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 19일 월요일
문득 돌아보니 오늘이 우리가 미국에 온 지 딱 5년이 되는 날이다.
3년 휴직을 하고 와서 1년 연장을 하고 그 후에 퇴직을 하고,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지만 무기한 거주하게 되었다.
처음엔 4년 후에 돌아간다는 생각에 미국 생활이 아주 즐거웠고, 4년간 열심히 살다 가겠다고 영어공부도 안 빠지고 다녔고, 미국에 있는 동안 여행해야 된다고 열심히 여행도 다녔고, 한국에 돌아가면 절대 할 수 없다며 골프도 열심히 다녔었다.
그런데 퇴직을 하고 이곳에 영원히 살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열심히했던 것들이 좀 시들해 지려고하며, 요즘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가족들이 많이 부러워진다.
5학년, 9학년 아이들을 데리고 돌아가보아야 당연히 더 후회를 더 많이 하겠지만,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가지고 사는 게 또 인생인 것 같다.
여기서 오랫동안 살아야한다는 생각을 하면 우울해지곤 했는데 ,어젠 한국에 있는 친구와 30분 정도 통화하면서 다시 좋아졌다.
많은 것이 변하고 바뀌어간 5년 세월이다.
처음엔 일 주일에 몇 통씩 메일을 보내면 즉시 답장을 해주던 사람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의 메일에 회신이 되어 돌아오지 않는 일들이 많아졌다.
전화도 가끔 했었는데 이제 나도 상대방도 좀 어색해졌는지, 내가 전화를 거는 사람들도 친한 친구 몇 명과 같이 근무했던 선생님 몇 분들로 축소되어 가고 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인간 관계의 중심이 한국에서보다 이곳 친구들을 중심으로 움직이게 된다.
처음엔 미국 사람들과도 안 되는 영어로 좀 친해 보려고 시도했다가 이제 그런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어차피 그들이나 나나 마음까지 주고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주위 미국인들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
우리 영어 선생님을 빼고는 옆집이나 우리 동네 이웃들에게 아침에 손 흔들고 아침 인사 한 번 하면 끝이다.
한국에서 갓 온 사람들에게 5년을 살았다고 하면 제일 먼저 하는 말이 “그러면 영어 잘하시겠네요?” 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참 민망해하며“ 여기서 5년 살아보세요.영어 잘 되나” 하고 만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온 한 사람에게 영어 공부 어디로 하러 가느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그 사람 대답이 너무나 명쾌했다.
“ 영어 공부하러 안 다녀요. 영어 못해도 불편한 게 없는데 왜 다녀요?” 였다.
그 당당한 배짱이 얼마나 부럽던지, 하마터면 나도 다니지 말까 하고 생각할 뻔 했다.
영어는 나의 영원한 화두이고 , 앞으로도 더 오랫동안 산다고 해도 나의 영어가 급속하게 늘 것 같진 않다.
다만 오늘도 CNN뉴스를 보면서 모르는 단어를 찾고 있다.
이제 돌아가 살 수 없는 한국을 그리워하기 보다 ,내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나의 미국 생활 6년의 문을 연다.
*5년 전에 저렇게 어렸던 아이들이 이제 5학년 9학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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