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 27일 일요일
어제 우리 집에 새 식구 하나가 들어왔다.
미국에 온 이후로 6년 간을 끈질기게 우리 아이들은 강아지 한 마리만 사달라고 졸라왔었다.
살아있는 생명을 건사하기가 나의 게으름으로 어림 턱도 없는 일이었고, 알러지나 날리는 털 문제로 위생상 전혀 키우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 그럴 때마다 한 틈도 보이지 않고 아이들의 요구를 일축해 왔었다.
그러다 나연이 반의 한 친구가 길 잃은 강아지를 데려와 예방접종까지 다 하고서 무료로 분양을 한다고 나연이더러 가져가라고 했었다.
집에 와서는 울고불고 돈도 안 드니 제발 한 마리만 키우게 해달라고 조르는데 마음 약한 아빠가 두 손을 들고 말았다.
대신 그 개는 안 된다, 아주 어린 강아지를 사 주겠다, 그리고 방학 시작한 주 토요일에 사 주겠다는 약속을 해 버리게 되었다.
자기들이 할 일을 종이에 조목조목 적고 내 사인을 받아 책상에 부쳐놓고 방학만 기다렸다.
난 정말이지 자신이 없어 어떻게 해서든 그 일을 뒤집고 싶어서 아이들을 반대로 설득하기도 했었다.
“엄마가 강아지 안 사주는 대신 너희들에게 300불씩 줄게 ,그렇게 할래?”
“엄마 그럼 둘이 합해서 600불 주는 거야? 그래 알았어. 그럼 엄마가 강아지 사주지 마. 우리가 600불로 살게” 하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나도 강아지가 아이들에게 주는 긍정적인 면을 생각해 보았다.
큰 아이는 늦게 시작한 사춘기로 집에 와서도 별로 말을 안 하고 학교에서 돌아오면 자기 방문을 닫고 들어가 잘 나오지도 않고, 무슨 말을 하면 소리부터 지르기 일쑤였는데 아마도 강아지가 그 아이에게 안정과 따뜻함을 주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어쩔 수 없이 내가 생각을 돌려 먹고 어제 강아지 파는 곳에 가서 비글 암컷 한 마리를 사왔다.
강아지 한 마리 275불에, 애완견 점에 가서 필요한 용품을 200불 어치를 사왔으니 475불이나 지출했다.
이 녀석이 낯선 환경에 와서인지 긴장을 하다가 피곤한지 저녁 8시부터 자기 시작해 중간에 깨워도 비몽사몽 일어나지도 못하더니 새벽 4시에 일어나 낑낑 거렸다.
식구대로 돌아가면서 깨어났다 .
길을 잘 들여야 할 것 같아 집에서 꺼내 안아주지도 않고 그냥 바라봐 주기만 했다.
그리고서 한 시간 후에 다시 지 방석에 눕혀주니 또 잠을 자기 시작해 아침 7시 반에 우리가 그 녀석을 깨웠다.
그 녀석(슈가)이 하룻 만에 우리 식구들 생활패턴에 적응을 해 버렸다.
깨운 sugar를 데려다 뒷마당에 놓으니 코를 벌름거리더니 쉬를 했다.
이 녀석과 평화롭게 한 식구가 될지 모르겠다.
앞으로 어떤 고난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겠는데 좀 귀엽긴 하다.
*이제 생후 7주 된 우리 슈가입니다. 이쁜가요?
*눈 밑에 눈꼽 자국만 없었어도 더 이뻤을텐데 닦지도 않고 찍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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