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백수 아줌마

말레이시아 식당을 다녀와서.

김 정아 2007. 3. 10. 09:30
 

2007년3월 9일 금요일

우리 영어 선생님 자넷은 여간해서 수업을 빠지시는 일이 없는데 2주전에 남편과 유럽 여행을 가느라 수업을 하지 못했다.

이번 일요일에 유럽에서 돌아와 선생님은 수요일부터 수업을 시작하자고 했는데 병도 있는 분이 피곤함을 풀기에 3일은 부족할 것 같아 쉬기로 했고, 오늘은 수업 대신에 모여서 말레이시아 식당에 가기로 했다.

우리 반 학생들이 소속한 나라 음식점을 돌아가며 가 보았는데 지난 학기에 ‘폴링’이라는 말레이시아 아줌마가 들어왔다.

태국이나 베트남 음식은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말레이시아 음식은 또 다를 것 같아 호기심이 느껴졌다.


식당에 들어가니 대만 친구들과 폴링이 음식을 주문하느라 분주하다.

그들은 이미 며칠 전에 통화를 해서 어떤 음식을 주문할까 미리 공부를 했다는 것이다.

우리 선생님은 매운 음식을 싫어하고 정아는 코코넛이 들어가는 음식을 싫어하니 그것들을 제외하고 시키기로 했다고 했다.

그래도 워낙에 동남아 음식에는 코코넛이 들어가는 것이 많아서 조심스럽게 나에게 양해를 구했다.

물론 나는 코코넛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먹을 수는 있으니 상관하지 말라고 했다.

생각 외로 음식들이 훌륭해 근사한 점심을 즐기고 왔다.


식당에 들어서기까지 난 아마 굉장히 불만에 찬 표정이었을 것이다.

화가 나면 숨기지 못하고 얼굴에 100% 나타나며 표정관리를 절대 못하는 사람이 나라고 했다.

우리는 11시에 도서관의 주차장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고, 어제도 대만의 린다가 전화를 해서 잊어버리지 않았느냐고 하며 11시 정각에 만나 차 한 대로 같이 가기로 전화까지 한 상태였다.

난 10시 55분쯤에 도착했고, 선생님 자넷이 11시쯤 도착했는데 그 이후로 11시 15분이 넘어 하나씩 도착했고 마지막으로 티나가 도착한 시간이 11시 35분이 넘어서였다.

더군다나 린다는 우리가 도착 한 지 30분이 넘어서야 식당으로 바로 들어왔다


난 약속시간 하나는 칼같이 지키는 편이고 우리만 있는 것도 아니고 자넷까지 만나기로 했는데 ‘늦어서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도 안 하는 것에 굉장히 화가 나 있었다.

뭐라고 한 마디 할까 하다 이미 여러 차례 우리가 만나서 식당을 같이 간 일이 있었는데 한 번도 그렇게 늦은 적이 없어 ‘그냥 내가 참고 말자, 다음번에 만날 때는 늦지 말라고 그 때나 이야기하자. 자넷도 아무 말 안 하는데 나서지 말자’ 하고 마음을 정했다.

속으로 나는 자넷에게 굉장히 미안했다.


그런 불만이 어디로 갔는지 점심을 먹다 보니 즐거워졌다.

제일 영어를 잘하는 린다는 20일부터 어느 미국회사에서 두 달간 일을 하기로 했고, 또 한 사람의 한국인인 숙희씨는 남편의 일을 도와야 되어서 봄방학을 마치고 2주후에 시작하는 영어 수업에 올 수 없다고 했다.

갑자기 두 사람이 줄어 우리 반은 이제 3명, 테니스가 없어 티나가 오게 되면 4명이다.

절대로 결석을 하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다.

다른 나라 음식을 먹고 문화를 경험하고 온 좋은 시간이었다.

 

*빨간 통의 밥은 닭고기 삶은 물과 생강 마늘을 넣어서 만들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푸른 채소와  아주 짠 말린 생선이 들어간 음식도 맛있었고요. 코코넛과 말레이시아 카레를 섞어 만든 쇠고기도 괜찮았는데 역시 코코넛 때문에 많이 못 먹었고요. 컵에 있는 커피 같은 음료는 코코넛 우유라고 했는데 사분의 일 마시고 못 마셨고요. 바나나 잎으로 싸서 가자미에 소스를넣어 만든 생선도 괜찮았고요. 닭 요리도 맛있었고요. 아무튼 괜찮은 음식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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