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 2일 금요일
나연이는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나를 보더니 눈물을 쏟아내며 억울하다는 듯이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왜 그러냐고 물어도 말없이 한참동안 울다가
“엄마 오늘 학교 안 왔잖아!”
“엄마가 왜 학교에 가야 되는데?”
“점심시간에 햄버거 사가지고 온다고 했잖아”
헉, 이런 내 정신 좀 봐, 아이한테 너무 미안해 어찌할 바를 몰랐다.
어제 저녁에 아이는 학교 점심 먹기 싫으니 햄버거를 사다 줄 수 있느냐고 물어 친구들 먹을 감자튀김까지 여분으로 더 사서 학교에 가기로 했었던 것이다.
아침에 식구들이 다 나가고 벽난로에 불을 지피고 앉아 커피 한 잔 마시고 있는데 남편한테 전화가 왔다.
집에 있는 컴퓨터 본체를 사무실에 좀 갖다 줄 수 있느냐고 한다.
대답을 하고 준비를 해서 나가려는데 뭔가 좀 찜찜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뭣 때문에 마음이 불안 한지 알 수가 없었다.
뭔가를 할 것이 있었는데 생각이 안 나 내가 과민반응인가 보다 하고 아무 생각 없이 나갔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는 2주 동안이나 한국 출장을 갈 남편의 옷 준비를 하느라 세탁소에 갔다가 , lowe's에 들렀다.
부엌의 싱크대 위의 표면이 물에 항상 젖어 있어 왜 그런가 하고 유심히 관찰을 하니 수도꼭지에 물이 새어 자꾸 흘러서 싱크대 top에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싱크대에 연결된 수도꼭지 전체를 바꾸어야 문제가 해결 될 것 같아 사러 갔었다.
워낙에 눈썰미도 없는 내가 제대로 사 올 것 같지 않아 카메라에 찍어 갔는데도 종류가 너무 많아 한참을 서서 공부(?)를 했다.
구멍이 한 개에서부터 네 개까지 있다는데 우리 것을 보여 주니 세 개라고 한다.
세 개 중에서도 어떤 것을 사야 되는지 몰라 헤매다 간신히 골랐다.
‘도대체 우리 집은 이런 일도 왜 내가 해야 되는 거야? 수도관까지 사러 다니는 아줌마는 나 밖에 없을 거야 ’ 하면서 다 고르고 나서는 ‘나나 되니까 이런 것도 사러 다닌다. 나 아닌 어떤 아줌마가 이런 일을 할 수 있냐’하면서 스스로 만족감에 룰루랄라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선 작은 아이가 집에 돌아와 그렇게 서럽게 울어 댄 것이다.
다른 때는 엄마가 일찍 와서 기다렸는데 오늘은 엄마가 좀 늦네 하면서 계속 출입문을 쳐다보고 있는데도 안 오니 아이가 별 생각을 다 했다는 것이다.
교통사고가 나서 차가 많이 밀려서 못 오나? 엄마가 잊어 버렸나?, 내가 점심시간을 잘 못 말했나 하면서 기다리다 점심시간이 지나 버린 것이다.
아무것도 못 먹고 쫄쫄 굶었고, 기다림에 지친 아이의 마음이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 것인가 생각하니 너무 속이 상했다.
어떻게 하면 아이 마음을 풀어 줄 수 있을까 하다가 예전부터 귀를 뚫어 달라는 말이 생각나 데리고 나갔다.
원하는 귀걸이로 귀를 뚫고 나서 기분이 아주 좋아진 아이는 노래까지 부르며 신나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나서 나도 마음이 한결 편해졌지만 내가 엄마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문을 열지 않았는데도 자꾸 말벌이 들어와, 혹시 벽난로로 들어오나 하고 오랫만에 켜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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