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거나 슬프거나..

병문안을 가다.

김 정아 2007. 5. 18. 03:02
 

2007년 5월 17일 목요일

어제 밤 8시가 넘어 한국으로 출장 간 남편이 돌아왔다.

9시가 조금 못 되 피곤하다고 눈을 붙이더니 새벽 12시 30분에 일어나 사무실에 나갔다.

그리고서 아침 7시가 넘어 집에 돌아와서 아침 식사를 하고 소파에 눕더니 잠에 떨어졌다.

깨울까 말까 하다 사무실 일보다 피로를 푸는 일이 우선인 것 같아 그대로 두고 나는 밖으로 나갔다.


오늘 우리 영어 선생님 Janet집에 병문안을 가기로 해서이다.

오래전부터 ,내가 자넷을 처음 만날 때도 그랬으니 약 3년도 더 전부터 자넷은 유방암을 앓고 있었다.

머리는 빠져 가발을 쓰고 다녀도 우리 수업에 정말 열과 성을 다해 가르쳐 주시고 수업 준비를 얼마나 철저히 하는지 자넷 가방은 큼지막했다.

항상 걱정은 되었지만 통증이 없다고 해서 초기 병인가 했었다.

두 달 전부터 우리 수업은 모두 취소가 되어 더 이상 할 수가 없었다.

상태가 자꾸 나빠지는지 이제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되어서 운전을 하고 3시간 반도 더 넘게 걸리는 이웃도시 샌 안토니오까지 일주일에 두 번을 가시게 되었다.

대만의 린다가 선생님 남편과 여러 차례 통화를 해 자넷이 가장 피곤하지 않은 날로 문병 날짜를 잡았다.

다른 약속이 있던 친구들이 다 선약을 취소하고 자넷 집에 갔다.

남편께서 문을 열어 주시고 자넷은 잠시 후에 거실로 나오셨다.

우리는 자넷을 보고 반가움에 한사람씩 깊은 포옹을 했는데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다들 노력했는데도 모두 눈물을 찍어 내고 있었다.

그 새 수척해져 얼굴에 핏기가 하나도 안 보이고 쓰러 질듯 한 걸음걸이가 무척 피곤해 보이셨다.

우리는 자넷의 병세에 관한 이야기는 가능한 삼가고 우리들의 근황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간간히 웃는 소리가 있어 무거운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다들 울적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모두는 자넷을 너무나 좋아하고 존경하고 따랐던 사람들이다.

40여 분간의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며 방학이 끝나고 8월에 다시 E.S.L학생과 선생님으로 만나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

제발 그날이 오게 되길 간절히 빌고 빈다.



‘주님, 자넷은 지극히 선하고 존경스럽고 아름다운 분입니다. 주님 곁에 가기엔 이 세상에서 할 일도 아주 많은 분입니다. 부디 그 분 마음에 두려움을 없애주시고 몸의 평화와 건강도 다시 허락해 주십시오.’

하루도 빠지지 않은 묵주기도 속에 자넷을 위해 매일 이렇게 기도한다.

주님께서 내 기도를 듣고 계실까?

 

*도서관 관장님이신 '낸시'도 같이 갔었습니다. 낸시가 사진 한 장 찍어도 되느냐고 했더니 선생님께서 허락 하셨습니다. 사진이 많이 흔들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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