도 했고 당황스럽기도 했다.


제대로 떠지지도 않는 눈으로 하품을 해가면서 화장실 거울 앞에서 한 시간 30분을 머리카락과 씨름했다.

내 평생 고대라는 것을 한 번도 해 본적이 없고, 고대기라는 것을 아이에게 사주긴 했지만 난 오늘 처음으로 만져 보는 것이다.

머리카락 숱은 또 왜 이리 많은지 한 시간 30분을 씨름을 해가며 간신히 다 끝냈다.


아이도 나도 아주 만족스러웠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 졸음을 �아 가며 마음 속으로 불만을 터트리며 해 주긴 했는데 내 딸이 새로운 모습이라 기분이 좋아졌다.

 

내 인생 어느 시기에서도 저렇게 나연이 같은 멋을 부려 본 적이 없다.

외모도 한 경쟁력을 갖게 하는 시대이지만 외모뿐만 아니라 마음 속도 꽉 채워진 여성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이다.



*한 시간 반을 들여 해 주었는데 저렇게 머리를 묶어 버렸어요. 고대한 머리를 묶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풀라고 했는데 이미 늦은 것 같아서 그냥 학교에 보냈습니다. 제 한 시간 반이 저렇게 허망하게 날아가 버렸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