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거나 슬프거나..

나머지 한국인들은 어떻게 살라고요!

김 정아 2007. 4. 18. 01:36
 

2007년 4월17일 화요일

어제 밤 티비를 켜 놓고 보니 버지니아 공대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나 30명이 넘는 사상자를 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었다.

이리저리 뉴스를 틀어 봐도 모두 그런 내용들이었다.

아니, 아무 죄 없는 젊은 학생들을 어떤 미친놈이 죽여 하며 혀를 차면서 왜 그러게 총을 아무에게나 소지 할 수 있도록 하느냐며 안타까워했다.

젊음과 학문에 대한 열기로 뜨거워야 할 대학 캠퍼스에서 어떻게 총소리가 울릴 수 있는가?

저 범인이 누구인지 죽은 자기야 당연히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고 나머지 부모 형제들은 남은 생을 어떻게 얼굴 들고 살아가느냐며 범인의 부모 형제가 불쌍해졌고, 아무 이유 없이 총탄에 죽어간 사람들이 너무 불쌍했다.

그리고 아침에 뉴스를 보니 그 범인이 한국인이라는 것이다.

가슴이 꽉 막히고 울렁거려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남의 나라 땅에 살면서 혹시라도 내 행동 하나로 내 나라 욕 먹일까봐 노심초사하며 선량한 시민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해 왔다.

준법을 누구보다 지키려 노력했고, 신문에 작은 기사 하나라도 한국인에 대한 부정적인 면이 보이면 얼굴을 못 들만큼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그런데 미 역사에 유래 없는 최악의 캠퍼스 난사 사건이 일어나고 나니 힘이 쭉 빠져 버린다.

도대체 얼굴 들고 어디를 나갈 수가 없을 것 같다.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니, 어쩌면 좋아. 우리 어떻게 해야 되?”

“우리 도서관 수업에도 못 갈 것 같아. 온통 그 이야기들뿐 일 텐데 어떻게 나가서 앉아 있어.”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다.”

“우리야 주부들이라 낫지만 아이들 학교에서 부당한 처우를 받으면 어떻게 해?”

“남편 오늘 큰 미팅 있는데 괜찮을지 모르겠네.”

“그 학생은 초등학교 때 미국에 왔다면서 왜 아직까지 시민권을 못 받았어.

미국 시민권자라면 그래도 우리가 좀 당당할 수 있잖아. 미국 시민 교육을 너희가 못 시켰으니 한국 사람들에게 뭐라 하지 말라고 할 수 도 없잖아 .


말도 잘 안 통하는 이 땅에서 그래도 세계 속에 도약하는 내 나라가 뒤에 있어 든든했는데 오늘 너무나 망연자실해진다.

티비를 좀 켜서 상황의 진행을 좀 알아 볼까 하다가 그만 두었다.

지금도 가슴이 방망이질 하는데 뉴스를 보다가 그 분위기에 압도 당하면 도저히 내가 헤어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다.


그 조승희라는 젊은 학생이 조금만 더 가족들과 나라를 생각했다면 이 사태까지 오지 않았을 텐데 답답해진 가슴이 풀리지 않는다.


 

*외출해 보니 곳곳에 조기가 내 걸려 있습니다.

콜럼비아 우주선이 공중에서 폭발했을때, 동남아에 쓰나미가 발생했을 때, 뉴올리언즈에 카드리나 허리케인이 강타했을 때, 전직 대통령이 죽었을 때 걸렸던 조기입니다.

온 몸이 바늘에 찔린 것처럼 뜨끔하고 불안합니다.

당분간 불필요한 외출을 삼가야겠습니다.

한국인이라는 것도 당분간 노출시키지 말아야겠습니다.

이 폭풍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네요.

 

도서관 앞에 걸린 조기입니다.

 


'기쁘거나 슬프거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건강해지길 바라며.  (0) 2007.05.26
병문안을 가다.  (0) 2007.05.18
딸, 정말 미안해.  (0) 2007.03.05
앞으로 더 사랑하며 살자!  (0) 2007.02.16
하늘로 돌아가신 친구의 어머님.  (0) 2007.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